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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밖에나가지마시오 69화 [1]
작성자 삶이무의미함
번호 79199 출처 창작자료 추천 33 반대 0 답글 1 조회 668
작성시간 2020-01-11 22: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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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있나?”

 

작지만 분명히 들리는 소리. 사람의 목소리였다. 반가운 마음에 문을 열고 싶었지만 몸이 멈칫했다. 우두머리? 다시 문 쪽으로 귀를 갖다 댔다.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다른 누군가가 있는 것 같았다. 우두머리끼리 붙어 다니는 경우도 있나?

 

은혜야!”

 

이 목소리는? 잊을 수 없는 아저씨의 목소리였다. 단번에 문을 열자 눈에 들어온 것은 아저씨와 남자였다. 순간 힘이 빠졌다. 주저 앉는 다리를 일으켜 세우지 못한채 그들을 바라보았다.

 

진성아!”

 

아저씨는 내 몸을 부축해주며 안으로 들어왔다. 남자는 문을 굳게 닫고 은혜에게 다가갔다. 은혜의 손을 조심스레 잡은 남자의 표정이 약간 일그러져 있었다.

 

죄송해요…….

 

그저 죄송하다는 말 밖에 할 수가 없었다. 울컥하고 뭔가가 치밀어 올랐다. 순간 눈가가 뜨거워졌다.

 

아니야. 괜찮아. 이제 괜찮아.”

 

아저씨는 두터운 손으로 나를 몇 번이고 다독여주었다. 따스한 체온이 느껴졌다. 이를 악물고 울음을 삼켜냈다.

 

은혜는?”

 

아저씨의 물음에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힘들다. 이제 일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런가.”

사실은…… 괴물 녀석에게 쫓기다 당했어요.”

……그렇군.”

 

아저씨는 조심스럽게 은혜에게 다가갔다. 남자와 마찬가지로 무릎을 꿇고 다른 손으로 은혜의 이마를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진성아.”

.”

잘했어. 혼자서 정말 잘해냈어.”

 

나를 바라보는 아저씨의 두 눈이 슬픔으로 잠겨 있었다. 차마 그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어 고개를 돌렸다. 이럴 땐 어떡해야 하지? 이럴 땐…….

 

날이 밝으면 이동하지. 모두 기다리고 있으니.”

……우리는 어떻게 찾으셨어요?”

남자 덕분에 찾을 수 있었네. 피곤할 테니 쉬도록 해.”

…….

 

아저씨와 남자는 은혜를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손을 못 쓸 정도로 망가져버린 것인가. 이제 은혜는 정말…… 그때 은혜의 몸이 떨리며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 은혜야!”

 

황급히 은혜에게 다가갔다.

 

꽉 잡아. 진성아, 어서 다리를 잡아.”

, .”

 

아저씨의 말에 위아래로 크게 흔들리는 은혜의 다리를 강하게 움켜잡았다. 제발…… 은혜야 제발. 간신히 진정이 되자 아저씨는 단검을 꺼내 은혜의 입 쪽으로 가져갔다.

 

, 잠깐만요.”

 

말릴 새도 없었다. 아저씨는 거침없이 자신의 손바닥 가운데를 단검으로 길게 그었다. 주루룩. 붉은 색의 피가 빠르게 흘러내려 은혜의 입안에 고이기 시작했다. 적당히 은혜의 턱을 들어주며 피를 넘겨줬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아저씨?”

지금은 아무것도 묻지 말고 은혜가 움직이지 못하게 도와주게.”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나보다는 아저씨가 하는 일이 더 은혜에게 이로울 것이다. 아니, 그게 맞다. 아저씨는 절대 은혜에게 해가 되는 일을 하지는 않으니까. 주루룩. 붉은 피를 끊임없이 은혜의 입에 넣어줬다.

 

…….

 

오 분 정도가 지났을까. 아저씨 손에서는 더 이상의 피가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은혜의 경련도 서서히 멎어 곧 천천히 숨을 쉴 수 있게 됐다. 곧 아저씨는 입고 있는 셔츠 아랫단을 길게 찢어 손을 둘둘 말고 은혜 옆에 앉았다. 그리고 나를 보며 손짓했다.

 

진성아.”

.”

자네들에게는 미처 말하지 못한 것이 있어.”

…….

 

아저씨는 많이 망설이는 듯 했다.

 

괜찮아요. 우린 다 이해할 수 있어요.”

 

내 말에 아저씨는 은혜와 남자를 번갈아 보더니 내 손을 잡았다.

 

사실 난 은혜와 같은 체질이야.”

?”

내 몸은 백신을 받아들일 수 있는 몸이란 말일세.”

 

그 말은 샘플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말인가? 만 명 중에 한명 나올까 말까 하는 그 희귀한 체질이 바로? 그럼 아저씨도 은혜와 같은 중요한 사람이라는 뜻?

 

은혜에게 샘플을 주입했을 때, 그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남은 샘플을 내 몸에 넣은 적이 있었지.”

