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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밖에나가지마시오 41화 [2]
작성자 삶이무의미함
번호 79063 출처 창작자료 추천 54 반대 0 답글 2 조회 975
작성시간 2019-12-04 22: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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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이이익.

 

급작스러운 출발에 밴의 바퀴가 날카롭게 울어댔다. 그 순간 잊을 수 없는 포효 소리가 우리의 고막을 강타했다.

 

"크아아!"

 

바로 지척에서 들리는 듯한 포효 소리가 난 곳을 보니 바로 뒤에서 괴물 녀석이 우릴 향해 전속력으로 뛰어오고 있는게 보였다. 이런 대낮에 저런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먹혔어."

 

그렇게 말하며 이를 가는 준우 아저씨 말에 모두가 침울한 얼굴로 괴물을 노려보았다. 녀석의 뒤로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노인들의 시체가 보였다. 

 

부아아앙.

 

창문 밖으로 어르신의 비명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사람의 사정을 봐줄만한 여유가 없다. 아저씨는 더욱 속도를 내며 우리가 왔던 곳으로 밴을 몰기 시작했다.

 

허억. 허억.”

 

모두 숨을 내쉬며 의자에 몸을 묻었다. 얼결에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도 역시 위험했다. 과연 이곳에서 안전한 장소란 아예 없는 걸까. 준우 아저씨는 답답한 표정으로 창문을 내렸다.

 

휘이잉거센 바람이 불어왔다. 준우 아저씨는 노인들에게 한 행동을 씻어내기라도 하듯 묵묵히 바람을 맞았다.

 

죄책감 가질 필요 없어. 우린 정당한 일을 한 거야.”

 

묵묵히 밴을 몰던 아저씨가 말했다. 독하게 먹었던 다짐들이 점점 무뎌져갔다. 안 돼…… 이래서는 안 돼. 살아가기 위해서는 현실을 직시하고 현재를 최우선적으로 생각하자.

 

그 빌어먹을 영감탱이…… 모든 걸 포기한 눈이었어.”

 

동생은 나직이 중얼거렸다. 마지막 순간에 어르신의 얼굴을 살핀 모양이었다.

 

곧 해가 지겠군.”

 

아저씨 말에 살짝 고개를 내밀어 전자시계를 보았다. 어느새 16시가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 1~2시간 뒤면 어두워지기 시작할 것이다.

 

은혜야.”

 

조수석에 앉아 있어야 할 은혜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놀란 눈으로 아저씨를 바라보자 트렁크 쪽을 가리켰다.

 

…….

 

그럼 그렇지. 아저씨는 은혜를 두고 갈 사람이 아니지. 트렁크 뒤쪽에서 남자의 어깨에 기대 있는 은혜의 뒷모습이 보였다. 작은 어깨가 규칙적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걸 보니 아마 잠든 모양이었다.

 

저 남자가 은혜를 지켜주고 있어서 조금 안심이 되더군.”

그래요?”

은혜에게 접근하는 노인들에게 가차 없이 공격 하더군. 물론 괴물 때처럼 피가 튀기지는 않았지만.”

 

새삼 남자가 다르게 보였다. 물론 후드에 가려져 있어 그 모습을 제대로 볼 수는 없지만 듬직함이 느껴졌다.

 

인생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더니…….

 

동생은 작게 중얼거렸다.

 

그렇지…… 자네들보다 오래 살아온 나도 장담하지 못하는데, 하물며 내일이나 모레의 일은 오죽하겠는가.”

 

다시 의자에 기대 창문을 살짝 열었다. 제법 차가워진 바람과 붉은 빛의 노을이 시야에 가득 찼다. 마치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는 듯 노을의 색이 유독 붉었다.

 

거리가 꽤 되는군. 오늘은 길에서 보내야겠어.”

 

아저씨의 말대로 앞에 보이는 거라곤 고속도로와 넓게 펼쳐진 풀들이 전부였다. 가끔 보이는 폐차와 안성이라고 적힌 표지판을 제외하고는 황량했다. 19시를 넘어서 돌아다니는 것은 자살 행위에 가까웠다.

 

그럼 간단히 요기만 하고 일찍 자는 게 좋겠습니다. 형님.”

 

준우 아저씨의 말에 모두 동의하는 눈치였다. 아저씨는 마지막으로 밴의 속도를 높였다. 나와 동생, 준우 아저씨는 밴 안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과자 봉지와 초코바, 빵 등을 주섬주섬 챙겼다. 구석에 처박힌 우리의 배낭 안에도 먹을거리가 꽤 있었다.

 

부우웅.

 

서서히 밴이 속도가 줄어들더니 이내 멈췄다. 모두 그 자리에서 대충 허기를 달래기 시작했다. 변변찮은 저녁 식사지만 아까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불행 중 다행이었다.

 

곧 녀석들이 본격적으로 활동 할 거야. 지금 차안에 있다고 해서 무조건 안전하다고 볼 순 없으니 그제처럼 불침번을 서야 할 것 같군. 다들 동의하는가?”

그러죠.”

