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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훈련병때 있었던 일 2화
작성자 삶이무의미함
번호 76785 출처 창작자료 추천 38 반대 0 조회수 1,421
IP 14.xxx.xxx.xxx 작성시간 2018-05-16 17: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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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혁이에게 다가가 데리고 가야한다는 일념 하나로 빠르게 달려가려고 할 때사관의 우악스러운 손길이 내 몸이 묶여 버렸다그 자리에 옴싹달싹 못하고 있을 때 사관이 차분하게 말했다.

 

 

 

잘 봐저게 니가 알던 그 박혁 훈련병이냐?”

 

 

 

그 말에 시야가 점차 또렷해 지기 시작했다분명 평소와 다름 없는 혁이의 모습이었지만 눈동자가 보이지 않았다마치 뭐라도 홀린 듯 병신처럼 입을 벌리고서 침을 질질 흘리고 있는 혁이의 모습은 일주일 동안 봐오던 혁이의 모습이 아니었다.

 

 

 

사관님혁이가.. 혁이가.”

 

 

 

사관은 천천히 손에 힘을 빼며 걸어나갔다.

 

 

 

여기서 기다려.”

 

 

 

그렇게 혁이를 향해 천천히 가는 사관의 모습을 보며 부들거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을 때.

 

 

 

빠앙-

 

 

 

엄청난 클락션 소리가 내 귀를 강타했다본능적으로 뭔가가 일어날 것을 예측한 난 혁이를 향해 뛰기 시작했지만 그보다도 더 빠른 레토나의 속도는 나의 바램을 무참히 짓밟아 버렸다.

 

 

 

콰앙포탄에 맞으면 저런 소리가 날까듣기 싫은 소음 소리과 혁이의 몸은 그대로 내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혁아!”

 

 

 

사람이 죽는 것은 정말 순식간에 일어나는 일이다사고가 일어나는 순간도.. 구사일생으로 살아나는 순간도.. 매 순간순간에 우리 사람들은 생사의 갈림길에서 오고가고를 반복하는 것 같다지금의 혁이가 그런 것처럼.

 

 

 

혁아!”

 

 

 

혁이는 피하질 못했다사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더블백을 바닥에 팽개치고서 사관의 뒤를 빠르게 따르니사열대 근처에 죽은 듯이 쓰러져 있는 혁이의 모습이 들어왔다두근두근심장이 격하게 뛰기 시작했다다가가지 말라고 머리가 말하고 있지만 이미 몸은 혁이를 향해 뛰어가고 있는 상태였다.

 

 

 

혁아혁아!”

 

 

 

혁이와 가까워진다그에 따라 모습도 점차 또렷해진다.

 

 

 

“....”

 

 

 

혁이의 모습은 많이 달라져있었다사지가 기괴한 각도로 꺾여 있는가 하면 수 많은 핏물들을 입으로 게워내고 있었고끊임없이 발작을 하고 있는 상태였다사관은 딱딱히 굳은 얼굴로 사열대 뒤쪽에 정차되어 있는 레토나 쪽으로 빠르게 뛰어가며 외쳤다.

 

 

 

너 이 새끼너 누구야!”

 

 

 

사관은 잔뜩 흥분해 있었다그는 날렵하고 거칠게 레토나의 문을 열어제끼고는 운전자를 끌어냈는데그 운전자는 나도 익히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김상병?”

 

 

 

항상 우리를 못살게 갈구며 얼차려를 부여하던 김상병이었다왜 김상병이 저기에 타있는거지어째서 김상병은 혁이를..

 

 

 

김상병너 이새끼니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기나 해?!”

 

 

 

사관의 목소리가 연병장을 가득 메운다그 소리가 워낙 컸던 탓일까아니면 혁이를 쳤다는 사실을 깨달은 탓일까김상병은 두려움 가득한 눈빛으로 사관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졌다.

 

 

 

사관님.. 저 봤습니다!”

 

 

“...”

 

 

 

바짓가랑이에 매달린 김상병을 내치려는 사관은 곧 들려오는 소리에 동상처럼 멈춰버렸다.

 

 

 

상수.. 그 김상수 훈련병 말입니다그 놈이.. 그 놈이 아까 왔습니다제가이 두.. 두 눈으로 똑똑히 봤습니다!”

 

 

 

발작적으로 울부짖으며 눈물을 흘리는 김상병을 보던 사관은 이를 악물고는 그와 눈높이를 맞추며 낮게 중얼거렸다.

 

 

 

.. 진짜 거짓말이면 뒤질줄 알어라.”

 

 

정말입니다제가 왜.. 제가 왜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어디야안내해.”

 

 

 

우직한 얼굴로 김상병을 잡아 끄는 사관김상병은 눈물과 콧물 범벅이 된 얼굴로 허겁지겁 앞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그런 둘을 보며 어찌해야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을 때.

 

 

 

“......”

 

 

 

혁이의 목소리였다.

