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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누추한 일기장 - 6
작성자 persist
번호 24244 출처 창작자료 추천 2 반대 0 조회수 87
IP 210.xxx.xxx.xxx 작성시간 2017-10-11 00: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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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달라진 것들.

가만보자.

무릎이 깨질것 같았다. 주의하지 않은 탓으로 썩는 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피부를 크게 덮은 멍자욱이 갈색도 퍼런색도 아닌 검은색이다. 정신이 온전치 않을 때마다 몸이 고생이다. 하지만 어쩌니 책상이 모난 거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한심스러워 견딜 수가 없다.

우유를 마신다. 예전에는 비린 맛이 싫어서 흰 우유는 마시지 않았다. 굳이 마시자면 집밖으로 기어나기 귀찮아 라떼를 타먹는 용도 그 뿐이었지. 최근에는 커피와 섞지 않아도 우유를 마신다. 어쩌면 일상 중에서 가장 많이 섭취하는 음식이 되었다. 1L짜리 우유팩을 2개고 3개고 쟁여두고선, 유통기한이 한참 남았는데도 이미 텅텅 비도록 마신다. 화끈한 속을 달래준다는 느낌이 준다. 그 음료가. 비리고 미끈미끈하고 목에 가래가 끼듯이 불쾌한 느낌이 들어차도 가장
포만감이 든다.

손톱을 지웠다. 까만 손톱, 작은 손톱 맘에 들었었지. 귀는 염증이 자꾸 돋는다. 최근엔 불안한 기운만이 감돌아서 몸 구석구석에 흔적을 남기고픈 생각이 자꾸만 들어선다. 비어가는 만큼 내려앉는 흔적이
필요한 그런 기간도 있는 법이겠지.

USB를 샀다. 한 해 한 해 점점 더 심각해지는 버릇은, 예전과 달라지고 있는 것은. 글을 좋아하면서도 예전처럼 진득하니 앉아 읽기 힘들고, 여운과 감상이 이내 머릿속에서 휘발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조금 고쳐보고자 최근에는 타이핑을 해가며 독서를 한다. 늦어도 좋다. 무언가를 읽는다. 무슨 얘기든지간에 일단 입력한다. 그게 내 것이 되기 전까진 멈추지 않겠다고 굳이 폴더명을 고치면서, 굳이, 굳이 뻐근한 손가락을 따뜻한 물에 담그면서, 거울 속 비치는 반 시체같은 사람에게 말을 건다.

그냥 즐거운 거라고 착각이라도 해.


1.

강제개행은 버릇이다. 음, 처음 쓴 단편은 중학교 2학년 때였다. 어느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는 거야 당연했기에, 문체가 희한한 편이었다. 중학생이 쓴거 맞나 싶을 정도로 믿도 끝도 없는 블랙코메디에다, 너무 함축적인 문장에 시인지 소설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새로운 장르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해도 그때는 스스로에게 진지할 수 밖에 없는 시기라 어휘는 오히려 그 때가 좋았다.

언젠간 선보일 수 있었으면 한다.

10년 후의 내가 봐도 배울 게 있는 글을 썼다며 어깨라도 두드려 주고 싶다.


지금은.

무작정 쓰기라고 하자며 매 저녁 공책을 펼친다. 밤은 자는 시간이 아니야. 그건 내가 지금 현재 기형적인 생활을 하고 있기에 나오는 말이다. 곧 이 꿈같은 시간도 버러지같은 상황도 암막처럼 걷혀지고 일출이 오겠지. 하지만 여전히 생각컨데 새벽은 가장 글을 쓰기 좋은 시간이다. 어딘가 축축히 젖은 솜같은, 무거운 글들이 하늘에 떠있기는 볼만할 정도로 비대하고, 땅에 있기에는 거치적거려서, 손에 들고 다닌다.

손이 금방 차가워진다.

글을 쓰기가 싫다면 읽으려고 한다. 무엇을 해도 위로받지 못하고, 무엇을 해도 만족할 수 없더라도,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죽는다.
파리변물같은 자신을 자유롭게 만들고 싶다.
먹지 못해도 좋아.

실제로
잘 먹지도 못하는 걸.

혼자가 진정으로 편해지던 날, 대부분의 사람들도 나와 다를 것 없다는 소리를 들었다. 잊고 있던 가여움이 올라왔다. 네 코가 석자 아냐? 거울이 말을 거는데, 내가 저렇게 생겼구나. 내가 참, 저렇게 변했구나.

더러워진 거울을 닦아낸다.
한층 더 선명해진 나 자신이 있다.

그래도 여전히 사랑하려면 멀었어. 책을 피자, 싸구려 책갈피가 다 갈라졌다. 가만 생각해보면 평생 이렇게 살아가야만 할 것 같단 말이지.


2.

가벼운 사람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 사람의 무게중심인지 궁금해 하지도 않으면서.

다가오는 사람이 한 없이 가볍게 느껴진다. 툭 뱉는 말이 가려울 정도라, 나를 대체 무어로 보고 있나 궁금하다. 말 한마디가 무식하게 아픈 사람이 있었기에, 보는 사람이 팔 다리가 다 저릴 정도로 힘든 말을 던지는 사람이 있었기에 더 그렇다.

흔치 않은 장르라서 추천하지 않는다.

나는 굳이 내 검은 페이지를 보이고 싶지 않으니.
잉크 마르지 않은 이 책을 덮어버리지 말라고, 아직 아물지 않은 장을 더디게, 더디게 말려가는 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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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마당(2) 게시물이 재미 있으면 기부할 수 있습니다. (기부된 개념은 환불되지 않습니다.)
시쓰는인간
문장이 조금 더 매끄러웠으면 좋겠습니다...!
00 추천 반대 댓글 삭제 신고 2017-10-11 01:18:11 211.xxx.xxx.xxx
persist
그렇네요 수필이라해도 다듬는 버릇은 필요하겠죠. 조언 감사합니다 :)
00 추천 반대 삭제 신고 2017-10-11 01:36:24
210.xxx.xxx.x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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