 

우리는 빠르게 허기를 채우고 의자에 편히 기댔다. 아직 잠을 자기에는 이른 시간이었다.

 

무사히 부산까지 갈 수나 있으려나.”

 

한 숨 섞인 준우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겨우 안성에 도착한 상태였다. 게다가 이 정도 인원이 전부 가려면 충분한 먹을거리와 기름이 충분해야 했다. 게다가 은혜라는 변수 때문에 한치 앞도 방심할 수가 없었다.

 

"간다쳐도 거기에 뭔일이 날지 모르니 원.."

 

준우 아저씨가 그렇게 푸념 섞인 말을 해댈때.

 

크윽…….

 

우민 형의 신음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일제히 그의 안색을 살폈다. 우민 형은 땀을 뻘뻘 흘리며 안색이 창백해져 있었.

 

정신없이 달려온 터라 우민이의 상태를 잊고 있었어…….

 

우민 형의 상태는 꽤 심각했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으스러진 팔의 색이 점차 바래가고 있었다. 세포들이 죽어 부패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 찮습니다.”

 

우민 형은 힘없이 웃으며 말했다.

 

장난해? 이게 괜찮은 거냐?”

 

준우 아저씨는 역정을 냈다. 그 말에 우민 형은 힘 없이 웃어보였다. 그 미소를 보는 우리들의 마음은 무거워졌다.

 

형님…….

 

준우 아저씨가 아저씨를 보며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기에 아저씨는 잠시 주저했다.

 

흐음…….

 

아저씨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토했다.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당장 병원을 찾을 수도 없는 노릇이거니와 만약 찾는다고 해도 의사들이 살아있는지도 의문이었다. 게다가 언제 시작될지 모르는 괴물들의 습격에서 안전할 수 있을까? 이 모든 것을 고려하면 답은 하나였다.

 

…….

 

하지만 은혜의 몸은 점점 야위어가고 있었다. 커다란 후드 때문에 보이지는 않지만 전보다 많이 수척해져 있었다.

 

후우.”

 

어려운 결정임은 틀림없다. 괴로워하는 우민 형과 멍한 표정으로 창문 밖을 응시하는 은혜. 아저씨는 이내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우민 형은 이를 악물고 고통을 삼켜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기가 힘든지 준우 아저씨는 서둘러 은혜를 불렀다.

 

…….

 

그러나 은혜는 역시 반응이 없었다. 준우 아저씨는 손을 뻗으려 했지만 그림자처럼 은혜 곁에 있는 남자가 그것을 저지했다. 검은 털이 아닌 검은 색의 손이었다. 준우 아저씨는 놀란 얼굴로 남자와 손을 번갈아 보았다.

 

메시아께서 힘들어 하십니다.”

 

남자는 적색 눈을 빛내며 말했다.

 

이거 안 놔?”

 

준우 아저씨는 당황한 기색으로 손을 빼려 했다. 그러나 남자의 악력은 상상이상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였다. 은혜를 지키는 남자의 범위가 우리에게까지 미칠 줄은 몰랐다.

 

그럼 쟤는 어떡하라고!”

 

준우 아저씨는 소리를 지르며 남자를 노려봤다. 남자는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가 괴로워하는 우민 형을 바라보았다.

 

팔을 자르면 됩니다.”

……뭐라고?”

 

모두 놀랐지만 우민 형은 이미 예상한 일인지 크게 놀라지 않았다.

 

팔을 절단하십시오.”

미친놈아! 저 상태로 팔을 자르면 누가 봉합하고 치료해줄 건데? 여기에 어디 의료도구라도 있는 줄 알아?”

 

잔뜩 흥분한 준우 아저씨는 침까지 튀겨가며 남자에게 대들었다. 하지만 남자는 별일 아니라는 듯 입을 열었다.

 

제가 멈추게 합니다.”

?”

 

의료기술을 따로 익히기라도 한 건가? 무거운 침묵이 흐르자 우민 형이 슬슬 움직였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에요. 저 남자가 해준다는데…… 뭐가 문제에요. 해가 지고 있어요. 서둘러야 해요.”

 

우민 형은 고통스러운 것을 억지로 삼켜내며 말했다. 준우 아저씨는 그런 우민 형을 보더니 한숨을 쉬며 옆문을 열었다. 그 모습을 보며 아저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되려 잘된 일이라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드르륵.

 

문이 열리자 거의 저물어가고 있는 태양이 보였다. 시간이 없다. 우리는 모두 밖으로 나와 소총을 들고 주위를 경계했다. 곧 우민 형이 밖으로 나왔는데 왼쪽 팔 전체가 종잇장처럼 너덜거렸다. 그리고 이내 따라 나온 남자는 자신의 옷소매를 찢어 동생에게 내밀었다.

 

불을.”

 

동생은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찢은 소매에 불을 붙였다. 그러나 무슨 소재로 된 건지 쉽게 불이 붙지 않았다. 바람을 피해 오랫동안 열을 가하자 서서히 불이 붙기 시작했다. 남자는 소매가 불에 휩싸일 때까지 가만히 들고 서 있었다.

