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학과
제목 현대 퇴마신앙인으로서의 작은 해명
작성자 여자친구구합니다
번호 77481 출처 창작자료 추천 58 반대 0 조회수 3,233
IP 110.xxx.xxx.xxx 작성시간 2018-10-05 02:02:25
이전
다음
추천
반대
신고
URL 복사
스크랩
추천되었습니다.
스크랩 되었습니다.
← CTRL+C 로 복사하고 CTRL+V 로 붙여넣으세요!
   기기를 감지하여 최적 URL 로 보내줍니다.
ㆍ창작자료 :: 이 게시물이 재미 있으면 기부를 할 수 있습니다. (기부된 개념은 환불되지 않습니다.)
ㆍ펌 허용 (상업적 목적이 아닐경우 외부 사이트에 등록을 허용합니다.) 개념 기부하기
1. 개설


공게에서 제 글과 댓글이 많은 추천을 받으며 감사하게도 제게 쪽지를 주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지난 한 달 동안 스무 명의 웃대인분들과 심령현상과 기타 토속신앙에 대해 얘기해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현대 퇴마신앙을 따른다는 점에서 미지의 영역을 대하는 자세치고는 다소 비판적인 자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단순 흥미나 재미를 넘어 정말 허무맹랑한 요소들을 사실로 여기는 분들이 꽤 많이 계시는 것을 보고 안타까워했고, 그래서 혹시라도 오해하고 있을 그밖에 퇴마 신앙자분들을 위해 이렇게 짧은 소회와 지식을 담아 해명 글을 적어 봅니다.

단, 혼령의 존재 여부와 관련한 신앙적 해결론, 불가지론, 선험론 등 현대과학으로 규명할 수 없는 논의는 소모적이므로 차치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2. 타인의 심령현상 관측에 대한 오해


저와 겨우 한두 마디 쪽지를 주고받고는 제게, "저한테서 뭐 느껴지는 거 없나요?"라고 묻는 분들이 계세요……. 네 느껴지는 거 전혀 없고요, 느낄 수도 없고요, 실제로 봬도 느껴질지도 모르겠고요. 빙의ㆍ 종귀ㆍ신내림 등 타인의 심령현상을 관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조심스러운 일입니다. 오류긍정을 하면 당사자에게는 되돌릴 수 없는 파국을 불러오는 것이고, 오류부정을 하면 당사자를 포함한 가족과 지역사회에게 지울 수 없는 불안을 안겨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Ex) 헬스트레이너로 활동하며 아마추어 보디빌딩 대회를 준비하던 사촌 형이 어느 날 제게 자신은 필시 귀신에 씐 것 같다며 몹시 힘들어하면서 하소연을 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사촌 형은 항상 화가 나 있었고 죽고 싶은 생각을 하루에도 수십번씩 했습니다. 근 한 달 동안 골몰했던 저는 사촌 형에게 그건 귀신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며, 단지 수개월째 복용하고 있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당장 끊으라고 하였습니다. 사촌 형은 죽는 셈 치고 제 말에 순순히 따라주었고 스테로이드 복용을 중단한 지 불과 3, 4일만에 상태가 급격히 호전되었었죠. 만약 그때 제가 어쭙잖게 “응, 형은 빙의되었어. 그러니 당장 푸닥거리를 해야 해”라며 경솔한 처신을 보였다면 지금쯤 형의 상태와 이모네 가족의 고통은 어떠했을지, 상상도 하기 싫네요.

일본 언론에도 소개될 정도로 영엄하신 계룡산의 XX 도사님조차도 정신병질과 심령의 구분은 100%가 아니면 함부로 판정할 수 없다고 하시면서 피상담자 대부분에게 현대의학의 치료를 권유하셨었죠. 20년 넘게 음양오행부터 서양철학까지 공부하고 끊임없이 체득해 온 분들이 아닌 이상 처음 본 낯선 이에게 덥석 자신의 어쭙잖은 평가를 늘어놓는 것은 실로 어불성설이자 독설입니다.

저번에 썼던 선무당에 관한 글에서도 언급했었습니다. 들판에 구르는 자갈과 하나 다를 바 없는 자신의 감을 맹신하고 당사자의 심리적 함정을 파고드는 무당노름꾼들에게 주도권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요. 소위 협잡꾼들이 한국 퇴마 신앙의 물을 다 흐려 놓았죠. 썪은 물고기 몇 마리 때문에 탁해질 대로 탁해진 연못이 생각나네요.

