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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밖에나가지마시오 17화 [3]
작성자 삶이무의미함
번호 79001 출처 창작자료 추천 63 반대 0 답글 3 조회 1,347
작성시간 2019-11-09 10:3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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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계단을 보고 올게요.”

 

묵묵히 서 있던 동생은 왼쪽 계단으로 천천히 올라갔다. '나도 같이가.' 준우 아저씨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동생의 뒤를 따랐다

 

형님, 아까 전엔 불이 다 켜져 있었죠?”

 

잠시 후 다시 내려온 준우 아저씨는 찝찝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렇지.”

근데 지금은 불이 다 꺼져 있네요.”

그래?”

 

아저씨는 고개를 갸웃 거렸다.

 

녀석들이 내려오면서 층계에 있는 불을 끄고 있나 보군.”

하지만 우리가 처음 들어 왔을 때에는 불이 다 켜져 있었잖아요.”

 

동생의 말에 우리 모두 생각에 잠겼다. 누군가 이 병원에 있다는 건가? 그럴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른 누군가가 살고 있을 걸까요?”

그럴 수도 있어. 괴물 녀석들이 설사 불을 껐다고 해도 다시 불을 키지는 않았을 거야. 괴물들이 정신 나가지 않은 이상 밝은 곳을 좋아할 리는 없네. 민정씨, 뭐 아는 거 없나?”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나 민정 누나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누나 역시 혼자서 살아오기가 빠듯한 탓에 그런 사소한 것들에 일일이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띵동작은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우리는 자동적으로 무기를 꽉 쥐었다.

 

흐으……

…….”

 

아까 보았던 두 마리의 괴물 녀석이 우리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이내 두 눈을 붉게 밝히며 우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크워어!”

 

다행히 사람의 모습이었기 때문에 두 놈을 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아저씨는 먼저 달려오는 괴물의 머리를 날려 버렸고, 우리는 쓰러진 괴물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아저씨는 이어 다른 괴물을 쓰러트렸고 우리는 같은 방법으로 마무리했다.

 

살이 부셔지고 뼈가 깨지는 소리에 민정 누나는 고개를 돌려 버렸고 은혜는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나와 준우 아저씨는 두 시체의 발목을 잡고 질질 끌어 주사실에 놓고 다시 엘리베이터 앞으로 왔다. 검붉은 피가 복도에 길게 그어져 있었다. 엘리베이터나 우리의 옷에도 검붉은 피들이 튀어 있었다.

 

쇼핑 좀 해야겠군.”

 

아저씨의 말에 우리의 옷에 눈이 갔다.

 

일단 오늘 밤을 무사히 넘겨야겠어요. 형님.”

으음…… 민정씨가 말한 대로 4층으로 가보지. 민정씨, 탈의실 위치는 어디지?”

엘리베이터에서 바로 내린 다음에 왼쪽으로 열 발자국정도 걸어가면 돼요.”

 

민정 누나는 창백한 표정으로 아저씨에게 말했다. 나는 누나가 안쓰러웠지만 특별한 위로의 말을 하지는 않았다. 살아가려면 이 정도는 충분히 감수해야만 했다.

 

그럼 가지.”

 

아저씨의 말에 우리 모두 엘리베이터에 올라 4층 버튼을 눌렀다.

 

 

서서히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며 올라가기 시작했다.

 

지이잉-

 

한 층 한 층 올라갈 때마다 혹여 멈추지 않을까 하고 마음을 졸였다. 2…… 3.

 

띵동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우리의 목적지와는 전혀 다른 곳에 멈췄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버튼을 눌렀다는 소리인데.. 필시 괴물이 분명했다.

 

한 번에 덮치는 거야.”

 

그 말에 우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완전히 문이 열리자 한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조금 외소한 체격의 남자였지만 몸 군데군데 보이는 맨살은 그가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을하게 했다. 

 

흐악!”

 

남자는 우리를 보고 놀랐는지 덜덜 떨며 뒷걸음질을 쳤다.

 

은혜야, 나쁜 사람이니?”

 

나는 등 뒤에 서 있는 은혜에게 물었다.

 

으응.”

 

은혜를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면 저 남자도 민정 누나와 마찬가지로 여기서 숨어 지내는 사람이라는 건가? 은혜가 안전하다는 판단을 하자 우리는 얘기치 않게 3층에서 내렸다. 예상외로 생존자를 많이 만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아저씨는 방망이를 슬쩍 내려놓고 남자에게 다가갔다.

