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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밖에나가지마시오 39화 [1]
작성자 삶이무의미함
번호 79057 출처 창작자료 추천 41 반대 0 답글 1 조회 711
작성시간 2019-12-02 20:2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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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다시 걸어 다음 차로 향했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창문은 검게 코팅되어 있었지만 농도가 약한 편이어서 밖에서 안을 조금이나마 볼 수 있었다.

 

흐음…….

 

고개를 가까이 들이대고 안을 살폈다. 앞 쪽에는 더 이상 숨을 쉬지 않는 남녀의 시체가 보인다. 남자의 손에 들린 권총이 당시 상황을 얘기해 주는듯 했다. 총은 어디서 구한거지? 일반인은 구하기 힘든 무기인데…….

 

뭐 있냐?”

 

뒷자석을 살피는 동생에게 물었다.

 

아니, 어린 애들이 죽어 있는 거 빼고는 없어.”

그래…….

 

차문을 열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건 시체의 손에 있는 권총 한 자루였다. 곧 역한 냄새에 헛구역질이 나왔다. 미안합니다. 아저씨 아줌마. 그리고 꼬마야. 딱딱하게 굳은 손에서 권총을 빼내 다시 문을 닫았다. 후우.. 숨을 몰아쉬며 인상을 간신히 핀다. 위잉- 길을 잃은 파리들만이 밝은 햇빛을 피해 여기저기로 날아다닌다.

 

총알 있어?”

 

총알집을 빼 확인했다. 어림잡아 3~4발이 보였다. 동생에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때 뒤에서 밴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준우 아저씨와 우민 형, 그리고 아저씨가 차례대로 나왔다. 세 사람은 우리를 보며 손짓했다.

 

굿모닝! 아침은 뭐로 할래?”

 

준우 아저씨가 해맑게 물었다.

 

초코바나 빵이 전부잖아요.”

틀렸어! 라면이다! 크하하하하!”

 

라면? 그 소리에 두 눈이 커진 우리는 밴 쪽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준우 아저씨는 콧노래를 부르며 밴에 다시 들어가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우민 형은 햇빛을 받으면서 멍하니 서 있었고, 아저씨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일어나보니 은혜랑 그 남자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찾아다닐 겸.…… 차도 둘러보고.”

그래……? 먹을 때가 되면 오겠지.”

 

아저씨는 당황한 기색 없이 담배를 빼물었다.

 

! 찾았다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꽤 커다란 냄비와 가스버너. 부탄가스 등이 나왔다

 

언제 이런 걸 챙겼어요? 못 봤는데…….

 

동생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하하하. 다 나의 실력이지. 라면이~ 어디 있지, 라면이~”

이 밴은 여행용이라 수납공간이 꽤 되네. 전에 병원에 들렸을때 운좋게 여러가지들을 챙겨 놨지 뭔가."

…….

 

부스럭 거리는 비닐 소리가 요란하게 났다. 찾은 모양이었다. 곧 준우 아저씨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라면 뭉치를 꺼냈다. 그 모습에 아저씨는 물론 우리도 희미하게 웃었다. 정말 오랜만에 웃어보는 것 같았다.

 

가스버너에 부탄가스를 넣고 요령 있게 불을 피웠다. 밴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생수병 여러개를 집어 냄비에 부었다. 우리는 라면 봉지를 뜯어 세팅하기 시작했다. 스프만 뜯었을 뿐인데도 나도 모르게 군침이 돌았다.

 

, 벌써부터 군침 도네.”

 

준우 아저씨는 양손을 싹싹 비비며 물이 끓기만을 기다렸다.

 

곧 서서히 끓기 시작하는 냄비 위로 수증기가 솟아올랐다. 우리는 기다렸다는 듯 라면을 모조리 넣었다.

 

풀이 걷히는 소리에 우리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밴의 바로 옆에서 은혜와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갈색 후드를 맞춰 입은 두 사람은 어딘지 모르게 낯설다. 은혜는 아저씨를 지나쳐 끓는 냄비 주변에 털썩 앉았다. 그리고 남자는 그 뒤에 조용히 서 있었다.

 

어디 갔다 왔어?”

…….

 

역시 아무 말이 없었다. 은혜는 그저 끓는 냄비만을 바라보았다. 아저씨가 그런 은혜의 행동을 설명해주었다.

 

먹을 때가 되면 항상 알아서 온다네.”

…….”

 

면발을 확인한 준우 아저씨는 다시 밴으로 들어갔다. 나와 동생은 스프와 기타 조미료를 그 위에 붓기 시작했다. 준우 아저씨는 나무젓가락을 가져와 모두에게 나눠주었다.

 

먹자~”

 

준우 아저씨가 제일 먼저 면발을 집어 올렸다. 그것을 시작으로 우리도 두런두런 모여 젓가락을 움직였다.

 

~”

 

아저씨가 면발을 내밀며 말하자 은혜도 같이 하고는 그대로 받아먹었다. 후루룩. 그대로 면발을 빨아내자 은혜의 고운 얼굴에 국물들이 튀었다. 그러자 뒤에 서 있던 남자가 후드 소매로 은혜의 얼굴을 닦아 줬다.

