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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밖에나가지마시오 42화 [1]
작성자 삶이무의미함
번호 79065 출처 창작자료 추천 59 반대 0 답글 1 조회 1,582
작성시간 2019-12-05 22:3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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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씨구…….

정말 돈 주고도 못 볼 구경거리네요.”

 

준우 아저씨와 동생은 죽이 잘 맞았다. 그러나 틀린 말도 아니었다.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파괴의 욕구가 꿈틀거리며 머리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더 죽이라고 괴물에게 말하고 싶었다.

 

크르르. 낮게 운 녀석은 동료의 살덩이를 질겅질겅 씹으며 뒤로 물러났다. 이대로 쭉 이어지면 밴과 부딪히게 된다.

 

아저씨…….

알고 있네.”

 

최악의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고작 저 한 놈 때문에 모든 걸 망칠 순 없는 노릇이었다. 어떻게 하지? 밴을 두리번거리며 녀석들의 주의를 끌만한 것을 찾아보았다. 그러다 문득 우민 형의 옷에 눈이 갔다. 피로 새빨갛게 염색된 옷…… 어쩌면 녀석들의 주의를 끌 수 있을지도 모른다.

 

부욱. 옷을 손으로 찢어 초코바에 감싸 묶었다. 아직 촉촉이 젖은 옷에서 비릿한 피 냄새가났다.

 

조심해…….

 

지금 던져서는 안 돼. 녀석들이 조금 더 다가온 후에…… 그 후에 던져야 해.

 

크르르.”

 

녀석은 낮게 이를 갈기만 할뿐 섣불리 공격을 못했다. 다른 녀석들은 가소로운 미생물을 대하듯 여유를 부리며 압박했다. 속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제발 성공해야 할 텐데…… 10미터. 9미터. 8미터. 지금이다! 작은 소리를 내는 순간 게임오버였다. 수동으로 밴의 창문을 서서히 열었다. 어설프게 창문을 여는 것보다 확실하게 연 뒤, 멀리 던지는 것이 가장 나은 선택일 것 같았다.

 

캬오오! 바로 앞에서 들리는 포효소리. 눈을 질끈 감고 손에 들린 옷 조각을 단단히 쥐고 창문 밖으로 던졌다. 손을 떠나간 옷 조각은 빠르고 높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순간 산뜻한 피 냄새 때문인지 녀석들의 고개가 순간적으로 돌아갔다.

 

좋아…….

 

왼손으로 창문을 올리며 녀석들의 행동을 주시했다.

 

크아아!”

 

효과가 있었다. 녀석들은 옷 조각을 먹이로 인식했는지 거기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홀로 남은 녀석은 그대로 몸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녀석은 맹렬한 속도로 밴 쪽으로 뛰어오는데 그게 너무나도 공격적이어서 심장이 벌렁거렸다. 설마…… 우리를 눈치 챈 건 아니겠지?

 

타다다닥녀석은 빠른 속도로 밴 옆을 지나쳤다. 그러나 서서히 닫히는 문틈 사이로 녀석의 붉은 눈빛이 내 눈과 마주쳤다

 

“!!”

크르르.”

 

그 찰나의 순간에 몸이 그대로 굳어져버렸다. 일이 꼬이는 게 아닌가 걱정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녀석은 우리를 지나쳐갔다. 후우…… 서둘러 창문을 닫고 몸을 기댔다.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 숨도 제대로 못 쉴 정도였다.

 

최소한의 도리일지도 몰라.”

 

그것을 지켜보던 준우 아저씨가 말했다. 과연 그럴까? 본능으로 움직이는 녀석이 그 짧은 순간에 우리를 배려할 여유가 있었을까

 

크아아아!”

 

이내 그것이 미끼였다는 것을 눈치 챈 녀석들은 도로로 다시 뛰어와 없어진 배신자를 보며 분노의 포효를 질렀다. 그리고는 동료의 시체로 뜯어먹기 시작했다.

 

쓰레기들이구만…… 정말.”

살아가려면 어쩔 수 없겠죠. …….

 

10분 정도가 지나자 녀석들은 그대로 몸을 일으켜 미련 없이 거리를 활보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밴 쪽으로 오지 않고 쭉 이어진 고속도로를 누볐기 때문에 안심할 수 있었다.

 

후아…….

 

저마다 안도의 숨을 내쉬며 의자에 몸을 묻었다. 긴장이 한순간 풀려서인지 스르르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

 

고맙다는 표시였습니다.”

 

그때 고요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고개를 돌려 남자를 바라보았다. 어두운 밴 안에서 빛나는 남자의 붉은 눈은 녀석들과 같은 그것이다. 남자의 입이 고요히 움직였다.

 

최소한의 예의를 지킨 겁니다.”

저 녀석의 말을 알아듣나?”

느낌일 뿐입니다.”

……괴물들도 그런 지성을 가졌나?”