 

 

 

혁아?”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간신히 눈을 뜬 혁이가 애처롭게 날 올려다 보고 있었다하지만 그의 입에는 거칠게 들끓는 피 때문에 그 뒷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어떡해야 하지어떡해야..

 

 

 

쿨럭이며 내게 뭔가를 말하려는 혁이를 보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상체를 약간 들어주는 것 뿐이었다하지만 이것 역시.. 아니다차라리 목을 조금만 들어주기로 할까그럼 조금이나마 피를 뱉어낼 수 있을거야.

 

 

 

괜찮아..?”

 

 

 

혁이에게 다가가 살짝 고개만 돌려주기로 했다혁이는 한움큼의 피를 뱉고는 느릿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 조심해..”

 

 

“..혁아.”

 

 

빨리.. 빨리 도....”

 

 

 

혁이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그대로 정신을 잃어버렸다두 손에서 힘 없이 떨궈지는 고개의 무게를 느끼며 도움을 청하기 위해 중앙현관을 바라보니 아까 내게 말을 걸며 손을 뻗었던 훈련병이 무표정한 얼굴로 날 보고 있었다.

 

 

 

“..이 빌어먹을 새끼..”

 

 

 

모든 것이 저 놈 때문이다저 귀신 놈 때문에 상수와 혁이가.. 그리고 나 까지도 위험에 처하게 생겨버렸다.

 

 

 

따악.

 

 

 

훈련병은 오묘한 미소를 지으며 가만히 그 자리에 서있었다하지만 곧 다가오는 수 많은 조교들과 간부들에 의해 그 모습은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

 

 

 

들 것 가져와!”

 

 

앰블란스 대기 시켜바로 병원으로 간다!”

 

 

 

조교와 간부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곧 내게로 다가와 가볍게 안부를 물은 그들은 혁이를 챙기기 시작했다재빠르게 들것에 실은 그들은 곧 다가오는 앰블란스에 혁이를 조심스레 탑승시킨 뒤 빠르게 출발해버렸다.

 

 

 

“....”

 

 

 

순식간에 점으로 사라진 앰블란스를 보며 허망한 눈으로 양손을 바라보니 붉은 색 물감이라도 칠한 듯 새빨갛고 낯선 내 손이 보였다전투복 역시 많이 물들여져 있었다이게 바로 혁이 몸에서 나온건가사의 갈림길에서 헤매이고 있는 혁이의 마지막 증거인건가.

 

 

 

정신이 들지 않았다제정신으로 돌아오지 않았다간부와 조교들이 다가와 나를 추슬러주지 않았더라면 난 그 자리에서 꼼짝도 못했을 것이다그들은 곧 나를 이끌고 중앙현관 쪽으로 걸어갔고일부는 한쪽에 세워진 레토나로 다가갔다.

 

 

 

레토나 쪽으로 다가가는 두 명의 조교들을 보며 문득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해서 바로 옆에서 날 부축하고 있는 조교에게 물었다.

 

 

 

고장 나지 않았는지 체크해야 합니다저 레토나가 혁이를 치었습니다.”

 

 

 

내 말을 들은 조교는 곧 레토나 근처 조교들에게 고장 났는지 확인해.’ 라는 말을 건넸고 그들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심스럽게 레토나에 탑승했다곧 조용히 레토나와 조교들의 상태를 살피니 둘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레토나를 운행하면서 우리에게 말했다.

 

 

 

멀쩡한데앞에 찌그러진 부분도 없어.”

 

 

피도 묻어 있지 않아.”

 

 

“....”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그럼 김상병도 홀린 상태로 레토나를 운전했다는건가그럼 혁이를 저 거리까지 치고 나간 것은 대체 뭐란 말인가레토나가 아니라면..

 

 

 

"...."

 

 

 

 

 

의문은 풀 수 없었다.

 

 

 

 

 

***

 

 

 

 

 

허망한 얼굴로 생활관으로 다시 복귀하니 동기들이 걱정스런 눈으로 날 보고 있었다. 2주차부터는 본격적으로 제식을 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아무래도 부대 사정이 사정이다 보니 여러 가지로 미뤄지고 있는 것 같았다그러나 전혀 기쁘지가 않았다지금 내게 일어나고 있는 일과 크게 다친 혁이와 일동 병원에 입원해 있을 상수..

 

 

 

“?!”

 

 

 

가만분명히 김상병은 상수를 봤다고 사관에게 말했었다그럼 어디로 간거지둘은 어디로 가버린거지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이 들어 얼른 생활관 밖으로 나오니 고요한 복도만이 보일 뿐이었다저마다 생활관에서 대기하고 있으라는 명령을 받은 것인지 아무도 복도를 활보하고 있지 않았다.