 

허허.”

 

예상치 못한 동작에 우리는 실없이 웃었다.

 

집사여?”

종놈이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번졌다. 조용히 서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우리와 다를 것 없는 사람이지만 붉은 눈동자는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았다. 아저씨의 말대로 저 남자를 멀리 해야 하는 걸까.

 

…….

 

아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저 남자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다시 젓가락을 들어 면발을 입에 가져갔다. 얼마만에 먹는 뜨거운 음식인지 위가 아우성 쳐대는 것을 애써 진정시키며 입을 움직였다. 

 

후루룩. 후룩.

 

고요한 고속도로 위에서 늦은 아침 식사가 이어졌다.

15분이 넘은 끝에 평온한 아침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부른 배를 통통 두드리는 준우 아저씨의 표정이 행복해 보였다. 동생은 냄비에 남은 국물까지 모조리 비워냈다.

 

후우…….

 

뜨거운 날씨에 정신없이 라면을 먹어서인지 이마에 땀이 흘렀다. 소매로 대충 닦고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폈다.

 

흐아아.”

 

온 몸의 근육들이 쭉 펴지는 것이 느껴졌다.

 

가자…….

 

식사를 마친 은혜가 옷을 잡아당겼다. 나는 은혜의 여린 손을 살며시 떼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위험하니까 멀리 가면 안 돼.”

가자…….

나랑?”

사람의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뒤에 서 있던 남자가 말했다그 말에 모두 동작을 멈추었다. 준우 아저씨는 담배를 끄고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흔적을 따라 가보니 작은 마을 하나가 나왔습니다. 메시아께서 모두 정상이라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아니, 그보다 은혜는 저 남자와 의사소통이 가능한 건가? 아니면 저 남자는 은혜의 행동과 표정에서 의사를 읽어내는 건가? 어쨌거나 마을이 있다는 것은 큰 수확이었다. 안전한 공간을 찾았다는 기대감이 서서히 부풀어 올랐다. 우민 형을 제외한 모두가 아저씨를 바라보았다.

 

흐음…….

 

아저씨는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은혜와 남자를 번갈아 보았다.

 

괜찮겠지…… 준비하자고.”

 

그러자 준우 아저씨와 동생은 기다렸다는 듯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이내 빠르게 정리를 마친 우리들은 밴에 올랐다. 멀쩡한 사람들이 있는 마을이라……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했다.

 

드디어 멀쩡한 사람들과 만나는 건가? 이거 기대되는데.”

 

준우 아저씨의 목소리가 잔뜩 들떠있었다. 우민 형도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은근히 안도하는 눈치였다.

 

부르릉.

 

조수석에 앉은 은혜는 손가락으로 특정 지역을 가리켰다. 덜컹이는 밴에 몸을 맡기다 문득 의문점이 떠올랐다. 트렁크 구석에 조용히 있는 남자를 힐끗 보고는 몸을 앞으로 빼 아저씨에게 속삭였다.

 

아저씨, 저 남자요.”

남자……?”

 

아저씨는 백미러로 남자를 힐끔 바라보았다.

 

글쎄…… 저런 케이스는 한 번도 본적이 없어서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두 완벽하게 치료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었거든. 인간의 모습으로 괴물의 힘을 낸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그럼 몸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요?”

충분히 그럴 수 있어. 하지만 저렇게 후드만 입고 벗을 생각을 안 하니 볼 수가 있나.”

 

새삼스레 남자가 걱정됐다. 과거엔 적이었었던 남자였지만 바로 어제만 해도 우리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 이상하게 남 같지만은 않았다. 일원으로 인정하는 걸까…….

 

밴이 심하게 덜컹거렸다. 잘 포장된 고속도로와는 다르게 온통 울퉁불퉁한 지형이었다. 어느 정도 지나자 은혜가 다른 쪽으로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저씨는 바로 밴을 꺾어 꽤 빠른 속도를 냈다.

 

은혜야. 언제 여기까지 온 거야? 멀리도 왔다 너…….

은혜는 원래 걷는 걸 좋아하네. 특히 낯선 곳에 데려가면 계속 돌아다니곤 했지. 마치 새로운 공간을 눈에 담는 듯 했어.”

 

아저씨의 얼굴에서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들은 적 있어. 정상인들과 정신지체 사람들과의 차이는 종이 한 장이라고. 그 한 장 차이 때문에 미쳤다, 미치지 않았다는 구분하는 게 웃기다고 어느 교수가 그랬었어.”

 

가만히 있던 동생이 앞으로 몸을 내밀며 말했다.

 

허허허. 흥미로운 얘기군. 맞아. 정신지체를 앓고 있는 사람들끼리는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하더군.”

 

아저씨는 호탕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 말에 준우 아저씨는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쑤욱 내밀었다.

 

그럼…… 말도 못하고 에~~ 거리거나 으~~ 거리는 사람들끼리 소통이 가능하다는 거예요? 형님?”

