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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밖에나가지마시오 35화 [2]
작성자 삶이무의미함
번호 79047 출처 창작자료 추천 46 반대 0 답글 2 조회 942
작성시간 2019-11-27 21:4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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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창가 쪽으로 걸어가 남은 파운트케이크를 입에 물었다. 푸석거리고 달달한 맛이 서서히 질려간다. 텁텁해지는 입안의 답답함을 조금이라도 날려보려 크게 숨을 내쉰다. 

 

그러고 보니…… 아까…….

 

김 대위는 뭔가 생각났는지 아저씨를 보며 말했다.

 

그러나 아저씨는 말없이 케이크를 먹기만 했다. 김 대위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는지 다시 케이크를 먹기 시작했다. 이윽고 식사를 마친 우리는 아직 남아 있는 잔재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일단 석궁들을 차례로 모아 수입을 했다. 여기저기 구부러지고 피가 묻어 있었지만 목숨을 지켜준 고마운 녀석들이었다. 석궁 수입을 마치자 20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김 대위는 구석에 있는 무전기를 가져왔다.

 

[여기는 브라보 소대. 들리는가?]

[여기는 차리 소대. 수신 상태 양호.]

[내일 합류하겠음.]

[양호. 자세한 위치는…….]

 

김 대위는 사전에 준비한 종이에 열심히 받아 적기 시작했다. 내일이면 두 사람과도 이별이네. 꼭 가야 하는 걸까. 5분 동안 통신을 마친 김 대위는 무전기를 끄고 종이에 적힌 내용들을 다시 검토했다.

 

우리랑 같이 가요. 부산에 사람들을 구하러오는 유람선이 온대요.”

우린 군인이야. 너처럼 민간인이 아니야.”

……지금 같은 상황에서 그런 게 중요해요?”

중요해. 우리마저 없어진다면 누가 너희들을 지켜주지? 나도 무섭고 도망가고 싶어. 하지만 내 뒤로는 민간인들과 우리나라가 있기 때문에 싸우는 거야.”

 

김 대위는 작게 웃으며 말했다.

 

알아요. 우리가 밤에 발 뻗고 자는 것도 군인들이 고생한 덕이잖아요. 물론 괴물들이 나타나기 전 얘기지만…….

맞아. 원래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한시라도 빨리 뭉쳐야 돼. 언제라고는 장담할 수 없지만 빠른 시일 내로 괴물들을 모조리 없앨 거야.”

.”

 

김 대위의 태도는 확고했다. 그 말은 즉, 이 소위도 같은 입장이라는 거겠지…… 다시 우리끼리 떠나야 하는 걸까.

 

저 남자는 어떻게 할까?”

 

그때 조용히 있던 아저씨가 물었다.

그제야 당구대에서 곤히 자고 있는 남자에게 시선이 향했다. 평범한 얼굴이었지만 자꾸 우두머리의 모습과 겹쳐보였다.

 

어떻게 하다니요……? 이제 사람이잖아요.”

그런 뜻이 아니야. 저 남자 때문에 은혜가 받을 영향을 생각해 봐.”

 

아저씨는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

메시아…… 은혜는 그렇게 말했었다. 저런 사이코 남자와 계속 있게 된다면 은혜는 어떻게 되는 걸까. 사태가 더 나빠지는 걸까? 하지만 이제 저 남자도 인간이었다.

 

떼어 놓아야 돼.”

?”

은혜와 최대한 멀리 떼어 놓아야 돼. 내일 아침 날이 밝으면…… 그렇게 하지.”

 

아저씨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김 대위도 더 이상 우리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은지 아무 말이 없었다. 이게 맞는걸까. 아무리 미치광이라고 해도 일단은 우리와 같은 사람인데…….

 

하지만 아저씨…… 멀쩡한 사람이라고요.”

알고 있네. 하지만 은혜보다 소중한 것은 없어.”

아저씨…….

 

변했다. 적어도 내가 알던 아저씨는 남을 함부로 버리거나 죽이는 성격이 아니었다. 갑작스레 기현이의 일이 떠올랐다. 동생이 화를 냈을 때도 은혜를 핑계로 넘겼었지. 아저씨는 은혜의 목숨이 기현이보다 몇 배는 더 가치 있다는 식으로 말했었다. 왠지 모르게 아저씨가 낯설다. 다른 사람을 대하는 것 같아 마음 한켠이 무거워진다.

 

"……."

그럼 우리가 데리고 가겠습니다.”

 

보다 못한 김 대위가 나서서 말했다.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창가 쪽으로 걸어갔다.

 

고맙습니다.”

 

나는 김 대위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인사는 무슨. 민간인들을 구제하는 것이 군인의 목표이기도 하니까.”

……그래도 저런 아저씨의 모습은 너무 낯설어요.”