 

 

 

난 빠르게 걷기로 했다그리고 어제 사관과 얘기를 나누었던 그 작은 생활관으로 가기로 했다왠지는 모르겠지만 그곳이라면 사관과 김상병 둘이서 얘기를 나누고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서둘러 중앙 계단을 올라 생활관 쪽으로 걸음을 옮기니 조교들이 의아한 눈빛으로 날 보는 것이 느껴졌다거기에 일일이 답을 해주지 않고 오로지 내 목적지를 위해 빠르게 걸었다그렇게 얼마나 갔을까눈에 익은 생활관 문이 보일 때 난 주저 없이 문을 열었다.

 

 

 

“....”

 

 

 

예상대로였다안에는 사관과 김상병이 앉아 있었는데둘 모두 담배를 피고 있었는지 흰색의 진한 연기만이 생활관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둘은 날 보아도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나 역시 경험자이고 목격자여서 그런 것일까.

 

 

 

문 닫아라.”

 

 

 

무미건조한 투의 목소리그렇게 말한 사관은 내게 담배를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입에 담배를 물고 불을 붙여주는 사관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한 뒤김상병을 가만히 바라보았다김상병은 영혼이라도 떠난 것처럼 생기가 없는 얼굴로 반복된 동작으로 담배를 물고 연기를 내뱉기만 할 뿐이었다.

 

 

 

“..어떻게 된겁니까?”

 

 

 

내 말에 사관은 말 없이 담배를 물었고김상병은 미세하게나마 어깨를 움찔거렸다난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아까 분명히 들었습니다상수가 부대에 다시 왔다고.. 사실입니까?”

 

 

“....”

 

 

 

김상병은 답을 하지 못했다대신 사관이 나서며 말했다.

 

 

 

그래김상병도 너와 비슷한 모양이다조교가 홀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럼 그동안에는 훈련병들 상대로만 그 증상이 나타난 겁니까?”

 

 

그랬었지하지만 이번에는 조교마저도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어진작에 이 부대를 없앴어야 했는데..”

 

 

 

사관은 군화발로 담배를 지긋이 밟고는 말했다.

 

 

 

어찌 됐든지 간에너희 둘은 이 부대에서 당장 나가는게 낫겠다그리고 대대장님도 방금 일을 보고 받았으니 분명 움직이실거야일단은 너희 둘의 상태가 가장 심각하니.. 이번엔 짐도 싸지말고 바로 떠나도록.”

 

 

 

사관은 내게 주어진 짧은 시간동안 일어난 일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듯 했다사관의 말대로 담배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찰나따악부러지는 소리가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

 

 

 

날카로운 감각이 피부 하나하나를 꿰뚫는 것 같았다주와악오돌토돌한 소름이 온 몸을 지배하기 시작할 때 김상병이 천천히 일어나기 시작했다.

 

 

 

“....”

 

 

 

고개를 숙인 상태에서 몸을 일으키는 김상병의 상태는 한 눈에 보아도 뭔가가 이상했다그것은 사관도 캐치한 모양인지 내게 물러나라는 손짓을 한 뒤천천히 김상병 근처로 돌아 걷기 시작했다.

 

 

 

저벅저벅군화소리가 고요한 생활관에서 유독 크게 들리는 듯 했다그 소리가 시발점이 되었을까김상병의 고개가 순간적으로 올라갔고거기에는 익히 봐오던 김상병의 얼굴이 아닌 혁이의 얼굴과 비슷한 것을 띄고 있는 하나의 귀신’ 이 서있었다.

 

 

 

허억!”

 

 

 

헛바람을 들이키며 뒤로 물러날 때 김상병은 내가 아닌 사관에게 달려들었다.

 

 

 

죽어죽어어어엇!”

 

 

 

크게 뛰어올라 사관을 바닥에 눕히는데 성공한 김상병은 곧 양손으로 사관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죽어키헤헤헤헤!”

 

 

 

굵은 침을 흘리며 입이 찢어져라 웃고 있는 그 모습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다그것은 영락없는 귀신의 모습이었다.

 

 

 

!”

 

 

 

그 악력이 상당했는지 덩치가 우람한 사관도 삐쩍마른 김상병 하나를 제대로 치워내지 못하고 있었다발을 몇 번 튀기며 김상병을 떼어내려다가 실패한 사관은 곧 내게 도움의 눈빛을 청했다.

 

 

 

“....”

 

 

 

그 눈빛을 모른척할 수 없었다사관이 죽어버리면 바로 다음 타깃은 내가 될 것이 뻔했다길게 망설이지 않았다얼른 김상병에게 달라 붙어 상체를 단단히 잡고 떼어내려는 순간.

 

 

 

넌 봐줄게.”

 

 

“?!”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었다단순히 귀로 전해지는 소리가 아니라 마음 속에서 울리는 거대한 무언가였다.

 

 

 

넌 봐줄테니 그대로 꺼져버려라난 이 새끼만 죽이면 되니까.”

 

 

“....”

