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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날의 미화 下
작성자 삶이무의미함
번호 78469 출처 창작자료 추천 14 반대 0 조회수 815
작성시간 2019-06-03 18: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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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부터 그랬지만 내 감은 잘 틀리지 않는 편이었다. 어머니의 특유의 날카로운 감을 이어받아서 그런건지 몰라도 이게 좋은 쪽으로 작용하면 나름 얻어가는 것도 있지만 나쁜 일을 미리 예견하는 점에선 좋지 않다. 

“지 엄마 닮아서 눈치 하난 빠르다니까.”

가끔 장난삼아 아버지가 그렇게 말하곤 한다. 하지만 여기에도 단점은 있다. 알아도 대비할 수가 없는.. 이미 일어나버린 일도 어느정도 예측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그걸 막을 방법이 내게는 없다. 그럴 때마다 무기력한 기분은 언제나 나를 비참하게 만들곤한다. 

“아버지..”

두 달만에 찾아본 아버지의 모습은 많이 낯설었다. 이제 막 60 중반에 접어든 아버지의 모습은 80대라고 해도 믿을정도로 심하게 노화가 진행된 상태였다. 

“왔냐? 인한아.”

가래가 잔뜩 끓은 목소리와 함께 나를 반기기 위해 일어나는 아버지를 보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러기 위해 이럴려고 그 아저씨에게 아버지를 데려간게 아니었는데..

“아버지 괜찮아? 이게 대체..”
“나이를 먹으면 다 그런거 아니겠냐. 왜 이렇게 호들갑이야.”

설상가상으로 멀쩡했던 다리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 있었고, 다른 한쪽 다리 역시 심하게 절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였다. 다시 그 아저씨를 찾아가는 것. 그것 말고는 답이 없었다. 

알고 있다. 아버지를 원래대로 되돌려 놓는 대신 내게 따라오는 리스크가 어떤 것인지를. 그게 제대로 된다는 보장도 없지만 내게 유일하게 남은 가족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키고 싶었다. 

“아버지 나 금방 올게.”

힘 없이 손을 흔들어주는 아버지를 뒤로하고 차에 올랐다. 다시 문제의 장소로 가기 위해 차를 몰았다. 

***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문제의 장소로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간절히 찾고 있는 아저씨의 모습은 쉬이 보이지가 않았다. 점차 초조해진 난 온 거리를 배회했다. 아저씨가 갈만한 곳들을 모조리 뒤지고 다녔다. 하지만 그를 찾을 수는 없었다. 

“하아..”

해가 지고 땅거미가 지자 다리가 풀려버렸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괴감과 허탈감이 나를 구속해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시 무거운 한숨을 쉬며 스마트폰 액정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

지금 이 순간 유일하게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 사람. 창수 형님이 생각났다. 지금 형님에게 전화를 건다고 한들 제대로 답해줄지 의문이었지만 내게 남은 동아줄은 이거 하나다. 

오래 망설이지 않고 창수 형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곧 몇 번의 신호음이 울리더니 창수 형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한아. 무슨 일이냐.]
[..형님 실은요.]

난 그간의 일들을 모조리 창수 형님에게 털어 놓았다. 형님은 내 말에 무거운 한숨을 쉬고는 몇 분간 답이 없었다. 나를 무시하려는건지 더 이상 대꾸도 하기 싫은건지 알 수 없었지만 가끔씩 들리는 형님의 무거운 숨소리는 뭔가 말하기를 주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갈게. 기다려라.]

그 말과 함께 통화는 끝났다. 어디에 있다고 말하지 않아도 형님은 내 위치를 알고 있는 듯 했다. 곧 10분 정도가 지나자 형님이 나타났다. 두 달만에 본 형님의 모습은 조금 낯설었다. 30대 후반이지만 액면가로서의 그의 모습은 40대로 봐도 무방할정도였다. 

느릿하게 걸어오는 형님을 보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단 하나였다.

“..형님도 설마?”