 

뜨겁지도 않나…… 저 괴물 놈은.”

 

뜨거운 화염이 남자의 손을 집어 삼켰지만 남자는 편안해보였다. 남자는 이내 우민 형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우민 형은 인상을 찡그리며 남자에게 다가갔다.

 

빌어먹을 놈. 날 이렇게 만들더니…… 치료를 해주겠다? 병 주고 약주는…… 것도 정도가 있지…… 크윽.”

아플 겁니다.”

 

남자의 말에 우민 형은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남자의 다른 손이 빠르게 허공을 갈랐다.

 

깔끔하게 자로 잰 듯한 솜씨였다. 우민 형의 몸이 허전해 보였다. 그제야 몸을 떠나 바닥에 굴러 떨어진 팔이 눈에 들어왔다. 취이익. 피가 사방으로 튀며 우민 형의 비명소리가 널리 퍼졌다.

 

끄아아악!”

 

그러나 남다른 정신력을 가진 우민 형은 두 눈을 빛내며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활활 타오르는 불덩이를 살갗에 가져다대었다.

 

끄아아아악!”

 

우민 형은 엄청난 고통에 몸을 떨었다. 보는 우리들의 인상이 절로 찌푸려질 정도였다. 고기가 타는 냄새와 특유의 비릿한 피 냄새가 후각을 자극했다.

 

끄아아악!”

 

우민 형의 고개가 아래로 꺾였다. 혼절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남자는 계속 일정 부위를 불로 지져댔다. 5분 정도가 흐르자 남자는 불덩이를 꺼버리고는 우민 형을 들어 밴 안에 눕혔다. 짧다면 짧은 시술이었지만 어느덧 해가 완전히 저물어 있었다.

 

일단 여기를 떠야겠어. 소음이 너무 컸어.”

 

아저씨 말에 우리는 재빨리 밴에 올랐다.

 

크아아아!”

 

괴물들의 소리가 들렸다. 분명 우민 형이 내는 소음과 냄새를 맡고 근처까지 온 것이 확실했다. 동생이 서둘러 문을 닫자 아저씨는 밴을 빠르게 후진시켰다.

 

크아아아!”

 

꽤 가깝다. 아저씨는 바로 밴을 멈추고 시동을 껐다. 20~30미터 왔을까? 고속도로에는 드문드문 빛나는 가로등 말고는 보이는 게 없었다. 우리는 최대한 숨을 죽이고 앞을 주시했다.

 

크르르바로 옆에서 놈들의 소리가 들리자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제발 지나가라…… 제발. 두 녀석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밴 창문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낮이라면 우리의 실루엣이 보였겠지만 다행히 지금은 밤이었다.

 

크르르르.”

 

녀석들은 날카로운 이빨을 빛내며 기다란 혀로 밴 차체를 핥기 시작했다. 우민 형의 몸에서 튄 피를 핥는 것 같았다.

 

크아아!”

 

그때 앞에 나타난 녀석들이 잘린 팔뚝 하나를 두고 치열하게 싸우기 시작했다. 그 소리에 차체를 핥던 녀석들도 팔을 차지하기 위해 앞으로 뛰쳐나갔다.

 

녀석들은 팔 하나를 두고 몸싸움을 벌였다. 부러진 팔을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살덩이를 씹어대는 녀석들과 그런 녀석들을 잡기 위해 괴성을 지르는 다른 녀석들.

 

생지옥이 따로 없네. 제길.”

 

모두 마른침을 삼키며 그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제발 녀석들이 밴을 지나쳐가기를……하고 간절히 기도를 하는 것이 전부였다.

 

이내 팔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운 녀석들은 손에 남은 살덩이까지 싹싹 핥으며 아쉬운 얼굴로 그르렁거렸다. 살점 한입조차 못 먹어본 녀석은 씩씩거리며 다른 녀석들을 노려보았다.

 

크아아!”

 

이내 녀석은 자기 성질을 못 이기고 앞에서 걷고 있는 녀석의 목을 강하게 물었다. 물린 녀석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상대방의 머리를 강하게 두드려댔다. 하지만 독기가 오를 대로 오른 녀석은 그대로 목을 물어 뜯어버리고는 동료들을 보며 포효했다.

 

녀석들도 나름대로 살아가려고 발악을 하고 있었다. 내가 괴물이 되었다면 분명 저런 식으로 발버둥을 쳤겠지…… 다른 괴물들은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고개를 갸웃거렸다.

 

크르르.”

 

 

 

곧 무슨 상황인지 깨달은 녀석들은 동료를 죽인 녀석을 처단하기 위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승산이 없다고 생각한 녀석은 슬금슬금 물러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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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마당(2) 게시물이 재미 있으면 기부할 수 있습니다. (기부된 개념은 환불되지 않습니다.)
솜팅이
점점 재밌어요. 자꾸 빠져들어요.
10 추천 반대 댓글 삭제 신고 2019-12-05 00:52:18
삶이무의미함
감사합니다
00 추천 반대 삭제 신고 2019-12-05 07: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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