 

 

 

내게만 들리는 말인 듯 했다사관은 여전히 곤혹스러운 얼굴로 나를 간절히 바라보고 있었고김상병은 정체모를 소리와 웃음을 지으며 격렬하게 사관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오인한!”

 

 

 

간신히 말을 뱉은 사관의 목소리난 더 이상 망설일 수 없었다.

 

 

 

젠장!”

 

 

 

그대로 몸을 내뺀다면 모든 것이 끝날테지만 이대로 사관을 두고 가기에는 내 양심이 허락지 않았다.

 

 

 

!”

 

 

 

사관의 숨이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하다사관의 발이 격하게 움직이는 순간 나 역시 김상병의 등뒤로 바짝 붙었다있는 힘껏 김상병의 허리를 감싸 당기려고 할 때 낯선 시선이 느껴졌다.

 

 

 

키히히히.”

 

 

 

목이 완전히 꺾인 상태의 김상병이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굵고 기다란 타액을 흘리며 나를 보고 웃는 모습은 지옥에서나 볼법한 괴물과도 같았다따닥김상병의 얼굴이 점차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그 손 놔라.”

 

 

.. 크윽!”

 

 

 

낯설고 더러운 기운에 몸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하지만 이미 시작한 일이다이대로 손을 허무하게 놔버리면 사관의 목숨은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따닥부러지는 소리김상병의 얼굴이 점차 가까워질수록 그 소리는 점차 거세졌다.

 

 

 

놓으라고새끼야.”

 

 

 

바로 지척까지 다가온 김상병의 얼굴흰자만이 가득한 눈동자와 귀까지 찢어져 있는 거대한 입 사이로 날름거리는 혓바닥그것은 더 이상 사람이 아니었다김상병이 아니었다이제야 그 소리를 알게 되었다.

 

 

 

..”

 

 

 

그것은 뼈가 부러지면서 나는 소리였다지금의 김상병의 몸이 그렇듯 과도한 움직임을 취한 뒤 항상 그에 따른 부작용으로 뼈가 부러지는 소리였던 것이다서서히 다가오는 얼굴하지만 거기가 최고 거리였는지 김상병의 얼굴은 더 이상 다가오지 않았다.

 

 

 

후회할거야후회한다기필코.. 후회할거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김상병은 위아래로 천천히 움직이다 순식간에 몸을 내쪽으로 돌려버렸다.

 

 

 

“!!”

 

 

 

그 결과 사관은 무사할 수 있었지만 거대하고 괴이한 힘은 그대로 내게로 전해지기 시작했다.

 

 

 

키히히히키헤헤헤!”

 

 

 

목이 늘어날대로 늘어난 김상병은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고그와 동시에 내 목은 단단히 조여지고 있었다.

 

 

 

!”

 

 

 

자유자재로 숨을 쉴 수 없다는 것이 이렇게 고통스러울 줄은 몰랐다거기에 원인 모를 귀신에게 그 공격을 당한다는 것은 여간 버티기 쉬운 것이 아니었다난 최대한 벗어나기 위해 김상병의 복부에 강하게 발길질을 했지만 뱃속에 뭐라도 넣은건지 거칠다 못해 딱딱했다.

 

 

 

후회할거라고 했잖아.. 킥키키키키!”

 

 

 

어느새 다가온 김상병의 얼굴그 괴랄한 얼굴에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질러버렸다.

 

 

 

.. 커억.. !”

 

 

 

하지만 목구멍이 조여질대로 조여진터라 그 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그렇게 얼마나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급박함을 느낄 때문득 머릿속으로 무언가가 빠르게 지나가기 시작했다매순간이 파노라마처럼 빛의 속도로 머릿속에서 생성되고 있었다어릴적 무엇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했던 이런저런 일부터 생전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고백을하고 시험을 망치고대학에 간신히 합격한 일들이 순식간에 나타났다가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했다.

 

 

 

.. .”

 

 

 

죽는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높은 하이톤의 웃음 소리가 서서히 희미하게 들릴 때 쯤이었다.

 

 

 

퍼억뭔가가 강하게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난 격하게 숨을 몰아쉬었다우드득그동안 참아왔었던 폐가 살기 위해 맹렬히 움직이기라도 하듯 요상한 소리가 났다.

 

 

 

허억!”

 

 

 

바로 이어질지도 모르는 공격에 난 얼른 몸을 일으켰다그리곤 거기에는 어느새 멀쩡한 상태로 서있는 사관이 나를 보고 있었다그리고 그 옆으로는 정신을 잃은건지 머리에 피를 심하게 흘리고 있는 김상병이 죽은 듯이 누워있었다.

 

 

 

“....”

 

 

 

김상병과 사관을 번갈아 보다 문득 밀려오는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사관님 이게 대체 어떻게 된겁니까어떻게..”

 

 

 

사관은 말 없이 서있었다그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나에게 다가오며 손을 내밀었다그것은 구원의 손길과도 같았다망설임 없이 사관의 손을 잡으며 일어나니 조금이나마 심신이 편해지는 것 같았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됐다일단 나가자.”