내 말에 창수 형님은 씁쓸히 웃으며 벤치에 앉았다. 조심히 형님 옆에 앉아 몇 번 입술을 달싹 거리던 창수 형님이 말했다.

“우리 마누라. 임신을 하지 못해. 아니, 못했었지.”
“....”
“그 때문에 시댁에 눈치보이고.. 여러 가지로 맘 고생이 심해서 말야. 우울증도 앓았었다. 그런 마누라를 난 도저히 볼 수 없었다. 그래서 그 양반에게 소원을 빈거지.”
“그 아저씨의 정체는 대체 뭐에요?”

내 말에 창수 형님은 고개를 힘 없이 저었다.

“나도 몰라. 미화원을 처음 일할 때 그 양반을 봤었지. 당시 나도 너처럼 호기심에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봤지만 매몰차게 거절당했다. 그리곤 그 양반과 섞이지 말라는 단단한 주의를 받았지.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청소를 하고 있는데 그 양반이 다가와서는 글쎄..”
“네.”
“고민이 있냐고 묻더군. 그래서 그렇다고 했지. 아내가 임신을 못하고 있다. 지금 심신이 많이 지쳐있어서 나도 힘들다. 뭐 이런 식으로 말야. 그러더니 그 양반이 몇 번 눈을 껌뻑이더니 ‘됐다.’ 라고 하고는 가버리더라고.”
“그게 끝이에요?”

창수 형님은 허탈한 표정으로 긍정을 표했다.

“정말 간단하지? 그런데 놀라운건 아내가 바로 임신을 했다는거야. 물론 그 댓가로 내 모습은 이렇게 되었지만 내 경우는 좀 특이했어. 노화가 조금 느리게 진행되더라고. 아무래도 이건 개인차가 있는 것 같다.”
“그 아저씨.. 대체 언제부터 여기에 있던 거에요?”
“나도 몰라. 내 선배들도 모른다고 했어. 다만 확실한건 그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이지. 아주 오래전부터 봤지만 그의 얼굴은 항상 같았어. 나도 그 양반에 대해선 아는게 없어. 이런 일이 생길까봐 너한테 그렇게 말했던건데.. 아무튼 일이 이렇게 되어서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 말을 끝으로 창수 형님은 자리에서 일어나고는 ‘다음에 보자.’ 라는 말만 남기고서 떠나버렸다. 휘이잉- 저녁의 찬 바람이 온몸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난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선택을 해야 맞는걸까. 

***

다음 새벽까지 난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것이 너무나 한정적이기도 했고 단 한 마디의 말로 아버지를 원래대로 돌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마음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었으리라.

삐리릭. 삐릭. 정해진 시간에 울리는 알람을 끄고서 옷을 갈아 입는다. 도저히 머리가 정리되지 않는다. 그 아저씨를 만나면 난 뭐라고 해야 할까. 모든 것을 되돌려도 결국엔 악 순환의 반복이다. 애초에 아저씨의 존재가 없었더라면 이렇게까지 피해가 확대되진 않았을텐데..

“그래. 차라리 그 싹을 없애버리자.”

마지막 내 소원을 빌고서 아저씨를 제거하면 되는 일이다. 항상 비슷한 시각에 발작을 하고 있을 때를 노리는거다. 그래. 그러면 될거다.

서둘러 밖으로 나가 지정 장소로 차를 몰았다. 항상 미화를 하는 루트로 조금 걷자 익숙한 소음 소리가 귀로 들려왔다. 슥. 스윽. 슥. 아저씨가 분명하다. 서둘러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이동하니 문제의 아저씨가 느릿하게 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마음의 동요가 일었다. 과연 이 일이 맞는 것일까. 혹여 내 행동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보지는 않을까. 

“되돌리고 싶다고?”

얼마가지 않아 아저씨가 그렇게 말했다. 과연 그는 뭐가 달라도 달랐다. 

“예.”

내 말에 아저씨는 말 없이 어느 한 곳을 응시했다. 그러기를 몇 초. 

“됐네.”

