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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세한 한옥마을
작성자 200자원고자
번호 23439 출처 창작자료 추천 2 반대 0 조회수 88
IP 203.xxx.xxx.xxx 작성시간 2017-05-13 05:3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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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한 한옥마을

2017년 5월 6일은 올해 들어 가장 미세먼지가 많은 날이었다. 반도 남쪽 전역 미세먼지 수치가 200~400을 넘나들었고, 미세먼지 주의보와 경보가 이 지방 저 지방 가리지 않고 쏟아졌다. 나는 한옥마을로 놀러 가기로 한 참이었다. 사람들끼리 날짜를 맞추기는 참 어려운 일이었다. 뭐 어차피 나는 흡연충이었으므로 미세먼지 좀 덜 먹는다고 더 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 일정을 강행했다. 담배에는 나프탈아민, 니켈, 벤젠, 비닐 크롤라이드, 비소, 카드뮴이 들어있다는데 내가 죽으면 내 몸에서 뽑은 재료로 어쩌면 소독제, 동전, 청소용액, 독약, 건전지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오전에는 동물원에 갔다. 나는 어디를 가던 완벽하게 다 돌아보는 것을 좋아했다. 동행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이다. 나는 끔찍한 놈이었다. 모든 동물들을 다 보고 나왔을 때에는 오후 한 시 가량이었다. 나는 동물원을 좋아하고 또 미술관도 좋아하지만 그리고 어쩌면 그 둘은 완벽하게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그 얘기는 나중으로 미루자. 그것을 이야기하려고 이 글을 쓴 것은 아니었다. 나는 전주 동물원에서 한옥마을로 이동하면서 지갑을 잃어버렸는데 마음씨 착한 분이 동사무소에 맡겨준 덕분에 돈도 지갑도 카드도 전부 찾았다. 나는 꽤 얼빠진 놈이다. 끔찍하고 얼빠지다니.

그리고 간 한옥마을은 나보다 더 얼빠지고 끔찍했다. 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말이다. 골목의 구석 하나도 빼놓지 않고 자본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한옥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자본마을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온당하지 않을까. 모든 사람들이 먹을 것들을 하나씩 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먹고 있었다. 나도 하나 먹었다. 맛이 없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다만 거기에 있지 않아도 될 것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미세먼지가 매년 더 짙어진다. 미세먼지의 원인이 중국이건 한국이건 간에 그것을 되돌릴 방법은 별로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거리를 버리고 방 안에 틀어박혀 공기청정기나 돌리는 일뿐이었다. 우리도 언젠가 나이를 먹게 되면, 그런 이야기를 늘어놓게 되겠지. 애야. 아빠나 엄마가 어렸을 적에는, 하늘에 별도 이보다 많고, 공기도 맑았단다. 애는 내 얼굴을 보지도 않고 아이폰 10이나 갤럭시 15쯤을 만지작거리고 있을 터였다. 세상은 바뀌었다. 그리고 계속 바뀔 것이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말이다. 막을 수도 없다. 그러니 우리가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하는가가 유일한 과제가 될 것이다. 그렇게 아이의 세상은 어렸을 적부터 맑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한옥마을을 태어나서 처음 갔다.

자본은 미세먼지처럼 돌이킬 수가 없다. 그것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는 것을 피할 도리도 없었다. 그리고 하루가 가면 갈수록 더 심해진다. 돈 앞에서는 세계가 입을 다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는 매우 값싼 돈을 지불하고 대만에 놀러 가지만, 그리고 아주 자유롭게 여행을 즐기지만, 우리나라는 대만과 단교한 지 오래이다. 대만과 대한민국은 공식적으로 수교하지 않은 상태이다. 그것은 돈이 필요한 나라가 물건을 팔아줄 나라와 수교하기 위해 취한 행동이었다. 그러는 동시에, 돈이 필요한 나라가 놀러 와서 돈을 써줄 나라에게 수그리는 것이었다. 돈만 건네준다면, 다른 것은 아무 것도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전주로 놀러와 돈을 쓴다. 전주는 돈을 번다. 좋은 일이었다. 그리고 한옥은 자본을 포장하기 위한 껍데기에 불과하였다.

자본은 미세먼지처럼 우리의 숨구멍으로 스며든다. 한옥마을의 골목 구석구석으로 스며든다. 우리는 얼마나 더 숨 쉴 수 있을까. 어쩌면 언젠가는 우리의 기도에 아가미가 달릴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자본을 한껏 받아들이고, 내게 필요한 것만 취하고 나머지는 다시 거리로 흘러들어간다. 먼지 같은 돈더미가 폐 속으로 가득 들어찬다. 여유의 공간이었던 기와 아래로 빼곡하게 늘어선다. 돌이킬 수는 없다. 그러니 우리는 어떤 호흡을 취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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