 

 

 

그렇게 말한 사관은 목 언저리를 쓰다듬었다언뜻 보니 빨갛고 선명하게 나 있는 손자국이 을씨년스러웠다나도 그와 같은 손자국을 갖게 된 것인가다시 한 번 바닥에서 쓰러져 있는 김상병을 보며 사관에게 물었다.

 

 

 

김상병은.. 김상병은 어떻게 합니까?”

 

 

“..몰라일단은 살고 봐야하지 않겠어움직여.”

 

 

 

지금으로서는 사관의 말이 최선이었다한 발한 발 천천히 내딛으며 문 앞에 도착할 때사관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사관님.”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는건가사관은 고개를 숙인 상태로 어깨를 들썩거리고 있었다흐느끼고 있는건지 작은 울음소리를 내고 있는 사관의 모습은 짧은 기간 동안 봐오던 사관이 아니었다아무리 어른이라도많은 경험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도 사람이었다사관은 두려움과 공포에 맞서 떨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사관님..”

 

 

 

하지만 일단은 나가야만 했다천천히 사관의 손을 잡고 문고리를 돌릴 때문득 느껴지는 이질적인 힘에 난 고개를 돌려야했다.

 

 

 

.. 키히히히.”

 

 

 

주루룩온 몸에 있는 땀구멍에서 땀들이 쏟아지는 것 같았다좌르륵온 몸에 죽어가던 세포가 순식간에 깨어나는 것 같았다.

 

 

 

“....”

 

 

 

무서웠다두려웠다미친 듯이 도망치고 싶었다고개를 돌리기 싫었다하지만 그 끌어당기는 힘은 생각보다 어마어마해서 난 힘 없이 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 ..”

 

 

 

나와는 머리 하나 차이가 나는 사관의 신장그 끝에는 백색의 안광을 갖고 있는 귀신이 커다랗게 웃고 있었다.

 

 

 

후회할거라고 했잖아..”

 

 

“....”

 

 

 

어떤 말도 뱉을 수 없었다어떤 행동도 할 수 없었다너무 놀라면 판단과 몸이 정지된다는 말이 사실이었다사관마저.. 사관마저 그렇게 홀린건가이 귀신은 아무에게나 붙어 다닐 수 있는건가?

 

 

 

저벅사관이 한 발자국 다가왔다그에 따라 입꼬리도 더욱 길게 찢어지기 시작했다찌익살이 찢어지는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은 생각보다 곤욕이었다다시 한 발자국을 내딛을 때 사관의 양쪽 입꼬리에는 대량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 킥킥킥키히히히키히히!”

 

 

 

커다랗게 입을 벌리며 사관은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고개를 완전히 젖히고 온 몸을 양옆으로 사정없이 뒤흔드는 그 모습은 내 인생에 지울 수 없는 괴기스러운 모습이었다.

 

 

 

.. 살려주세요.”

 

 

 

병신처럼난 그렇게 말했다이건 본능이었다살고자 하는 최소한의 본능이 그렇게 말했다하지만 내 말을 듣지 못했는지 사관은 연신 피를 흘리며 발작적으로 웃고 있었다.

 

 

 

키히히키히히힉!”

 

 

살려.. 제발.. 살려주세..”

 

 

 

내 말을 듣기라도 한건지 사관은 석상처럼 몸을 멈춘 뒤 고개를 90도로 돌리며 말했다.

 

 

 

그러니까.. 왜 내 말을 듣지 않았어후회할거라고.. 후회한다고 했잖아.”

 

 

제발.. ..”

 

 

그때 넌 도망갔어야 했어적어도 넌 봐줄 의향이 있었단 말이야.”

 

 

 

따닥다시 90도로 꺾인 사관의 목은 완벽하게 돌아가 있었다뚜욱굵은 타액과 붉은 혈액을 번갈아 흘리는 사관은 실소를 지었다.

 

 

 

인간이란 참..”

 

 

“....”

 

 

간사하단 말이지.”

 

 

 

그렇게 말한 사관의 몸이 점차 가까워지기 시작했다그것은 나에게는 죽음의 카운트다운이었다점차 거리가 좁혀지는 나와 사관의 사이를 두고 난 발작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으아아으아악!”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죽어라 소리를 지르는 것 뿐이었다병신같이 그거 하나 뿐이었다킬킬대는 사관의 웃음 소리를 들으며 정신 없이 소리를 지르고 있을 때바로 뒤에서 느껴지는 진동을 느낄 수 있었다.

 

 

 

콰앙-

 

 

 

진동은 점차 세졌다그리고 난 그것이 내 생명을 구할 유일한 탈출구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닫게 되었다.

 

 

 

하앗!”