 

준우 아저씨 물음에 남자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서서히 진화합니다. 처음에는 본능으로 움직이다가 나중에는 생각을 하고 의사소통을 하면서 움직이게 됩니다. 물론 인간의 말은 시간이 지날수록 전혀 하지 못하게 됩니다.”

개처럼 으르렁거리거나 짖는다는 식으로 대처하는 건가?”

그렇습니다.”

그럼 당신도 그렇게 된 건가? 시간이 오래 지나서 그런 지성을 갖고 유창하게 말을 하게 된 거 말이야.”

모르겠습니다. 일어나보니 모든 괴물들을 통제하고 있었고, 인간인 상태와 다를 봐 없었습니다. 다만 신체적인 능력이 인간의 기준을 훨씬 넘어서 있었습니다.”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인간인 상태와 다를 게 없다…… 괴물이 점점 진화한다? 어쩌면 우리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위험해질지도 몰랐다.

 

그러고 보니…… 당신은 괴물일 때의 힘을 그대로 갖고 있더군?”

 

아저씨의 물음에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준우 아저씨가 그 말을 받았다.

 

어떻게 된 거지?”

그저…… 그렇게 원했기 때문입니다.”

?”

메시아를 지키게 해달라고 간절히 바랐기 때문입니다.”

뭐야. 농담하지 말라고. 그럼 괴물이 되고 안 되고의 차이는 본인 의사와 관련이 있다는 거야?”

 

준우 아저씨는 헛웃음을 내쉬며 말했다.

 

그럴지도.”

 

준우 아저씨는 고개를 저으며 눈을 감았다. 그러나 과학자였던 아저씨만은 우리와 다른 반응이었다.

 

컨트롤을 할 수만 있다면…….

…….

이건 진보…… 진화라고 할 수 있어.”

……진화요?”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두운 밴 안에서 아저씨의 두 눈이 반짝이는 것은 착각이었을까.

 

저 남자 말마따나 본인 의지로 그것을 조종할 수 있게 된다면 진화라고 볼 수 있겠지.”

형님, 진화론을 두고 얘기하는 거예요?”

그게 얘기가 빠르겠군. 지금 같은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괴물이 되는 입장이 더 편할지도 모르지. 먹이사슬이 깨지면서 괴물이 최상위로 올라갔다는 점을 보면 이해가 쉽게 되겠지.”

환경에서 유리한 조건을 가진 생명체만이 살아남는 다라…… 흐음.”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있던 인간마저 닥치는 대로 살육하는 녀석들. 저런 추한 모습이 과연 인류의 진화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다. 환경에 유리한 조건을 가진 거라면 괴물들의 상태가 딱 들어맞는다. 낮에는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다니다가 밤에는 괴물의 모습으로 돌아다니는…… 먹잇감을 구하러 다니며 개체수를 서서히 늘리고 자연스레 인간들의 수는 줄어든다.

 

그럼 우리 인간은 이대로 멸종하는 건가요?”

원래 약육강식의 세계야. 뚜렷한 대책이 없으면 그렇게 되겠지.”

백신…… 한창 만들던 도중 아니었나요?”

그랬지…… 은혜를 통해 서서히 대량 생산에 들어가려는 찰나였어. 그러나 내가 그것을 막았지. 연구소에서 은혜를 빼낸 거야. 사실…… 은혜 같은 케이스는 수많은 기간 동안 일하면서 단 한건이었어. 물론 이전의 데이터가 있긴 하지만 완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정말 하늘에서 별 따기지. 더군다나 지금 같은 상황에서 임상실험이 제대로 되겠나? 어려운 일이지.”

 

아저씨는 무거운 얼굴로 말했다.

 

해결책이 거의 없다. 우린 지금 인류의 희망을 밴에 태우고 다니는 건지도 몰랐다. 은혜만 무사히 연구실로 갈 수 있다면…… 어쩌면 이 빌어먹을 상황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은혜는 이미 우리들의 마음속에 단단히 자리 잡고 있었다. 가족 같은 일원이었다. 대를 버리고 소를 선택하는가? 그게 정녕 옳은 선택인가?

 

다들 무슨 심정인지 이해해.”

 

아저씨 말에 우리 모두 침묵을 지켰다. 모두 나와 비슷한 심정이었다. 분명 무엇이 옳은 일이고 맞는 건지 다들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선뜻 은혜를 데려가고 싶지는 않았다.

 

메시아께서는 분명 우리를 구원해줄 구세주입니다.”

알고 있어…….

그러나 메시아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것도 알고 있어…… 빌어먹을.”

 

남자는 곤히 잠든 은혜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조심스럽고 섬세해서 우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쩌면 남자의 말대로 은혜는 메시아가 맞는지도 모른다. 백신…… 이라고 불리겠지만 괴물 녀석들을 한 번에 치료할 수 있는 신적인 능력. 저 남자와 다른 신도들이 은혜를 그토록 떠받드는지 알 것 같았다.

