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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밖에나가지마시오 22화 [1]
작성자 삶이무의미함
번호 79015 출처 창작자료 추천 72 반대 0 답글 1 조회 1,601
작성시간 2019-11-14 19:2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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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김 대위가 건넨 아이스티를 들이켰다. 시원하고 달달한 맛이 혀를 마비시키는 것 같았다. 뇌가 조금 트이는 요상한 기분이다. 

 

궁금한 것이 많겠죠.”

. 군인입니까?”

 

아저씨 말에 김 대위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다가 군인 두 분이 여기까지…….

 

김 대위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고는 우리는 소파로 안내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밀사항이랄 것도 없겠지요. . 여러분들이 보시는 바와 같이 괴물들이 판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것을 저지하기 위해 우리 같은 군인들이 곳곳에 배치되었지요. 처음엔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위에서 말하길 그냥 커다란 야수라고만 했거든요. 근데 막상 보니까 얘기와는 전혀 딴판이더군요.”

이상하군요. 두 분이서 어떻게 버티는 건지 이해가 안갑니다. 게다가 괴물들이 활동한 것은 5년 전입니다. 당신들은 5년 전부터 활동을 해왔다는 겁니까?”

 

아저씨는 이의를 제시했다그러자 김 대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정곡을 찔린 모양이었다.

 

어떻게 아셨죠? 5년 전에도 녀석들의 활동이 있었다는 것을?”

……당시 국립과학기술원에서 연구하는 연구원이었소. 괴물에 대한 연구를 맡았었지.”

 

아저씨가 덤덤히 말하자 김 대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셨군요. 후우…… 5년 전엔 전 소위에 불과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풋내기였죠. 당시 엘리트들만 모인다는 곳에 지원했습니다. 뿌듯했죠. 이 작은 몸으로 국가에 도움이 될 만한 일들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하지만 5년 전…… 제가 본 것은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괴물이었죠.”

 

김 대위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많이 답답한 모양이었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5년 전에 저도 연구소에서 활동하고 있었으니까요. 꽤 빈번히 사고가 일어났었죠?”

……. 죽을 고비를 정말 수도 없이 넘겼습니다. 매번 일을 처리 할 때 마다 느끼는 거지만…… 정부의 개입은 정말 소름이 돋더군요.”

 

김 대위는 힘없이 웃으며 말했다.

 

외부와의 매체를 완전히 끊었겠죠.”

. 괴물들을 저지하는 와중에 제가 왜 이런 곳에서 일을 하고 있는지 회의감이 들더군요. 평범한 사람들은 우리들의 존재를 알지도 못하는데 말이죠. 거기서 큰 결심을 했습니다. 사람들에게 알리자고…… 근데 그것이 영 쉽지만은 않더군요.”

외부와 단절시키는 것이 그들의 특기라면 특기지요.”

맞습니다. 하아…… 이미 지난 얘기 해봤자 무슨 소용 있겠습니까. 아까 얘기를 이어서 해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소파에 편히 앉아 김 대위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물론 처음부터 단 둘이서 여기를 지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나의 소대 단위로 여러 지역별로 파견이 되었죠. 적게는 15명에서 많게는 20명까지…… K-2보다 훨씬 상회하는 신형 소총을 지급받으며 파견 되었습니다만 기쁘지 않았습니다. 괴물들의 실태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죠. 당시 저희 소대는 경험이 전무한 병사들이 많았습니다. 3~4명을 제외하고는 괴물의 정체조차 모르는 병사들이 대부분이었죠. 소대원들에게 충분한 브리핑을 해줬어야 하는 건데…….

 

김 대위의 안색이 어두웠다.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었다.

 

다 죽었군요?”

 

동생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렇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우리가 죽인 거죠. 괴물로 변하기 전이니까요. 여기에 온지는 이제 일주일이 되었습니다. 그동안은 주둔지에서 훈련을 받고 있었죠.”

 

헌혈이 끝났는지 이 소위도 이쪽으로 걸어와 김 대위 옆에 앉았다.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외모와 듬성듬성한 수염이 그간에 고생을 말해주었다.

 

남은 인원이라고는 우리 둘 뿐이니…….

아무런 지식이 없어도 고도의 훈련을 받았을 텐데…… 우두머리라도 만난 겁니까?”

그런 녀석들을 우두머리라고 하는군요. 하지만 우리 소대원들은 그런 놈에게 당한 게 아닙니다.”

……그러면?”