저 같은 경우에는 어릴 때 폐렴과 고열에 시달리며 혼령이라 여겨지는 존재를 많이 느꼈고ㅡ후술하겠지만 혼령 목격에 대한 오해에서 다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ㅡ다른 사람들은 맡지 못하는 굉장히 역겨운 냄새도 많이 경험해 보는 등 신앙(信仰)과 사슬 한 인생인 것은 분명하고, 또한 동ㆍ서양철학과 구마, 요즘에는 범죄심리학을 공부하는 등 생경한 일반분들보다야 제가 좀 더 많이 느끼고 아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제가 상대방의 영성을 단박에 알아채는 것은 이제 막 의대를 졸업한 수습생이 혼자서 심장이식 수술을 하는 것만큼이나 차마 엄두가 나지 않는 일입니다. 더군다나 이 땅에서 심안으로 영성관측을 능숙하게 할 수 있는 분들의 수는 아마도 열 손가락과 열 발가락 안에 들 것이라 봅니다.

이러하니, 서두르지 마시고, 낯선 이의 성급한 혀에 기대를 품지 마시고, 되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주변 상황과 마음을 정리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성을 잡을 여유가 되신다면 시간과 돈을 들이는 한이 있더라도 행동수정치료, 인지 치료, 수면 장애 치료, 심리상담 치료, 향정신성 약물치료, 음악치료 등을 해보시기를 권유합니다.



3. 혼령을 본다는 것에 대한 오해


수많은 영화ㆍ소설ㆍ만화ㆍ기타 콘텐츠 등에서 혼령을 또렷이 목격하는 장면이나 묘사들을 심심찮게 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곡해에 불과합니다. 혼령은 볼 수 있지만, 이때 본다는 것의 의미는 꿈이나 생각, 상상을 통해 어떤 이미지를 능동적 또는 수동적으로 그리는 원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의미로 이해해야 합니다. 즉, 시각이 아니라 제6, 제7의 감각으로 보는 것이죠. 망막을 지나 수정체로 수용된 빛의 정보가 온갖 시신경을 타고 뇌에 전달되어 그것을 재해석한 후 본다는 개념은 절대 아닙니다.

우리는 꿈을 꿀 때 정확히 무엇을 볼 수 있지만 실제로 보는 것은 아니며, 심지어 평화로운 화풍의 풍경화를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동시에 야한 장면을 상상해 내어 그 장면을 풍경화를 배경으로 바라보는 것도 가능합니다.

혼령을 본다는 것의 개념도 그러합니다. 심안(心眼)이란 대상을 더욱 본질에 가깝게 볼 수 있는 능력을 눈에 빗대어 표현한 단어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현대의 퇴마는 불가지론에 가깝습니다. 감각이나 표상은 본질적 실재가 자기를 인간에게 제시하기 위한 상형문자(象形文字), 혹은 기호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프레하노프 등의 상형문자 설의 맥락에서 보면, 심안은 글자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글자 그 자체를 문자로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 것입니다. 인지과학에서 말하는 ‘추상적 동치 집합’에 대한 행동 시스템의 일부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 원시인에게 아무렇게나 낙서한 그림을 보여줍니다. 그 그림 안에는 알파벳으로 구성된 apple이란 단어도 섞여 있습니다. 원시인은 시간이 지나 그림 속에 섞여 있는 apple이란 형태를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그 뜻이 사과라는 것은 알지 못하지만, 이것은 그림이 아니라 어떤 기호를 지닌 표상이라 인지하게 되었을 때 원시인은 심안을 갖게 된 것입니다.

이렇듯 혼령을 본다는 것은 그 본질의 표상을 인식한다는 개념입니다. 플라톤주의에서 언급하고 있는 표현을 빌려오자면 우리가 느끼는 모든 존재를 포함하여 혼령이라 불리는 존재는 이데아들(ideas)의 불완전한 복사체(複寫體)인 것이죠.

한편, 심안은 대게 타고나는 것입니다. 후천적으로 노력이나 특정한 환경ㆍ조건하에 심안을 얻을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타고나지 않은 이상 얻기 힘들다고 여겨집니다. 또한, 심안은 실제로 본다는 개념의 목도가 아니므로 착시, 안구의 유리체 속에 떠다니는 운동성 부유물ㅡ비문증ㅡ, 환각, 폴터가이스트 현상과는 반드시 구분하여 이해해야 합니다.



4. 혼령의 물성에 대한 오해


혼령은 인간의 사고와 행위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혼령은 인간에게 직접적인 물리력을 행사할 수는 없습니다. 사고와 행위는 결국 물리적인 결과물을 수반하므로 앞의 두 명제를 정리해 보면, 혼령은 인간에게 간접적인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을 뿐입니다.