 

미안하오. 세상이 이렇게 굴러가니 저절로 의심하는 병이 생겨버렸소.”

괴물들한테 쫓겨 살기도 바쁜데, 사람들한테까지 맞아죽는 건 아닌지 의심했어요. 아무튼 반갑습니다.”

 

남자는 힘없이 웃으며 말했다.

 

준우 아저씨와 동년배로 보이는 남자는 나와 비슷하게 순한 인상을 가졌다. 아저씨는 오른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남자도 그 손을 잡으며 가볍게 흔들었다.

 

반갑소. 여기 이 사람들은 우리와 같이 다니는 동료고, 저 뒤에 있는 아가씨는 오늘 당신처럼 이곳에서 만났소.”

 

아저씨가 간단히 우리를 소개시켜주었다. 그러나 남자는 썩 기뻐하지 않았다. 그것을 숨기려고 최대한 노력하긴 했지만 나와 동생의 눈에는 그것이 훤히 보였다. 취미 삼아 읽어본 심리 논문이나 책들이 이런 곳에서 도움이 될 줄이야.

 

전 송창민이라고 합니다. 보시다시피 이 병원에서 숨어 지내고 있죠.”

그동안 어떻게 숨어서 지내셨소? 3…… 이곳은 상당히 트인 공간이 많은데.”

 

아저씨의 말처럼 3층은 1층과는 다르게 커다란 헬스장이나 재활치료실이 전부였다. 여기에 숨을 곳이 있는 건가?

 

있다…….

 

은혜는 작게 중얼거리며 재활치료실로 들어갔다. 갑작스러운 은혜의 행동에 놀란 우리는 은혜를 따라갔다. 그러나 창민 아저씨가 비장한 표정으로 우리 앞을 막아섰다.

 

왜 그러시오?”

 

아저씨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 여긴.”

 

창민 아저씨의 행동에 우리들의 의심이 증폭되어 갔다.

 

창민씨, 당신이 우리 모두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오? 왜 그러는지 이유나 설명해 보시오. 더군다나 저기엔 우리 은혜가 있으니까.”

 

아저씨는 굳게 닫힌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창민 아저씨는 고개를 푹 숙이고 한동안 말이 없었다. 얼마나 기구한 사연이 길래 저러는 걸까. 우리는 차분하게 창민 아저씨를 기다려주었다.

 

지금부터 보게 되는 광경에 절대 놀라지 않겠다고 약속해주십시오.”

 

창민 아저씨는 결심한 듯 옆으로 비켜서며 말했다.

 

알겠소.”

알았어요.”

 

그렇게 건성으로 대답한 우리는 창민 아저씨를 따라 재활치료실로 들어갔다.

 

딸칵창민 아저씨가 스위치를 누르자 재활치료실에 불이 들어왔다. 우리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정 가운데로 몰렸다.

 

이런…….

 

아저씨는 신음을 내뱉으며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커다랗고 단단한 플라스틱 통 안에 1~2살이 된 아기가 버둥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아기의 몸에 다닥다닥 붙은 검은 털들은 평범한 아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캬아악!”

 

은혜는 그 통 앞에 쭈그리고 앉아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렸다. 그럴 때마다 아기는 괴성을 지르며 양손을 마구 휘저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요?”

…….”

 

창민 아저씨는 한숨을 쉬기만 할뿐 아무 말이 없었다. 아저씨는 그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창민 아저씨에게 권했다. 조심스레 담배를 받아든 창민 아저씨는 두 서번 깊게 빨고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처음 아내가 임신했을 땐……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어요. 아내 뱃속에 자라나는 어린 생명이 태어나 걷고…… 나를 보며 아빠라고 부를 것 같은 환상에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냈죠. 벌써 아기 이름까지도 생각하고 아기가 미리 입을 옷들도 즐거운 마음으로 사두었죠. 그런데…….

 

창민 아저씨는 부들거리는 손으로 담배를 빨았다.