방심해서 당한 것이죠. 낮에는 녀석들이 취약해지는 시각입니다. 확실히요. 하지만 밤에 녀석들의 특성을 모른 채 무작정 나갔다가 당한 소대원들이 엄청납니다. 게다가 감염이 된 소대원이 이쪽으로 오는 일이 생기는 바람에 또 여러 명의 소대원들을 잃어버리기도 했죠. 적이긴 하지만 같이 목숨을 건 동기가 막상 눈앞에 오자 병신처럼 머뭇거리더군요.”

 

당시의 상황이 머릿속에 재연됐다. 감염 된 채 주둔지로 돌아온 군인. 하지만 감염이 된 군인을 동기로 인식한 나머지 쉽게 공격하지 못했고, 감염이 된 군인은 닥치는 대로 학살했을 것이다. 물론 김 대위와 이 소위의 손에 최후를 맞이하기는 했지만 둘의 상황이 나아지지 않은 것 같다.

 

현재로서는 다른 군인들과 연락이 되지 않는 상황이겠군요.”

…….”

 

김 대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P99B가 있긴 하지만 전파가 터지지 않아 연락이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흐음. 군 무전기는 제한이 없을 줄 알았는데…….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몇 번이나 만져보고 다시 껐다 켜보기도 하고, 선을 다시 꼽아도 봤지만 되지 않더군요.”

 

모두가 무거운 한숨을 내쉴때 불현듯 기현이와의 통신이 이어졌던게 생각났다. 그래! 20. 20시에는 스마트폰이 일시적으로 통신이 되긴 했잖아? 어쩌면 무전기도 똑같이 작동할지도 몰라.

 

아저씨. 20시에 통신이 일시적으로 풀리긴 하잖아요.”

맞아! 정신이 없어서 까먹고 있었네. 20시에는 잠시나마 제재가 약해지는 것 같아요.”

 

동생은 손뼉을 치며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반신반의한 표정을 지은 이 소위는 한쪽 구석에 있는 커다란 무전기를 가져왔다.

 

“20시라…….

 

이 소위는 안테나를 길게 뽑으며 중얼거렸다.

 

은혜…….

 

그때 아저씨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잊고 있었다. 워낙 정신이 없던 순간이라 민정 누나와 은혜가 사라진 것을 잊고 있었다. 어쩌지…… 아무리 은혜가 괴물을 탐지하는 능력이 있다고는 하지만 둘은 연약한 여자였다. 민정 누나가 은혜를 지켜줄 수 있을까.

 

일행이 있었습니까?”

 

김 대위가 아저씨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있습니다. 제 딸과 어느 아가씨에요. 우두머리의 습격을 받고 도망갔소.”

 

김 대위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해가 저물어가는 시각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대로 나간다면 죽도 밥도 안 된다. 은혜와 민정 누나가 걱정되기는 하지만 빌어먹을 시간이 우리를 도와주지 않는다.

 

침착하십시오. 아시다시피 지금 나가는 것은 무리입니다. 내일 아침이 밝으면 나가는 걸로 하죠.”

 

김 대위는 단호하게 말했다.

 

…….

 

아저씨의 표정이 창백해져갔다. 김 대위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저씨의 양 어깨를 단단히 움켜쥐었다.

 

당신의 딸이 얼마나 소중한지 압니다. 하지만 지금 나가는 것은 목숨을 버리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밖에서 지내온 당신들이라면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 감사합니다.”

 

아저씨는 이를 악 문채 한숨을 쉬었다.

 

그런 두 사람을 가만히 보던 이 소위는 뭔가 생각났는지 카운터 옆에 있는 캐비닛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병원 탈의실에 있는 캐비닛의 반 정도 크기였다. 이 소위는 캐비닛의 문을 열고 석궁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녀석들이 소리에 민감하다는 것을 고려해볼 때 석궁이 가장 최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화살이 한정적이고 다시 회수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소음이 거의 없어서 밤에도 안정적인 공격을 할 수가 있죠.”

 

우린 말 없이 석궁을 받아들였다. 석궁의 무게가 꽤 나갔다. 생명을 없애는 무게가 바로 이런 것일까. 이 소위는 등에 매는 화살통과 수십 개의 화살을 우리에게 나누어주었다.

 

조준과 발사는 저기서 연습하시기 바랍니다.”

 

이 소위는 한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고개를 돌리자 모포를 돌돌 말아 화살과녁처럼 만든 것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말없이 석궁을 들고 이 소위가 가리킨 곳으로 걸어갔다. 손을 뻗어 화살을 장전하려는 예비 동작이 생각보다 힘들었다.

 

그래가지고 제대로 쏘기는 하겠냐.”