Ex) 사물ㆍ장소ㆍ동물 등 영매를 통한 각종 이상징후, 원인불명의 가위눌림과 간질성 발작, 불규칙적이고 편향적인 공포심과 불안장애, 급성 우울증, 해리성 장애 등이 있습니다.

혼령이 물리력을 행사한다고 오해하게 되는 원인은 일종의 고전적조건형성((古典的條件形成)을 쉽게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선험적으로 형성된 무조건자극에는 인간의 신체가 가진 기본적인 생리와 더불어 인간의 뇌가 반응하는 여러 고유한 심리기전이 있는데, 퇴마 신앙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바로 후자의 심리적 기전입니다.

가위눌림이라 불리는 수면마비는 수면 중 무의식의 최면 효과가 신체를 마비 하는 결과로 나타난다는 점, 극한의 공포심은 근육으로의 펄스 전달을 차단하고 신체를 무력화한다는 점, 확고한 문화적 인습과 신념은 일정 조건하에 만성적 사고결함을 불러일으킨다는 점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5. 혼령의 세계에 대한 현대 퇴마 신앙의 입장


혼령의 세계ㅡ사후세계 또는 그것에 대응할만한 무언가ㅡ에 대해 말하려면 우리가 현실로 인지하는 계 외의 계ㅡ공간 사이에 무수히 중첩되는 또 다른 계ㅡ에 대한 선결문제가 있습니다.

다중우주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ㅡ양자역학에서 나타나는 여러 역설적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ㅡ’다세계 해석’을 살펴보면 앙자얽힘과 결풀림이란 개념요소가 나오는데, 이는 노자와 달리 무궁무진한 혼돈을 긍정하고 무규정 상태를 진리로 삼은 장자의 실재관과 그 맥락을 같이합니다.

양자역학에서 말하는 각각의 ‘계’마다 존재하는 고전적 상태들이 관찰 앞에서 총체적으로 얽히어 중첩되어 나타나는 준고전적 상태들은 장자의 실재관이 추구하는 세 가지 개념요소로 바꾸어 말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불확실성’, 둘째는 ‘회의가 부정보다 체계적이라는 것’,, 셋째는 ‘모든 것은 상대적이라는 것’입니다.

즉, 양자역학과 장자의 상통점으로부터 유추한 특성을 적용하여 혼령의 세계가 있다고 가정한다면, 현 계의 준고전적 상태들은 심령현상으로, 삶과 죽음은 상대적인 것으로 인지되며 언어로밖에 존재할 수 없는 현실의 객관적 규범성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야말로 퇴마 신앙의 시발점이 되는 덕목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혼령의 세계에 대한 접근에는 언제나 열린 마음이 요구되며 편향된 심미안에 치우쳐 현상의 의미를 놓치지 않도록 늘 회의하고 탐구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Ex) 느낌을 거부하지 말 것. 이성과 감성을 애써 구분하지 말 것. 대상과 인지에 대해 끊임없는 화해를 시도할 것. 무엇을 알고 있는 지보다 무엇을 알지 못하는지에 대해 늘 고심하고 연구하는 자세를 갖출 것.




기부 추천 반대 신고
추천되었습니다.

▲ 다음글 꿈 절대 함부로 사고 팔지마 정1신병자 2018-10-05 [02:23]
▼ 이전글 재래시장에 왔던 구미호 정1신병자 2018-10-05 [00:14]
답글마당(1) 게시물이 재미 있으면 기부할 수 있습니다. (기부된 개념은 환불되지 않습니다.)
곰이새키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 읽으셧나 보네요 양자역학을 통한 해석 잘읽었습니다
00 추천 반대 댓글 삭제 신고 2018-10-11 02:13:52 119.xxx.xxx.xxx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네티켓의 기본입니다.게시물에 상관없는 댓글이나 추천유도성 댓글을 달지 마세요.
스포일러성 답글이 신고되거나 발견되면 이유불문 삭제 혹은 정학처리 됩니다. 유의 부탁 드립니다.
답글쓰기
한글 512자
로그인
[총장공지] 남에게 한 것은 반드시 나에게 돌아옵니다. 제발 악성답글, 상처주는 답글, 성적인 답글을 달지 말아 주세요.
▲ 다음글 꿈 절대 함부로 사고 팔지마 정1신병자 2018-10-05 [02:23]
▼ 이전글 재래시장에 왔던 구미호 정1신병자 2018-10-05 [00:14]
페이스북
트위터
목록
추천
반대
URL 복사
스크랩
맨위로

← CTRL+C 로 복사하고 CTRL+V 로 붙여넣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