…….

그 결과 오일동안 의식을 잃었지만, 내 몸은 샘플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는 걸 입증할 수 있었어. 물론 나만 알고 있는 사실이지. 피가 붉은 이유는 샘플을 소량만 투입했기 때문이야. 아마 정상적인 샘플 수치 량을 내 몸에 주입했다면 은혜와 같은 백신이 될 거야.”

아저씨…….

 

아저씨는 은혜 왼편에 묵묵히 앉아 있는 남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끝까지 비밀로 하고 싶었어. 나도 참…… 이기적인 인간이지. 헌데 저 남자는 내 몸에 흐르고 있는 것을 알고 있더군.”

 

남자는 말없이 은혜를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행히 입이 무거운 사람이라 이 사실을 떠벌리고 다니진 않았지. 그게 남자의 성격이니까.”

……그럼 은혜는 이제 괜찮나요?”

모르겠어. 어디까지나 응급 처치라고 생각해. 조금이지만 도움은 되겠지.”

 

아저씨는 묵묵히 은혜의 손등을 어루만졌다. 아저씨가 그런 사람이었다니…… 은혜만큼 중요한 인물이었다니. 그런데도 아저씨는 우리와 은혜를 위해 목숨 하나 아끼지 않았다. 처음 우리에게 무전기를 건넬 때도, 기현이를 함께 구하러 가줄 때도 아저씨는 늘 우리와 함께였다.

 

…….

 

배신감? 아니다. 그런 게 아니다. 단지 아저씨가 조금 다르게 보일 뿐. 아저씨는 그대로 아저씨다. 어찌 되었건 우리에게는 소중한 가족의 일원이니까. 그래. 생사를 같이 한 아저씨는 가족이나 다름없다.

 

고맙습니다. 솔직히 말씀해주셔서…….

 

아저씨는 옅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솨아아.

 

넓고 끝이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가만히 숨을 내쉬었다. 옅고 아름다운 서리가 입에서 나왔다. 가만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분명 익숙한 공간이지만 생각이 나지 않았다. 어디…… 어디였지?

 

…….

 

또 다른 내가 있다. 언제 나타났는지 모르겠다. 이미 다른 내가 나를 보며 서 있었다. 입술이 위로 올라갔다. ‘는 나를 보며 웃었다. 입술을 비집고 나오는 날카로운 송곳니가 보였다. 분명 본적이 있는데…… 어디선가 분명…….

 

…….

 

기억이 나지 않았다. 여기에 왜 있는지, 왜 아무것도 떠올리지 못하는지. 갑갑하고 답답했다. 부드득. 송곳니를 갈며 내 쪽으로 걸어왔다.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다. 검은 털을 뒤덮고 있는 것이 흡사 늑대와도 같았다. 언제 저렇게 변해버린 거지? 천천히 걸어온 늑대는 입을 벌리며 두터운 손을 뻗었다. 단단히 내 어깨를 잡았다.

 

크르르르.”

 

짐승의 낮은 소리가 온 몸을 따갑게 두드렸다. 이상하게 무섭지 않았다. 가만히 그 늑대를 바라보았다. 그저 가만히. 붉은 색의 눈동자에서 내 모습이 투명하게 반사됐다.

 

크으…… !”

 

늑대의 두터운 손이 내 몸을 꿰뚫었다. 푸욱! 낯선 소리와 함께 상체가 앞으로 크게 쏠렸다. 아프지가 않다. 이상하다. 뭔가가 공허한 느낌…… 한없이 공허한 무언가가 내 마음을 지배하고 있는 것 같다.

 

투둑. 투두둑.

 

하늘에서 비가 내린다. 백색의 공간이 서서히 녹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졌다. 이대로 눈을 감고 싶었다. ‘크르르르늑대가 낮게 울부짖었다.

 

…….

 

힘겹게 고개를 들어 늑대를 바라봤다. 포효하던 늑대가 나를 보며 입을 벌린다. 진홍색의 눈동자를 가만히 바라봤다. 투명한…… 투명한 액체가 가득 흘러내리고 있다. …… ? 그렇게 나를 보는 거지?

 

크아아!”

 

녹색으로 변해버린 하늘과 땅이 꺼졌다. 무너져 내리는 공간과 함께 내 몸도 갈기갈기 찢겨졌다. 그러나 아프지 않았다. 그저 내 몸에서 하염없이 흐르는 녹색의 물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자연스럽다. 처음부터 내 몸에 흐르는 것 같앗다.

 

크아아아!”

 

 

 

울고 있다. 그것은 나를 보며 울고 있었다. 슬퍼하고 있는 것이다. . 왜 나를 보며 우는 것일까. 그런 모습을 하고도…… 나를 갈기갈기 찢어 놓고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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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팅이
아저씨가 비밀이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그런 체질이었다니.. 혹시 진성이도.?
00 추천 반대 댓글 삭제 신고 2020-01-12 14:4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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