 

여유롭게 장전을 마친 동생이 나를 보며 혀를 찼다. 저 자식은 못하는 것이 없군. 이거 정말…… 무게도 만만치 않아.

 

천천히 해. 뭐든지 쉽게 되는 일은 없으니까.”

 

어느새 장전을 마친 아저씨는 목표물을 향해 조준을 한 뒤 망설임 없이 석궁을 쐈다.

 

화살은 맑은 소리와 함께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푸욱.

 

화살은 모포더미 정 가운데에 꽂혔다. 과연…… 오랫동안 수련을 해온 사람은 다르구나. 나와 동생은 이 소위의 도움을 받으며 석궁의 요령을 익혀가기 시작했다. 반동이 있는 권총과는 다르게 석궁은 꽤 쉬운 편이었다. 물론 조준을 잘 했을 때의 얘기지만.

 

이 정도로 하죠. 이제 해가 지고 있습니다.”

 

이 소위는 당구장의 문을 걸어 잠그기 시작했다. 우리들은 땅에 떨어지거나 모포에 박힌 화살들을 모조리 회수하고 창 하나를 맡으며 석궁을 만지작거렸다. 빨리 오늘 밤이 지나길 바랐다. 조금만 기다려줘 민정 누나. 그리고 은혜야.

 

휘이잉-

 

30분도 되지 않아 거리가 어두워졌다.

 

…….

 

눈에 띄는 움직임은 없었지만 방심할 순 없었다. 우리는 각자 적당한 자리에 서서 밖을 감시하기 시작했다.

 

담배는 피우지 말아주십시오. 밤에는 작은 불빛도 잘 보이니까요.”

 

김 대위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소위는 전투식량 중에 하나인 파운드케이크를 전자레인지에 대우고 있었다. 케이크를 보자 어렴풋이 군 생활이 생각났다. 처음 신형 전투식량을 받아 파운드케이크를 맛있게 먹었던 날이 떠올랐다.

 

평소에는 상상만 해도 짜증났던 일들이 지금은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런 일들도 그저 하나의 추억으로 남을 수 있을까. 괜찮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을까.

 

뭔 생각을 그렇게 해?”

 

동생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냥…….

그 때…… 아빠 말대로 밖에 나가지 않았더라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겠지?”

무슨 말이야?”

그냥 빨리 죽어버렸다면 이렇게 고생하지도 않았을 거 아니야.”

……죽는 다는 말 함부로 쓰는 거 아니다.”

…….”

 

다시 무거운 침묵이 가라앉았다.

 

진성이 말대로야. 진우야, 죽는다는 말은 쓰지 말자. 어른의 참견이 아니라 자네보다 인생을 오래 살아온 내가 느끼는 대로 말해주는거야. 지금은 밖에서 고생하고 있을 은혜와 민정씨를 걱정하자고.”

 

우리 얘기를 들었는지 아저씨가 작게 속삭였다.

 

동생은 말없이 현을 튕기며 창밖을 응시하기만 했다. 아저씨는 말없이 웃으며 동생의 어깨를 툭툭 쳐주고는 이 소위에게 다가갔다.

 

이거 참 오랜만에 보는군요.”

 

아저씨는 케이크를 보며 작게 웃었다.

 

하하. 그렇습니까?”

 

이 소위도 아저씨의 반응이 싫지는 않은지 호의적으로 대했다.

 

매일 이걸로 버티신 겁니까?”

낮에는 밥으로 끼니를 때우고 저녁은 케이크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보기에는 이래도 냄새가 거의 나지 않고 우유와 같이 먹으면 꽤 든든하거든요.”

어휴. 이 빵 쪼가리로 저녁을…….

어쩔 수 없죠. , 다 됐습니다. 다들 이리로 오십시오.”

 

이 소위의 말에 우리는 선뜻 움직이지 못했다. 지금 우리가 자리를 비운다면 누가 망을 본다는 거지? , 교대식으로 한다는 건가?

 

괜찮습니다. 아직 녀석들이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간은 아니니까요.”

 

이 소위는 생각을 읽었는지 손짓을 하며 말했다.

 

이곳에서 오래 생활을 해온 이 소위의 말이라면 충분히 신빙성이 있었다. 우리는 군말 없이 전자레인지 근처에 서서 케이크를 하나씩 들고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 이 소위는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 컵에 따라주었다.

 

여기에 얼마큼의 식량이 있소?”

여러분이 다 있다고 쳐도 한 달은 너끈히 버틸 겁니다. 물론 매일 같은 식단을 먹어야만 하겠지만요.”

 

 

 

김 대위는 우물거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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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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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추천 반대 댓글 삭제 신고 2019-11-15 00:5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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