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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정육점 [4]
작성자 팬탐
번호 79193 출처 창작자료 추천 45 반대 0 답글 4 조회 2,239
작성시간 2020-01-09 01: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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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서 처음 서울에 상경했을 당시 겪은 일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2019년 12월 16일 저녁. 나는 아버지 댁으로 갔었다. 비록 어머니는 자리에 안계셨지만 우리끼리 모여서 술도 마시고 아버지의 생신을 다 같이 모여 축하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기 때문에 오랜만에 방문을 했었던 것이다. 특히 아버지가 기념일에 가족 모두 모여 건배사를 외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셨다.


우선 조카들을 각자 학원과 어린이집에 들러 픽업을 하고 곧장 아버지 댁으로 이동했다. 버스를 타고 가는 도중 조카들이 할아버지 댁에 가면 편의점에 가서 먹는 색종이를 사달라는 말을 했을 때 나는 새삼 내 나이를 실감했다.

요즘은 색종이를 먹나...? 내가 어릴 적 문방구에서나 팔던 백 원짜리 불량식품을 생각했지만 인터넷 검색을 통해 그것은 독일의 한 제빵 생산 업체에서 만드는 과자 이며 무려 백 오십년 이라는 전통 있는 고품질 웨이퍼 생산 업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 알겠어. 대신 하나씩만 사야해.”

“삼촌은 왜 항상 하나야? 두 개는 안 돼? 나랑 시우를 그 만큼만 좋아하는 거지!”

큰 조카의 물음에 나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삼촌이 너희를 좋아하는 만큼 과자를 사주려면 편의점을 몽땅 털어도 모자랄걸?”

“정말? 근데 왜 하나야!”

“더 사주고 싶지. 그런데 너 두 개, 시우 두 개를 사주면 나는 너희 엄마한테 얻어맞을 거야...”


‘이번 정류장은 해 뜨는 주유소입니다.’


조카들과의 대화 도중 버스에서 안내음성이 흘러 나왔다. 부랴부랴 조카들을 데리고 버스에서 내린 뒤, 약속 한 대로 편의점에 들러 먹는 색종이를 사줬다. 하나 뺏어 먹어본 결과 그다지... 음. 그냥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그런 애들 과자였다.

조카들은 놀이터에서 놀다 들어가고 싶다고 졸라댔지만 이미 어둑어둑 해진데다 날씨가 많이도 추웠기에 감기라도 걸릴까 이따가 밥 먹고 나오자는 약속을 하고서 얼른 집으로 향했다.

집에는 아직 아무도 도착하지 않았다. 아마 내 기억에 누나가 가장 먼저 왔고, 이후 아버지가 오셨으며 가장 늦게 매형이 도착했다. 누나와 따로 연락을 했었을 때 우리는 고기 집을 가서 밥을 먹자 이야길 했지만 생각해보니 아이들을 데리고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시끄럽기도 하고 여러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칠 것 같아서 말이다.

그날 우리는 집 앞 시장에 있는 고기 집을 가니 마니 어디로 갈지 한참을 이야기 하다가 결국 아버지가 친구 분들과 자주 들르신다는 호프집으로 향했다. 그곳은 연말 분위기에 맞지 않게 상당히 한적했다. 손님이 우리 테이블뿐이었으니까.

덕분에 조카들은 널찍한 옆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유튜브를 시청 하고 있었고, 누나와 매형은 제사 지내듯 비워질 줄 모르는 술잔만 채운채로 휴대폰으로 인터넷 쇼핑을 하고 있었다.

결국 아버지와 나만 대화를 하게 되었는데 어쩌면 차라리 그 상황이 나았을 것이다.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버지와 상대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을 좋아하는 나만 남았으니까.

그날 아버지는 내게 당신의 소싯적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내년이면 스물아홉이냐?”

“응. 벌써 스물아홉이래. 세월 빠르지 아빠”

“아따... 너도 나이 많이 묵었다.”

그리곤 잔을 들며 누나 내외를 향해 말했다. ‘뭘 그렇게 봐 쌋냐, 다 같이 브라보 하자.’

‘자, 내년에는 연화, 준이, 훼리 (매형) 모두 건강하고 우리 손녀들 건강히 지내자. 브라보!’

건배사를 마치고 말씀을 꺼내셨다.

“아빠가 딱... 열아홉에 서울로 상경을 했는데...”

가난한 형편에 동생들은 많고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여력이 되지 않아 학업을 중단한 채 서울로 올라와 돈을 벌었다고 했다. 처음 발 디딘 곳이 서울 강동구에 있는 천호동 이었는데 그때는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허허 벌판이었다고 했다.

온통 논밭에 일자리라곤 찾아볼 수조차 없었는데 아주 우연찮게 포장마차에서 만난 한 아저씨의 도움으로 숙식도 해결해주고 임금도 꽤 높은 곳에 취직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분께서 소개시켜준 곳은 그저 평범한 정육점 이었는데 그곳이 진짜 정육점인지, 뭘 하던 곳이었는지는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다고 하셨다. 1층에는 시장에서 보이는 일반 가게처럼 되어 있고, 아버지가 숙식을 하던 곳은 건물 2층에 있는 다락 이었다고 했다.

사장은 늘 아버지에게

“동욱아~ 배달 좀 다녀와라”


라며 배달을 보냈다고 했는데 항상 신문지로 감싼 박스를 허리춤에 지고서 이리저리 다녔다고 했다. 하는 일이 배달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곳에선 늘 아버지께 배달만 시켰다고 하는데 문제는 건물 지하에 있었다고 했다.

