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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시를 쓰려는 사람’에 어울리는 두 가지 형용
작성자 시쓰는인간
번호 24247 출처 창작자료 추천 9 반대 0 조회수 223
IP 211.xxx.xxx.xxx 작성시간 2017-10-11 02: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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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두

같이 공부하던 사람들 몇몇은 등단을 했다. 등단한 사람들은 관례처럼 공부 자리에서 멀어졌다. 몇몇은 아예 떠났다. 몇몇은 간혹 공부자리에 들르곤 한다. 뒤풀이만 참석할 때도, 공부 자리에 시를 가져올 때도 있다. 학형들과 선생님들은 등단한 사람의(그러니까 이미 시인이 된 사람의)시를 놓고 간혹 이런 말을 했다.
‘시를 잘 쓰려는 사람이 되고 싶은지, 좋은 시를 쓰려는 사람이 되고 싶은지 자신에게 되물어봐야 한다.’
나는 저 문장을 처음 듣고는 이해를 못하다가, 뜻을 곱씹고는 깜짝 놀랐다가, 나는 왜 좋은 시를 쓰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가, 책망을 했다.
둘-‘시를 잘 쓰려는 사람’과 ‘좋은 시를 쓰려를 쓰는 사람’-은 도플갱어처럼 보이지만, 살펴보면 시작(시 쓰기)의 양극단에 놓여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 시를 잘 쓰려는 사람

시를 잘 쓰려는 사람에게 시 쓰기는 언제나 연습이다. 망치질이고, 운동이다. 시는 시적 근육을 단련시키기 위한 도구가 된다. 수단은 비교적 쉽게 잊히기 때문에, 쓴 시를 돌아보는 행위-정돈과 고민, 퇴고-는 염두하지 않게 된다. 연습에는 마음이 담기기 쉽지 않다. 매력적인 문장과 속 빈 내용들이 쌓여간다. 아직은 자신이 좋은 시를 쓸 수 없다고 생각한다.

3. 좋은 시를 쓰려는 사람

시를 쓰는 일이 끔찍해진다. 안고수비라는 말이 있다. 눈은 높으나 손은 낮다. 좋은 시를 쓰려는 모든 사람은 자신의 눈높이에 맞는 좋은 시를 쓸 실력이 없다. 이 현실과 이상의 갭을 없애기 위해, 좋은 시를 쓰려는 사람은 정과 망치 하나를 들고 자신의 한계를 깎아나간다. 그러나 한계가 사라지는 만큼 눈은 갑절로 높아진다. 결국 좋은 시를 쓰려는 사람은 좋은 시를 ‘쓰려는’ 사람에서 나아가지 못한다. 이 영원한 갈증 속에서 좋은 시들이 튀어나온다.

4. 시를 쓰려는 사람

시를 잘 쓰려는 사람과 좋은 시를 쓰려는 사람은 옳고 그름의 관계가 아니다. 따지고 보자면 단계에 가깝다. 시를 잘 쓰려는 사람은 어느 순간 좋은 시를 쓰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렇다고 두 단계가 시의 품질을 절대적으로 가늠하지는 않는다. 다만 어떤 쪽의 예후가 좋느냐, 이 차이일 뿐, 크게 걱정하거나 염려할 필요가 없다.
다만 내가 염려하는 것은 아무런 형용이 없이 ‘시를 쓰려는 사람’들이다. 어떤 발전적 형용도 없이 ‘시를 쓴다’라는 행위 자체에 푹 빠진 사람들이 많다. 이런 ‘시 쓰기’는 ‘시를 쓰지 않기’와 전혀 다를것이 없다.
자기만족을 위해 시를 쓴다고 반론할 수 있겠지만, 게시판에 자신의 시를 올리는 순간 그 반론은 무용지물이 된다.
‘시를 잘 쓰려는 사람’과 ‘좋은 시를 쓰려는 사람’의 공통점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시 쓰기’ 자체에만 매달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집이나 이상한 교양서적을 읽는 것, 오래된 영화를 보는 것. 비평하는 것. 타인의 비평을 듣는 것.(신랄할수록 좋다) 망상하는 것. 구름을 살펴보는 것 등등.
만약 자신의 시 쓰기 활동이 시를 쓰는 것과 그 시를 올리는 것이 전부라면....... ‘시 쓰기’라는 활동 자체를 다시한번 돌아보는 것이 좋다. 그림과 줄글이 시 쓰기보다는 훨씬 매력적이고 어필이 잘 되는 여가활동이라는 사실.


ps. 타인의 시를 봐주는 일은 시를 쓰는 일 만큼이나 시 쓰기에 많은 도움이 된다..... 리플을 남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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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오른손을위한시
시를 쓰는 건 조각하는 것 같아요. 어떤 주제를 가지고 어떻게 표현해야 좀 더 와닿을지 고민하고 문장 하나 가지고 고민하게 되죠
00 추천 반대 댓글 삭제 신고 2017-10-11 02:31:07 211.xxx.xxx.xxx
너이녀석
제가 가끔 하는 생각이랑 똑같은 말이 있어 새삼 반갑네요. 서정주 시인의 시를 읽거나 그분의 일화를 들어보면 그분은 천재라고밖에 생각이 들지 않지만, 그분의 인생을 비추어 시를 읽어보면 서정주의 시가 좋은 시라고 생각되진 않습니다. 그분은 시 쓰는 일은 타인의 일처럼 쉽게 생각하셨던 분이죠. 윤동주 시인은 쉽게 시가 쉽게 쓰여지는 일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하셨죠. 실제로도 퇴고라는 말의 어원처럼 문장 하나 단어 하나에 오래 고민하셨던 분이셨고요. 그리고 마지막 말도 참으로 공감되는 말이네요.
00 추천 반대 댓글 삭제 신고 2017-10-11 15:13:37 14.xxx.xxx.x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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