 

 

 

어떻게 그런 판단을 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난 사관의 몸을 최대한 강하게 차낸 뒤 문쪽으로 달라붙었다그리고 있는 힘껏 문고리를 돌리니 미세하게나마 밝은 빛이 온 몸으로 쏟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 너어!”

 

 

 

틀림없이 날 구해줄 빛이리라난 마지막 남은 사력을 이용해 문을 강하게 열었고곧 눈부신 빛이 내 전신을 감싸기 시작했다.

 

 

 

“!!”

 

 

 

눈부신 빛이 순식간에 사라지고나니좀 전에 김상병과 사관을 찾기 위해 들어갔던 그 생활관 앞이었다.

 

 

 

“....”

 

 

 

굳게 닫혀 있는 생활관 문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아났다얼른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탈영하는 신분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이 부대에서 떠나고만 싶었다.

 

 

 

거기 훈련병.”

 

 

 

작은 소리에 미세하게 반응하는 내 몸을 가까스로 달래며 소리가 난 곳을 보니 한 조교가 나를 보며 서있었다조교는 심히 거슬린다는 얼굴로 내게 다가오며 손짓했다.

 

 

 

네가 왜 거깄냐여기 올라오면 안된다는거 몰라?”

 

 

“....”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것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 있었나악마 같이 보이던 조교가 내 눈앞에서 보인다는 것이 이렇게 좋을 수가 있었나.

 

 

 

근데 이 새끼가관등성명 안대냐얼차려라도 받고 정신 차릴래?”

 

 

아닙니다죄송합니다!”

 

 

관등성명 대라고 새꺄관등성명!”

 

 

“98번 훈련병 오!”

 

 

 

병신처럼관등성명을 대는 순간에 난 어린아이처럼 울어버렸다바보처럼 울음을 터트리는 나를 보며 조교는 약간 당황했는지 혀를 차며 말했다.

 

 

 

미쳤냐빨리 안내려가지금 제식 훈련 중인데 여기서 땡땡이를 까?”

 

 

죄송합니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행복했다허겁지겁 눈물을 훔치며 중앙계단으로 내려가니 익숙한..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사람의 뒷모습이 거대하게 확대되었다.

 

 

 

“!!”

 

 

 

몸이 먼저 반응하고 있었다거대하고 우람한 체구를 가진 사관이 어째서 저 자리에 있는 것일까다시 나를 공격해오려는 것은 아닐까사관 역시 귀신에 홀리지 않았었나?

 

 

 

“....”

 

 

 

머릿속에서 세포들이 맹렬하게 움직이며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때내 시선을 느낀건지 사관이 뒤를 돌아봤다.

 

 

 

..”

 

 

 

천천히 뒤를 돌아보는 그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었던 난 조금씩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몸이 그렇게 움직이고 있었다.

 

 

 

왜 그래?”

 

 

 

완벽히 모습을 보인 사관은 평소와 같은 모습이었다다행이라고 해야하는건지 불안하다고 해야하는건지 딱 꼬집어 말할 수 없었지만 아직 사관이 내게 해를 가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들지 않았다.

 

 

 

“....”

 

 

 

이런 내 낌새를 알아차렸는지 사관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천천히 내게 다가왔고난 자동적으로 뒷걸음질 칠 수 밖에 없었다그렇게 뒤로 한계단 한계단을 올라가고 있을 때 사관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어서 전출가야지밖에 레토나 대기시켜놨다김상병 그 놈 말은 다 뻥이었어.”

 

 

“..사관님.”

 

 

 

내 말에 사관은 걸음을 멈추고는 의아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사관에게 사실대로 말한다면 내 말을 믿어줄까그건 아니라고 오해한거라고 말할 확률이 높다.

 

 

 

“....”

 

 

 

가만히 생각하자단순히 귀신에 홀린 거라면 위층에서 본 사관은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사관과는 다를 것이다어떻게 하면 사관이 정상인지 확인할 수 있을까그 귀신은 어디든지 이동이 가능하고 원하는 사람에게 붙어있는 것이 가능하다면.. 이 부대 내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뭐해빨리 가야 한다니까너 지금 위험하다고 임마대대장님도 최종결정을 내렸어현 시간부로 이 부대는 폐쇄할거라고위에서 반대한다고 해도 책임지고 부대에 남아 있는 인원들을 모두 빼낼거라고.”

 

 

“..사실입니까?”

 

 

그렇다니까.”

 

 

 

사관은 더 이상 내게 다가오지 않았다대신 그는 뒤쪽에 주차되어 있는 레토나를 가리켰다.

 

 

 

“....”

 

 

 

하지만 아직 의심을 지울 수는 없었다주먹을 강하게 쥐고 사관을 가만히 보고 있을 때 수 많은 발소리가 오른쪽 복도 쪽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곧 많은 훈련병들이 더블백을 맨 상태로 계단 쪽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사실이었다훈련병들 모두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계단을 향해 내려가는 것이 보였다그 중에는 익히 알고 있는 생활관 동기들도 섞여 있었다.