그렇다고 볼 수 있지. 그래서 전문가들이 그러는 거야. 정상인과 비정상인의 차이는 종이 한 장이라고. 실제로 미쳤던 사람이 다른 사람들과 정상적으로 소통을 하면서 왜 자신이 미쳤는지 이해하지 못했다고 해. 그 일로 머리에 큰 충격을 받고 다시 대화를 하려고 했지만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고 하더군. 덕분에 그 남자는 정상인으로 판명 됐지. 그 남자 말로는 정상인과 비정상인 사이에는 뭔가 보이지 않는 작은 차이가 있다고 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이야기지.”

그럼 은혜는 우리와 다른 세계에서 다른 시각으로 모든 것을 대하는건가요?”

……그럴지도 모르지.”

 

그렇게 수다를 떠는 끝에 저 멀리 무언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언덕진 곳에 밴을 잠시 세운 아저씨는 운전석에서 내려 아래에 위치한 마을을 훑어보았다. 규모가 아주 작은 마을이었다. 10가구가 될까 말까한 마을. 천천히 눈을 돌려 마을을 살폈다. 좌우에는 밭이 크게 자리 잡고 있었는데 한창 농사기간이라 그런지 일하고 있는 어르신들이 보였다.

 

여기야?”

 

머리를 쓰다듬으며 묻자 은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잘도 이런 곳을 찾았구나. 이내 아저씨는 다시 운전석에 올라 밴을 몰기 시작했다. 꽤 급격한 내리막길이라 몸이 앞으로 쏠렸다.

 

부우웅.

 

마을 입구에 다다르자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꽤 커다란 정자가 보였다. 그 정자 위로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우리를 신기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 만에 만난 정상인들인가. 모두 반가운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하나둘씩 밴에서 내렸다.

 

갑작스럽게 죄송합니다. 어른신들.”

 

제일 앞에 선 아저씨가 백발의 노인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그러나 어르신들은 냉담한 표정으로 우리를 훑어보았다. 아저씨는 손을 저으며 우리를 가리켰다.

 

우리는 정상인입니다. 안심하셔도 됩니다.”

그 말에 여럿이 죽어 나갔지.”

 

백발의 노인이 천천히 중얼거렸다.

 

, 아닙니다. 저희들은 정말…….

됐네. 여기까지 왔다는 것은 완전히 감염되지 않았다는 거겠지. 따라오게.”

 

백발의 노인은 마을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다른 어르신들은 우리를 가만히 보다 다시 정자에 올랐다. 하나같이 생기가 없는 얼굴이었다. 과연 이런 분들을 정상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노인을 따라 포장되지 않은 자갈길을 걸었다. 발바닥을 타고 느껴지는 낯선 감촉이 노인들이 우리를 대하는 감정 같아 여간 불편한게 아니었다. 

 

겁나 쌀쌀맞다 그지?”

 

준우 아저씨는 나와 동생에게 귓속말을 했다우리는 말없이 웃었다. 한 숨 돌리고 싶다는 욕구가 더 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다 들리네. 청년…… 나이가 먹었다고 해서 다른 감각이 완전히 무뎌지는 것은 아니지.”

, 죄송합니다.”

 

준우 아저씨는 헛바람을 들이키며 말했다.

 

킥킥킥.”

 

나와 동생은 작게 키득거렸다. 그게 백발 어르신과 나눈 마지막 대화였다. 구불구불한 자갈길들을 지나자 아담한 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길을 지날 때마다 농사를 짓고 있던 노인 분들이 우리를 이상한 눈초리로 보았다. 당연한 일이겠지. 지금 같은 상황에서 이방인의 존재는 그리 좋은 것이 아니니까.

 

백발 어르신은 두 번째 집을 지나 꽤 큰 골목길로 들어섰다. 그리고는 앞에 보이는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다른 집과는 달리 규모가 큰 집이었다.

 

끼이익.

 

낡은 소리를 내며 대문이 열렸다. 집 지붕에는 커다란 확성기와 녹색 깃발이 자리 잡고 있었다

 

으르릉.”

 

어르신의 집안에 있는 진돗개들이 우리를 보며 으르렁거렸다. 낯선 사람을 향한 경계 표시였다. 나와 동생, 아저씨, 우민 형까지 집안으로 들어오자 진돗개는 소리를 내며 짖었다. 하지만 남자와 은혜가 들어오자 언제 그랬냐는 듯 꼬리를 말고 자기 집으로 들어갔다.

 

끼이잉.”

 

그것을 가만히 보던 백발 어르신은 남자와 은혜에게 시선을 주고는 집안으로 들어갔다.

 

누추하지만 들어오게.”

 

 

 

어르신의 말에 우리는 조심스럽게 집안으로 들어갔다. 인원수가 많아서인지 신발을 놓는 바닥이 금세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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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팅이
응원합니당~~^^오늘도 힐링하구 가용!
00 추천 반대 댓글 삭제 신고 2019-12-04 00:2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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