 

일단 고비를 넘겼으니 쉬도록 하지. 녀석들이 올 것 같지는 않군…….”

 

아저씨 말에 우리 모두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머리가 심난했다. 열어서는 안 될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 같았다. 점차 지능을 갖고 진화를 한다면 녀석들과 어울릴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는 걸까. 평화적으로 끝낼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마음이 점차 무거워졌다.

 

얼마나 잤을까. 저절로 눈이 떠졌다. 밴의 천장을 통해 빛이 보이는걸 보면 해가 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모두 일어났는지 밴 안에는 아무도 없었고 옆문이 열려있었다. 천천히 옆 좌석으로 이동해 밴에서 나왔다.

 

햇살이 따갑다. 한 손으로 눈을 가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소총을 들고 폐차 안을 수색하고 있었다. 천천히 그 쪽으로 걸어갔다.

 

…….

 

뭔가 썩은 내가 났다. , 어제 그 시체…… 동료에 의해 처참히 죽음을 맞이한 시체에서는 앙상한 뼈만 남아 있었다. 최대한 보지 않으려 애쓰며 차를 뒤적거리는 동생에게 다가갔다.

 

쓸 만한 거 있냐?”

아니.”

 

동생은 몸을 빼지 않은 상태로 말했다. 앞좌석과 뒷좌석을 둘러보던 동생은 이내 차 문을 닫고 한숨을 쉬었다.

 

어제만큼의 작은 수확도 없어.”

시간 낭비 하는 거 아니야?”

그래도 기름은 챙길 수 있으니까 뭐…….

 

동생은 밴의 앞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거기에는 여러 개의 통이 있었는데 투명한 액체가 반 정도 담겨 있었다.

 

전에 성당에서 녀석들 죽일 때 기름을 너무 많이 썼나봐. 그래서 지금 이렇게 조금씩 모아서 보충하고 있어. 이미 밴 안은 가득찼고 저건 따로 모은 거야.”

아아. 은혜는?”

저기.”

 

동생이 가리킨 곳을 보니 꽤 먼 곳에서 가만히 서 있는 은혜가 눈에 들어왔다. 그 옆에는 남자가 그림자같이 서 있었다. 저기서 뭐하는 거지? 은혜의 속을 알 리 없는 나는 다른 차를 뒤적거리는 우민 형에게 다가갔다. 형은 내 발소리를 듣고는 차안에서 몸을 뺐다. 덜렁거리는 소매가 낯설게 보였다.

 

. 몸은 어때?”

그냥 그렇지 뭐. 이거나 좀 들어줘.”

 

우민 형은 운전석에서 커다란 검은 비닐 봉투를 힘겹게 들어올렸다. 꽤 묵직해 보였다. 양손으로 받아든 나는 무거운 봉투 안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자동차 부품이나 각종 수리 도구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이걸 쓸데가 있나?

 

정비 쪽 일도 조금 배워서 혹시 도움이 될까 하고 챙기는 거야.”

…….

 

검은 봉투를 밴에 가져다 놓은 뒤 아침식사 준비를 했다. 구석에 비치된 배낭 하나를 우민 형에게 내밀었다.

 

먹고 싶은 거 꺼내.”

 

우민 형은 오른 손을 이용해 배낭을 열었다. 나도 그 옆에 앉아 배를 채울 만한 것들을 꺼냈다. 통조림 과일. 사탕. 이온음료. 물이 전부였다.

 

그제야 할 일을 마친 모두가 밴 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대부분 손이 비어있었다. 그래도 상관없다. 오늘 내로 안성시에 도착할거고 필요한 것들은 거기서 보충하면 된다. 식사를 하려는 도중에 은혜와 남자가 천천히 다가왔다.

 

“1시간 좀 넘어서 안성에 도착할 것 같군.”

거기서 최대한 챙기고 바로 떠나는 게 좋겠군요.”

그래야지.”

 

서둘러 식사를 마친 우리들은 밴에 올랐다.

 

부우웅.

 

밴은 이내 빠른 속도로 출발했다. 딱히 할 말도 없는 우리는 멍하니 창문만 바라보았다. . . 빠른 속도로 지나쳐 가는 폐차들과 꺼져버린 가로등이 전부였다.

 

"거기엔 뭐가 기다리고 있으려나."

 

 

 

동생의 중얼거림에 모두의 얼굴이 복잡해져갔다. 아저씨는 대답 대신 밴의 속도를 더욱 높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뻥뚫린 도로 때문에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30분 조금 안되어 안성시에 도착했다

 

"다 왔구만.."

 

그렇게 중얼거리는 준우 아저씨의 말에 모두 고개를 내밀었다. 시 입구에 걸린 커다란 표지판에 환영합니다.’ 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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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팅이
자꾸 로그인하게 만들어요 ㅎㅎ 요즘 작가님 글 보는 시간이 참 힐링이네용~~
00 추천 반대 댓글 삭제 신고 2019-12-06 00:5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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