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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좀비 도시 - 13화 [4]
작성자 육지다
번호 78238 출처 창작자료 추천 29 반대 0 조회수 1,142
작성시간 2019-01-26 18:3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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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파마 머리 남자의 말에 순간 말문이 막히자, 업혀있던 정수아가 나섰다.

"제발 좀 도와주세요. 부탁드려요."

순간 파마 머리 남자가 쭉 찢어진 두 눈으로 정수아를 훑어보았다.
그리고 방금 전의 싸늘한 표정과는 정반대로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흠흠.. 그렇게 부탁하면... 나원 참."

파마 머리 남자가 운전석 쪽으로 자리를 옮기더니 뒷자석을 가리키며 말했다.

"빨리 타라고 친구들."

그의 갑작스런 태세 변환이 역겨웠지만 일단 차 안으로 들어갔다.

'새끼, 여자 한 번 더럽게 밝히네."

"자, 출발한다~"

내가 차문을 닫자마자, 승합차는 지훈이 형이 사투를 벌이고 있는 곳으로 출발했다.
지훈이 형은 계속해서 몰려오는 좀비들을 상대로 용케도 아직 버텨내고 있었다.
벽의 모서리 쪽에 등지고 서서 미친듯이 야구방망이를 휘둘러대며 버티고 있는 그의 모습은 경이로울 정도였다.
그 주변은 아예 피바다가 되어있었다.

"설마 물린 건 아니지?"

파마 머리 남자의 물음에 나는 강하게 부인했다.

"안 물렸어요!"

그렇게 말하면서 속으로는 나도 형이 제발 안물렸기를 빌고, 또 빌고 있었다.

빠아아아앙 ㅡ !

파마 머리 남자가 클락션을 울리자 지훈이 형을 둘러싼 좀비들 몇 명이 승합차 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파마 머리 남자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밀어버렸다.

쿵-! 쿵-!!

좀비들이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와 충격에도 파마 머리 남자는 계속해서 직진했다.
그리고 우리가 탄 승합차는 그대로 지훈이 형 앞의 좀비들을 쭉 밀고 지나갔다.

"뭐하는거에요! 지나쳤잖아요!"

"그럼 저기서 태우라고? 길을 만들어준 거 잖아."

"네?"

파마 머리 남자는 그대로 승합차를 U턴 시켰다.
좁은 길에서 U턴 하느라 속도가 죽은 사이에 좀비 놈들이 승합차로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쾅! 쾅!

좀비 놈들이 차 밖에서 이빨을 들이밀며 차에 몸을 들이박았다.

"으... 좀비 새끼들, 꺼져 좀."

파마 머리 남자는 U턴 후 차를 이리저리 거칠게 틀면서 좀비 놈들을 떼어내려 했다.

우리가 시간을 버는 사이에 지훈이 형이 차에 치인 좀비들을 넘고서 대로 쪽으로 달리고 있었다.
지훈이 형도 체력이 고갈된 건지 거의 쓰러질 것처럼 비틀거리고 있었다.

"지훈이 형을 태워야 돼요!"

"알아 임마, 소리 그만 질러."

좀비 놈들이 얼추 떨어져 나가자, 승합차는 그들을 그대로 짓밟고 지나가 지훈이 형이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빠아아아아앙 ㅡ !!

파마 머리 남자가 울린 클락션에 지훈이 형이 돌아보았다.
지훈이 형의 모습은 피범벅이 되어 좀비인지 사람인지 구분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에이씨, 괜히 도와준다했네. 물린 거 아냐? 물렸으면 안태울거다."

승합차는 지훈이 형 바로 앞에서 멈췄다.
차문을 열자마자 지훈이 형이 비틀거리는 몸으로 재빨리 차 안에 탑승했다.
그리고 차는 그대로 출발했다.


"쿨럭쿨럭... 으으...."

"형 괜찮아요? 진짜 고생 많았어요."

나는 의자에 기대어 가쁜 숨을 내뱉는 지훈이 형의 손을 꽉 붙잡고서 말했다.
창 밖을 보니 좀비 무리들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살아남았다는 희열감과 함께 온몸에 긴장이 풀렸다.

정수아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살려줘서 고마워요 오빠. 정말로..."

하지만 지훈이 형은 우리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애꿋은 천장을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아씨, 의자에 피 오질라게 묻었네. 거기 안물린거 맞지?"

파마 머리 남자의 의심에 나는 발끈하며 소리쳤다.

"안물렸다니까요!"

"...아니, 물렸어."

지훈이 형이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네...?"

"물렸다고. 나...."

지훈이 형의 폭탄 선언에 차가 그 자리에서 멈추었다.

"내리슈."