네가 이해해. 민감한 상황에선 자기가 가장 소중히 여기고 싶은걸 우선적으로 하니까. 어찌 보면 당연한 거야.”

 

김 대위는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리고는 내일 출발할 짐들을 대충 꾸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김 대위를 가만히 보다 아저씨를 보았다. 사람이 저렇게까지 냉철해질 수 있는 걸까. ‘은혜라는 대상 앞에선 모든 걸 포기하며 주저 없이 버릴 수 있는 걸까답답한 마음을 풀기 위해 창가 쪽으로 걸어가 담배를 물었다.

 

후우…….

 

폐에 연기를 담아 천천히 내뱉었다. 몸이 붕 뜬 것처럼 기분이 좋아졌다.

 

내가 이기적이라고 생각하나?”

 

어느새 내 곁에 다가온 아저씨가 그렇게 말했다. 거기에 난 적당한 답을 찾을 수 없어 말 없이 담배만 빨아댔다.

 

나는 은혜를 위해서라면 내 목숨도 내놓을 수 있어. 실험실에서 고통 섞인 비명을 지르는 은혜를 보고 결심한 거야. 그리고…… 자네도 알잖나. 은혜의 목숨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아저씨 말에 멍해졌다. 잊고 있었다. 은혜가 얼마 살지 못할 거라는 것을…… 아아. 입에 물린 담배 끝이 점점 타들어갔다. 나는 담배를 털어낼 생각도 못한 채 그 자리에 굳어 버렸다.

 

나를 이해할거라고 생각하네. 아까 은혜가 흘린 피들을 보며 내 가슴은 오죽했겠는가.”

…….

 

아저씨는 느릿하게 걸어가 김 대위를 거들어주기 시작했다. 언젠가 은혜와 이별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괜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나도 이런 감정인데 아저씨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이 짧았다.

어느 정도 정리를 한 아저씨와 김 대위는 창가 쪽으로 다가왔다.

 

불침번을 정하지요. 우선 진성이가 먼저 서고 다음은 아저씨께서 해주십시오. 마지막은 제가 서고 바로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시계 바늘은 10을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준우 아저씨가 사용했던 의자를 끌어 앉았다. 아저씨와 김 대위는 당구대 위에 누워 일정한 숨소리만 낼 뿐이었다. 어둡고 고요한 시내가 한 눈에 들어왔다. 그동안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휘이잉.

 

차갑고 날카로운 바람이 얼굴을 간질거렸다. 다른 때 같았으면 춥다고 투정을 부렸겠지만 오늘만큼은 기쁘게 느껴졌다.

 

…….

 

1시간. 2시간. 3시간이 지나도 졸음이 오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 정신이 말짱했다. 기지개를 펴고 창문 밖으로 시선을 가져갔다. 거리가 고요했다.

 

똑딱. 똑딱시계 바늘 소리가 귀에 생생하게 들렸다. 1시였다. 자리에 일어나 아저씨가 잠든 곳으로 다가갔다. 단잠을 자고 있는 아저씨의 얼굴을 보자 깨우기가 미안해졌다.

 

내가 기웃거리는 것을 알았는지 아저씨가 눈을 떴다.

 

…… 깼어요?”

그런 걸로 미안해하지 말게. 괜한 것에 연연해 할 필요 없어.”

.”

 

아저씨는 빙긋 웃으며 모포를 치우고 당구대에서 내려왔다. 근데…… 가만?

 

…… 저씨?”

 

아저씨의 손등 부분이 까맣다. 어두워서 까만 것이 아니라…… 뭔가가 나있었다.

 

이거?”

 

아저씨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털들을 보여주고는 씩 웃었다. 다른 사람이야. 도망쳐야 해. 서서히 아저씨와 거리를 벌리며 떨리는 손을 간신히 진정시켰다. 꿀꺽. 숨이 가빠진다. 석궁을 아저씨에게 겨누었다. 아저씨는 두 손을 들며 나에게 걸어왔다.

 

, 어떻게 된 거예요?”

큭큭. 눈치가 정말 느리구나.”

 

뼈와 근육이 갈리는 소리가 나면서 아저씨의 모습이 순식간에 변했다. 처음…… 우리를 습격했던 그 우두머리였다. 이럴 수가…… 이럴 수는 없어. 어떻게 이게 가능하다는 거지? 말도 안 돼…….

 

놀랐나? 하지만 그럴 필요 없어. 곧 죽게 될 거니까!”

 

우두머리는 무서운 속도로 나를 향해 달려왔다. 피할 수 없었다. 날카로운 손톱이 내 목을 뚫을 것 같았다.

 

!”