 

 

 

알겠습니다.”

 

 

 

길게 망설이지 않았다서둘러 계단을 내려와 사관 앞에 서서 말했다.

 

 

 

감사합니다몸 조심하십시오.”

 

 

 

내 말에 사관은 말 없이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하며 훈련병들 사이에 껴서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하지만 뭔가가 이상했다뭔가가 불길했다이렇게 수 많은 인원들이 이동을 하는데 교통 수단이라고 달랑 레토나 한 대라는 것이 의아했다.

 

 

 

뭐지..”

 

 

 

훈련병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이동하고 있을 때.

 

 

 

따악.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수십번도 넘게 들려오는 소리어서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빨리 이곳에서 나가고 싶었다.

 

 

 

“?”

 

 

 

하지만 난 그럴 수 없었다어느새 일제히 멈춘 훈련병들의 시선이 내게 모아졌기 때문이었다따악.

 

 

 

훈련병들의 입가가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키히히히히.

 

 

 

듣기 싫은 웃음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여기저기를 둘러봐도 같은 얼굴의 훈련병들이 나를 보며 미친 듯이 웃고 있었다소리는 커지고 커져 이내 내 머리와 몸을 뒤흔들었다힘이 점차 빠진다제대로 서 있을수가 없다.

 

 

 

.. .”

 

 

 

"...."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

 

 

 

“....”

 

 

 

자연스레 눈이 떠졌다몸을 일으키고 주위를 둘러보니 내가 있는 곳이 병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하지만 민간병원이 아니었다여기저기 누워있는 환자들과 가끔 돌아다니는 간부들을 보아하니 군병원이 분명해보였다.

 

 

 

지잉귀가 아파왔다뾰족한 무언가가 달팽이관을 이리저리 헤집어 놓는 것 같은 더러운 기분이다.

 

 

 

..”

 

 

 

꽤 고통스럽다양손을 대고 귀 언저리 부근을 이리저리 문질러댔다그게 그나마 효과가 있었는지 약간은 고통이 가시기 시작했다.

 

 

 

..”

 

 

 

다시 누워서 가만히 천장을 바라본다분명 무슨 일이 있었던게 분명하다그렇지 않고서 내가 이 자리에 있을 리가 없다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건가어떤 충격을 받은 건가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때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어났냐?”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사관이 씁쓸히 웃고 있었다그는 목 주위에 군용 스카프를 두르고 있었다그러자 잊을 수 없는 잊기 힘든 웃음소리와 얼굴이 머릿속에 그려졌다부르르온 몸이 저절로 떨려왔다.

 

 

 

!”

 

 

 

숨을 쉬기 힘들었다뇌를 뒤흔드는 격한 공포에 내 몸은 이리저리 떨리기 시작했다발작이었다내가 발작을 일으킨다는 것도 그렇지만 발작이 일어나는 동안에 주변 환경이 뚜렷하게 보이고 인식된다는 것이 놀라웠다분명 난 병신처럼 몸을 떨고 있는데.. 어째서 다른 감각들은 멀쩡한걸까.

 

 

 

오인한야 임마!”

 

 

 

사관의 목소리가 들렸다그는 꽤나 당황한 듯 했다어깨 부근에 든든한 무언가가 느껴졌다따스한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하면서 점차 공포도 사그러들었다.

 

 

 

.... 하아..”

 

 

 

몸이 점차 안정되기 시작했다.

 

 

 

사관님..”

 

 

 

왜 상수가 그렇게 질색하면서 도망갔는지왜 혁이가 나를 보며 도망가라고 했는지왜 김상병이 그렇게 병신 같은 얼굴로 질질 짰는지모든 것이 이해가 되었다나 역시 그들과 같은 전철을 밟고 있었다.

 

 

 

사관님.. 무서워요무섭습니다크흑.. !”

 

 

 

어린아이처럼 울었다내 생에 가장 많은 눈물을 흘리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난 많이 길게 울었다그 옆에서 사관은 묵묵히 나를 다듬어주었고 어느 정도 내가 진정이 되었을 때 말했다.

 

 

 

일단.. 네게 말할 것이 있다.”

 

 

“....”

 

 

 

사관은 꽤나 망설이는 듯 했다눈을 이리저리 굴리면서 내 시선을 제대로 못 보는 것이 뭔가 숨기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하지만 난 캐물을 수 없었다이 이상 어떤 충격도 받고 싶지 않았다당장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

 

 

 

사관은 무겁게 숨을 내쉰 뒤내게 물었다.

 

 

 

들을거냐?”

 

 

“....”

 

 

 

궁금해졌다내 자신의 상태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주제에 사관의 다음 말이 기다려졌다설령 그것이 내게 어떤 결과를 가져다 줄지 몰랐지만..

 

 

 

.”

 

 

김상병.. 그 놈 죽었어.”

 

 

“....”