파마 머리 남자의 싸늘한 말에 지훈이 형은 별 대답 없이 차문을 열었다.

"아니, 잠깐만요 형."

내가 따라서 내리려 하자, 지훈이 형이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따라오지마."

"형...!"

"오빠..."

지훈이 형의 표정은 언제나처럼 무덤덤한 그 표정이었다.

"가족들한테... 가족들한테.. 나 친구들 만나러 떠났다고 전해줘."

"형..! 아니... 어쩌시게요?"

"글쎄다.. PC방에 공짜로 게임이나 하러 가볼까? 아 지금 인터넷 안되지 참..."

"저도 같이 갈게요... 형!"

지훈이 형은 따라 내리려는 나를 만류하며 말했다.

"아니야. 너는 아주머니 찾아야지. 그리고 내 가족들한테 말도 대신 전해줘야 되고..."

"하지만..."

"가라."

지훈이 형이 입에 담배 한 개비를 꺼내물고서 앞좌석의 파마 머리 남자에게 말했다.

"출발하시죠."

쾅!

문이 닫히고, 창 밖에서 지훈이 형이 담배를 피우며 내게 손을 흔들어주고 있었다.
정말 슬펐지만..
정말정말 슬펐지만....

나는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가 탄 흰색의 스타렉스는 그대로 출발했다.


흑... 흑.....

옆쪽에서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이 여자가 아까 자빠지지만 않았으면...'

정수아가 자빠지지만 않았어도, 지훈이 형은 무사히 도망칠 수 있었을 것이다.

'지훈이 형은.. 이 여자 때문에 물린거야.'

지훈이 형을 잃었다는 허탈감과 형을 따라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는 부끄러움이
정수아에 대한 원망으로 바뀌었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는.. 그저 화풀이에 불과했지만, 이미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힘들 정도로 멘탈이 흔들리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에 미안한데.. 앞으로 계획이 어떻게 되냐?"

"...일단 집에 가려고요. 여기서 내려주셔도 돼요. 태워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아니, 데려다 줄게. 집이 어딘데?"

파마 머리 남자는 생각 외로 우리에게 더 호의를 베풀었다.

"저는 금정동 삼용아파트요."

일단 지훈이 형과의 약속대로 가족들한테 형이 남긴 말부터 전해줘야 했다.

"거기 여성 분은 목적지가 다르신거야?"

파마 머리 남자의 물음에 나는 정수아를 쳐다봤다.
정수아도 마찬가지로 눈물 맺힌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솔직히 꼴도 보기 싫었다.

'이제 같이 다닐 이유도 없겠지.'

"누나는 집으로 가셔야죠."

내 말에 정수아가 멍한 얼굴로 대답했다.

"
.그래야지...."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파마 머리 남자가 정수아에게 물었다.

"거기 여성 분은 목적지가 어디십니까요?"

"저는 중정동 신한아파트요.."

"그럼 저기 저 학생부터 데려다주고, 바로 데려다 드리겠습니다요 하하."

나랑 대화할 때랑은 상반되는, 속보이는 느끼한 말투였지만 그런 걸 신경쓰기 힘들 정도로 이미 나는 정신적으로 너무 지쳐있었다.

"네.. 감사합니다.."



5분 정도가 지나고.
내가 살고 있는 삼용 아파트 2단지가 눈 안에 들어왔다.
아파트 단지 쪽에서 커다란 진동 소리가 들려왔다.

쿵...! 쿵...!

어디선가 한 번 들어본 적 있었던 익숙한 진동음이었다.

'설마...'

"뭐,뭔데?"

파마 머리 남자가 당황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쿵...! 쿵...!

"이거 위험한 거 아냐? 돌아가야 겠... 저거 뭔데..? 이런 씨부럴."

아파트 단지 정문 앞.
사람들이 무언가에 쫓기듯이 단지 바깥으로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그리고 뒤이어 거대한 무언가가 뛰쳐나왔다.

쿵...!!

입이 툭 튀어나온 거대 괴물.
어제 봤었던 그 괴물이었다.

우오오오오 ㅡ !!!

괴물의 우렁찬 고함 소리가 아파트 단지 내에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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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수집가
재미있어요! 작가님 현기증나요 다음편 주세요><
10 추천 반대 댓글 삭제 신고 2019-01-26 19:56:15
육지다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10 추천 반대 삭제 신고 2019-01-29 20:10:10
닭목비빔밥
아 지훈형이랑 러브라인 기대했는데ㅠ
20 추천 반대 댓글 삭제 신고 2019-01-29 18:26:34
육지다
ㅠㅠ
10 추천 반대 삭제 신고 2019-01-29 20: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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