 

번쩍. 눈이 떠진다. 재빨리 주위를 둘러보자 아직 어두운 시간이었다. 시계를 보니 12: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제길…… 꿈이었나? 이마에 흐르는 땀들을 닦아 냈다. 내가 잠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후우…… 꿈에서까지 우두머리를 만날 줄이야.

 

목을 축이기 위해 냉장고까지 걸어가 차가운 물을 마셨다.

 

후우…….

 

숨을 크게 내쉬며 다시 창가 쪽으로 걸어갔다.

 

제길…….

 

그 말 밖에 나오지 않았다. 거리는 평소로 돌아와 있었다. 꿈에서 본 거리와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었다. 무수히 많은 괴물들이 목적지를 잃어버린 채 돌아다니는 모습이 너무 낯설었다.

초조한 마음을 숨기고 녀석들의 동태를 천천히 살폈다. 이내 살금살금 걸어가 잠들어 있는 아저씨를 깨웠다. 아저씨는 기계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상황은 어떤가?”

밖에 녀석들이 있어요.”

그렇군. 수고했어. 쉬고 있게.”

 

아저씨는 내 어깨를 두드려주고는 자신의 석궁을 챙겼다. 느릿하게 창가 쪽으로 걸어간 아저씨는 내가 따로 마련해 둔 의자에 조심스럽게 앉아 녀석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나는 당구대 쪽으로 걸어가 몸을 뉘었다. 살짝 잠이 들었던 탓인지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하지만 날이 밝으면 이곳을 떠나야 하기 때문에 체력을 아껴둬야만 했다. 억지로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어나!”

 

얼마나 지났을까. 뭔가가 나를 깨우는 것 같다. 꺼져 있던 의식이 서서히 깨어나기 시작했다. 뭔가 다급한 사람들의 소리. 뭐지……..

 

일어나!”

 

준우 아저씨의 목소리에 눈을 떴다.

 

아저씨?”

 

준우 아저씨는 상기된 얼굴로 나를 강제로 일으키고는 석궁을 쥐어주었다. 얼결에 받아 든 나는 멍한 얼굴로 준우 아저씨를 바라보았다. 준우 아저씨는 말없이 출입구 쪽을 가리켰다.

 

. . .

 

아직 어두웠다. 그렇지만 밖에서 누군가 출입구를 두드려대고 있었다. 주위를 빠르게 둘러보았다. 은혜를 제외하고 모두 일어나 대비를 하고 있었다. 한 팔을 거의 못 쓰는 이 소위는 당구대 위에 앉아 총을 쥐고 있었다. 동생도 그 옆에서 총을 쥔 채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보면 몰라? 녀석들이 왔잖아.”

 

준우 아저씨는 화살 뭉치를 내밀며 말했다.

 

하지만…… 조용히만 있으면 눈치 못 채지 않나요?”

그게 안 되니까 이러지.”

……?”

 

준우 아저씨는 엄숙한 표정으로 서 있는 낯선 남자를 가리켰다. 우두머리…… 맞다. 그 녀석이다.

 

설마……?”

저 빌어먹을 녀석이 소리를 쳤다니까. 나 참, 미치고 팔짝 뛰겠네.”

 

낯선 남자는 은혜를 바라보며 가만히 서 있었다. 아저씨 말대로 남자가 우리에게 끼치는 영향은 적지 않은 것이었다. 

 

창문을 타고 올 것 같지는 않아. 하지만 수가 너무 많아.”

 

아저씨는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렇게 된 이상 총을 사용해야겠군요. 여러 마리가 뭉쳐 있을 땐 화력이 강한 걸로 대체해야 합니다. 진성아, 나 좀 도와줘.”

 

말을 마친 김 대위는 출입구에서 그리 멀지 않은 캐비닛으로 뛰어갔다. 나도 재빨리 뛰어가 김 대위가 건네주는 총을 받았다. K-2보다 약간 길고 총신이 얇은 모델이었다. 방아쇠의 위치도 손잡이와 가깝게 되어 있었고, 탄알집이 K-2보다 1.5배는 많아 보였다.

 

철컥.

 

두 아저씨는 시원하고 매끄러운 소리를 내며 총을 장전시켰다. 김 대위도 내게 다가와 총을 건네주었다.

 

"크아아!"

 

출입구는 금방이라도 깨질 것 같다. 임시방편인 여러 장애물로 문을 박았지만 유리로 된 문이라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녀석들이 아직 변신을 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었다.

 

가만 보니까 녀석들이 변신을 하고 유지하는 것도 힘이 있어야 하는 것 같아.”

 

준우 아저씨는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배고프고 허기진 상태에서는 그게 힘들다는 말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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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다감한
잘봤습니다
10 추천 반대 댓글 삭제 신고 2019-11-27 23:33:19
rkgnl99
응원합니다 작가님.
10 추천 반대 댓글 삭제 신고 2019-11-28 13: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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