 

 

 

그건 별로 슬프지 않은 일이었다애초에 김상병과는 별로 왕래도 없었고 그와의 유대는 그리 깊지 않았으니까하지만 의외긴 했다그래도 가장 상태가 나아보였는데..

 

 

 

.”

 

 

“....”

 

 

 

또 있단건가?

 

 

 

.. 박혁 훈련병도 죽었다.”

 

 

“..그렇습니까.”

 

 

 

예상은 하고 있었다마지막 피로 범벅이 되어 있던 혁이의 모습에서는 살아날 희망조차 보이지 않았었다그럼에도 끝까지 나를 보고 도망치라고 말하던.. 혁이의 걱정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았다씁쓸했다마음이 아팠다.

 

 

 

사관님.”

 

 

그래.”

 

 

“..어째서어째서.. 우리들인 겁니까왜 우리가 이런 꼴을 당해야 합니까.. .. 그 부대는 진작에 없애지 않은 겁니까?”

 

 

 

설움이 받쳐 올라왔다당장에 사관의 멱살을 잡고 이리저리 흔들고 싶었지만 따지고 보면 그의 잘못도 아니었다단순히 그는 이 곳에 전출을 명 받은 것이었고죽어나가는 훈련병들을 본 죄 밖에 없었다.

 

 

 

사관은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나도 너처럼 그리 생각 안한줄 아냐처음엔 나도 무서웠어미치도록 무서웠지훈련병들이 죽어나가는데 내가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어그리고 그걸 묵시하는 대대장도그 위에 있는 사단장도 원망스러웠다.”

 

 

“...."

 

 

그래서 내 직접 가서 대면했다부대를 없애자고더 이상 훈련병들의 죽음이 늘어나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을 했지그들도 군인 이전에 한 가정의 귀한 아들이고 미래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인재이니까.”

 

 

 

사관은 주먹을 쥐며 이어 말했다.

 

 

 

허나 내 부탁은 거절됐다유가족들에겐 적당히 위로금을 줘서 달래자고 말을 하는 대대장과 사단장의 모습을 보며 난 질려버렸어그들은 훈련병의 목숨보다 부대가 갖고 있는 명예가 실추되지는 않을까걱정했지자신의 앞날이 두려웠던거야진급을 못할까봐평생 군인에서 썩어온 자신의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부정될까봐불명예 전역을 하게 될까봐 두려웠던거지.”

 

 

사관님..”

 

 

그 후나 역시 다른 부대로 발령 받게 되었다강제적으로 말야하지만 난 거부했지거부하면서 말했어내 기필코 훈련병들의 죽음의 원인을 밝혀내겠다고밝혀내서 이 부대를 끝까지 존속시키겠다고 말야하지만 그것도 처음이지.. 그게 반복되고 점차 횟수가 늘어날수록 난 지쳐만 갔다.”

 

 

 

사관은 무겁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할 수 있는건 없었다그리고 네게 해줄 것도..”

 

 

 

사관에겐 나 역시 해줄 말이 없었다원인 모를 현상에 대비하고 준비하는 것처럼 무모한 일이 어디있을까난 그에게 더 이상 어떤 것도 묻지 않기로 했다대신에.

 

 

 

사관님.”

 

 

“...”

 

 

상수는.. 상수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내 말에 사관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턱을 쓰다듬었다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고는 내게 말했다.

 

 

 

걸을 수 있겠냐.”

 

 

“...”

 

 

 

침대에서 내려오니 생각보다 가벼워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조심스럽게 슬리퍼를 신은 뒤 사관의 뒤를 따라나서니 복도 끝 쪽에 있는 테라스 쪽으로 걸어가는 사관이 보였다잠시 반대편 복도를 보니 중앙 쪽으로 나있는 조금 큰 홀이 있었고 그 반대편으로는 이곳과 같은 복도가 있었다.

 

 

 

짧게 주위를 본 뒤사관의 뒤를 따라나서니 테라스 쪽에서 담배를 물고 있는 사관이 보였다사관은 말 없이 내게 담배를 내밀었다.

 

 

 

치칙불을 붙여준 사관은 길게 연기를 내뱉고는 말했다.

 

 

 

그놈은 살아있어.”

 

 

“..상수가 말입니까?”

 

 

 

따지고 보면 상수가 가장 초기였다어째서 다른 사람들보다.. 혹 일찍 병원에 이동되어서 그런건가?

 

 

 

그래근데.. 그 놈.”

 

 

“?”

 

 

 

후우연기를 뱉는건지 한숨을 뱉는건지 모를 사관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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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난삐약이
빨리빨리!!!!! 키헤헤헤 다음편!!
10 추천 반대 댓글 삭제 신고 2018-05-16 17:56:40 110.xxx.xxx.xxx
난나니뇨
다음편!!!! 다음편이 절실하다!!!!
00 추천 반대 댓글 삭제 신고 2018-05-16 23:38:38 121.xxx.xxx.x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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