그리고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아저씨. 조금은 허무해진 마음과 함께 품 속에 잘 숨겨두었던 부엌칼을 꺼내 들었다. 차라리 여기서 끝내버리는게 맞을지도 모른다. 내 공격에 그가 죽을지 심한 내상을 입을지는 알 수 없지만 내 선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이게 전부다. 

컥. 커억!

이번엔 발작이 조금 빠르다. 아저씨에겐 고통의 시간이지만 내게는 모든 것을 끝낼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서둘러 그에게 다가가려 발을 떼는 순간. 

“나라면 그렇게 안할거야.”

아주 익숙한 목소리. 바로 어제 심각하게 고민을 털어 놓았던 창수 형님이 돌연 모습을 드러냈다. 형님의 뒤로는 수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한 눈에 보아도 아저씨와 연관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건 좋지 않은 징조다.

“여기서 끝내야해요. 이 이상 악순환은 막아야 한단 말입니다!” 

내 말에도 사람들은 듣는척 마는척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그 중 선두에 선 창수 형님이 한 손을 내밀며 말했다.

“자, 너도 조금만 생각을 해보면 알거야. 저 양반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도움을 주는지 말이야. 인한아. 세상을 살아가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어. 불가능한 일이 내게는 절실해질 수가 있다고. 그걸 이루어주는게 바로 저 양반이야. 너도 그걸 알고 있다면 그런 무모한 짓을 하지 않는게 좋을거야.”
“형님.. 저도 알아요. 하지만 이러면 더 많은 희생자들이 생겨날거라고요! 인간은 자연의 섭리대로 살아가야 합니다. 이건 욕심이라구요. 제발 제 말을 들으세요. 여러분들! 아무리 저 아저씨가 모든 일을 이루어준다고 해도 그건 공짜가 아니란걸 잘 아시지 않습니까!”
"욕심? 방금 전만해도 이 양반에게 소원을 빈 네가 할말은 아닐텐데?“

사람들은 동요하지 않았다. 그것보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방금 아저씨에게 소원을 빌었다는 것을.. 

“이쯤에서 그만해라.”

잘 훈련된 군인들처럼 오와 열을 맞추며 내게 다가오는 그들의 모습은 하나의 꼭두각시 군단이었다. 

커..억. 컥!

아저씨의 발작이 거의 멈춰가고 있다. 점차 내게로 다가오고 있는 사람들에게 저항할 힘이 없는 난 공격을 포기해야만 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올 기회를 잡기 위해 좀 더 면밀한 계획을 세워야만 할 것 같았다. 

“좋아요. 알았어요. 내가 물러날게요.” 

내 말에 창수 형님은 딱딱하게 말했다.

“그럼 그대로 가라.”

그 말과 함께 사람들 역시 움직이지 않았다. 이건 마치 잘 길들여진 애완동물들 같았다. 모두가 아저씨에게 속해 있는건가. 아니면..

“..잠깐.”

이어 들려오는 아저씨의 목소리. 순간 사람들이 길을 열었다. 어느새 멀쩡해진 모습으로 변한 아저씨는 곧 내게 다가오며 말했다.

“그렇게는 되지 않을거다. 청년.”
“!?”
“난 아직 여기가 즐겁거든.”

씨익. 아저씨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와 동시에 보이는 날카로운 송곳니는 사람이 가질 만한 것이 아니었다. ‘쳐라.’ 그렇게 말한 아저씨는 사람들 사이로 모습을 감췄고 곧 기세를 바꾼 사람들이 내게 달려오는데에는 정말 순간이었다. 

“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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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작 [녹색도시] 잘 부탁드립니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841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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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발상
글 느낌이 퇴마록 느낌이네요 내용말고.. 문체같은게 하이텔시덜 인터넷소설 생각남 그거랑 비슷하게 쓰신건가요?
00 추천 반대 댓글 삭제 신고 2019-06-07 22:09:36
삶이무의미함
아녀 원래 제 스타일이 이렇습니
00 추천 반대 삭제 신고 2019-06-08 08:4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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