매일 아침 출근을 하면 사장 내외는 아버지께 매장을 맡겨놓고 지하로 내려가셨다고 했다. 그리곤 손님이 오면 여기 있는 줄을 당겨라. 지하에 종이 달려 있으니 소리로 알 수 있다. 라고 했고 지하로 내려오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는 당부도 했었다고 했다. 그리곤 그곳에서 박스를 들고 올라와 배달을 보냈다고.

워낙 자기 할 일 외에는 관심이 없으신 아버지는 그러려니 했다고 한다. 문제는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 쪽에만 다가가면 웬 식초 썩은 냄새와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고 했다. 당시 아버지는 생각에 ‘썩은 고기를 약품 처리를 해서 파는 건가?’ 생각만 하고 그냥 넘어가셨다고 한다.

어차피 내 일만 제대로 하면 되는 거니까 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그곳에서 매일 매일 배달을 하고 먹고 자고 바쁘게 혹은 틀에 박혀서 근 2년을 일하면서 돈을 모으셨고 어느 순간 기술을 배워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중 그만 일을 관두겠다고 말씀을 드리려고 사장님께 다가갔는데 눈빛이 어딘가 좀 이상했다고 한다. 하지만 별로 개의치 않아 했고, 아버지는 할 말만 전달했다고 했다.


“저 사장님 시간 괜찮으시면 말씀 드릴게 있어서요.”

“뭔데?”

“기술을 좀 배워보고 싶어서요. 이번 달까지 일하고 이제 일을 관두려고 합니다.”

“그래? 그러면... 잠깐만 이리 내려 와봐.”

그러더니 아버지를 끌고서 생전 내려오지 말라고 당부하던 그 지하실로 데려가더란다. 입구에서부터 올라오는 시큼시큼한 냄새가 점점 더 심해져서 절로 인상이 쓰였고 코를 막아가며 지하실로 따라 내려갔는데 죽은 돼지가 내장이 나와 있는 상태로 널브러져 있고 생닭이나 오리가 철창 안에 있었다고 했다.


있는 대로 인상을 찌푸리고 있자 사장이 문득 말했다고 한다.


“넌 여기서 일한 적 없는 거다.”


“예?”

당시 아버지는 돈을 떼먹으려고 지하로 불러다가 두들겨 패려고 이러나 싶었는데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한다.


“네가 어딜 가서 일을 하던 뭘 하든 잘되길 바래. 근데! 넌 여기서 일한 적 없는 거고 여기서의 일은 다... 잊고 나갔으면 하거든?”


“아유 사장님이 잘해주신 게 얼마나 많은데요. 나중에 잘되면 꼭 찾아뵐게요.”


“아니! 아니야... 넌 여길 잊어야 돼. 명심해.”


그리고는 두 달 치 월급을 주시면서 올라가서 짐 싸고 그만 가보라고 하더란다... 뭔가 분위기도 이상하고 찜찜해서 그냥 돈 받아들고 짐 챙겨서 인사드리고 바로 그 가게를 나왔고 다시 이 곳 저곳 돌아다니며 일도 배우고 차차 돈도 모으고 기술도 배워서 지금까지 한 직장에서 일을 하고 계시는데


왠지... 그때 일했던 그곳이 정육점이 아니라 간첩들이 활동하던 장소가 아닌가 싶더란다... 왜 그렇게 생각 하냐는 내 질문에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사람은 눈을 보면 알어... 고기 써는 사람들 눈을 잘 보면 살기가 있어.”


“뭐 그 사장도 정육하는 사람이니까 그렇겠지.”


“아빠가 왜 그만둔 줄 아냐?”


“기술 배우려고 관뒀다며.”


“그랬지... 근데 하루는 궁금해가지고 배달하다가 상자에 도대체 뭣이 들었는가 해서 딱... 열어봤드만 편지가 하나 있드라고.”


“편지?”

“그래 편지... 연천에 어쩌고저쩌고 뭔 놈에 숫자가 막 적혀 있는데... 뭘 배웠어야 알제... 그런갑다 하고 넘어갔는데 봐라, 68년도에 김신조가 한국으로 들어온 길이 연천이라 안하디...”


아버지는 기술을 배우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그 편지를 몰래 읽고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일을 관둔 건데 이후 몇 년이 지나 그 건물로 가봤지만 완전 폐허가 되어 있더란다. 우연의 일치 였던건지, 아님 정말 뭐가 있는 놈들이었던 건지...


혹여 실제 간첩이었더라면 굳이 남한 사람을 고용해서 쓴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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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머가좋다
해뜨는 주유소면... 강일동 쪽이신가요...? 잊고 살라고 당부를 그렇게 했건만.... ㅎㅎㅎ.... [1]
27 0 추천 반대 댓글
[이동]
2020-01-13
[09:40]
짱가님이시다
끌잼..
00 추천 반대 댓글 삭제 신고 2020-01-11 12:37:52
팬탐
고맙습니다ㅎ 막상 쓰고 보니 별로 인거 같다고 생각했는데 다행이네요ㅎ
00 추천 반대 삭제 신고 2020-01-13 11:38:48
글래머가좋다
해뜨는 주유소면... 강일동 쪽이신가요...? 잊고 살라고 당부를 그렇게 했건만.... ㅎㅎㅎ....
270 추천 반대 댓글 삭제 신고 2020-01-13 09:40:02
팬탐
와... 본문보다 답글이 더 무섭네요ㅋㅋㅋㅋㅋㅋ
100 추천 반대 삭제 신고 2020-01-13 11:4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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