 

그 빌어먹을 날이 아직도 잊혀 지지가 않아요. 아기가 태어나기 전이라 매사에 조심스럽게 행동했어요. 근데 그날따라 아내가 계속 배가 고프다고 하는 거예요. 고기가 먹고 싶다고…… 그래서 우린 집 근처에 있는 갈비 집으로 갔죠. 저녁 늦게…… 갈비를 시키고 불에 구우려고 하는 순간 아내가 생고기를 뜯어먹기 시작했어요. 당연히 사람들의 시선이 주목되었죠. 너무 당황스럽고 무서워서 아내를 멍하니 바라보았어요. 그리고…… 저는 보았어요. 아내의 팔과 다리에서 급속도로 돋아나는 그 검은 털들을…….

캬아아!”

 

아기의 포효소리가 적막을 채웠다. 창민 아저씨는 눈물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정신을 잃은 것 같았어요. 너무 놀라서 그랬나 봐요. 다음 날 눈을 떠보니 가게 안의 사람들은 모조리 죽어 있었어요. 짐승에게 당한 것처럼…… 살들이 모조리 뜯겨 있었죠. 유일하게 살아남은 것은 저와 정신을 잃은 아내. 그리고 뱃속에 있는 아기였어요. 떨리는 마음으로 아내를 이리저리 훑어보았죠. 그날 본 것이 제발 헛것이기를 바라면서요. 근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아내의 발은 사람의 발이 아니었어요.”

캬아아아!”

그러다 진통이 시작된 거죠. 아내가 갑자기 눈을 뜨더니 배가 아프다고 저에게 죽는 소리를 하는 거예요. 저는 너무 당황해서 전날 아내가 저질렀을지도 모르는 일들을 뒤로 한 채 택시를 타고 급히 이 병원으로 오게 되었어요.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분만실로 아내가 들어가는 것을 끝으로 5~6시간을 보지 못했어요.”

캬아아아!”

 

민정 누나는 은혜에게 다가가 이쪽으로 데리고 왔다. 캬르르. 먹잇감이 점점 멀어지자 아기는 마지막 포효를 뱉었다. 그런 아기를 애처로운 눈길로 보던 창민 아저씨가 말을 이었다.

 

아내의 고통 섞인 신음소리 끝에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렸어요. 저는 안도감보다 두려움이 더 컸어요. 아내가 언제 그 괴물로 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벌벌 떨면서 문 앞을 서성였죠. 분만실 문이 열리고 의사와 간호사가 저를 보며 웃으면서 말하는 거예요. 딸이라고…… 전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죠. 근데 갑자기 분만실에서 포효소리가 나는 거예요. 저는 직감적으로 아내라는 것을 알아채고 분만실 안으로 들어갔죠.”

 

아기는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유리 표면을 핥아댔다. 우리는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모두가 비명을 지르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아내는 이미 괴물로 변해 그곳에 있는 간호사들을 무차별로 유린하게 시작했어요. 저는 갑자기 변해 버린 아내가 무서워서 한쪽에 놓인 아기를 들고 무작정 뛰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병원 안에는 이미 괴물들의 공격이 시작이 된 후였죠. 정말 죽는 줄 알았어요. 사람이 괴물들한테 뜯기건 말건…… 목이 날아가건 말건…… 그냥 앞만 보고 달렸어요. 근데 달리면서 이상한 점이…… 괴물들이 저를 공격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아저씨가 어떻게 살아 왔는지 대충 짐작이 갔다.

 

그게 아기 때문인지는 꿈에도 모른 채 3층에 있는 재활치료실로 들어 왔어요. 다행히 안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저는 치료실 구석에 있는 헝겊 같은 걸로 아기의 몸을 닦아주었죠. 아기가 상당히 씩씩했어요. 그런 충격을 받고서도 씩씩하게 숨을 쉬었죠. 근데…… 아기 등에 자란 털들이 눈에 들어오는 거예요.”

 

창민 아저씨는 울음을 삼키며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아기 눈을 보았죠. 대개 갓 태어난 아기들은 제대로 눈도 못 뜨잖아요? 근데 이 아기는 붉은 색의 눈으로 저를 보며 웃고 있었어요. 소름이 돋았죠. 그리고 느꼈어요. 괴물들이 저를 공격을 하지 않은 이유가 바로 이 아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리고 저는 쉽게 부숴 지지 않는 커다란 통에 아기를 가둬두고 지내기 시작했어요. 가끔 괴물들이 이곳에 들어와도 사각지대에 숨어 버리면 자신의 동료가 안에 있다고 인식했는지 그대로 나가버리더군요. 그런 식으로…… 이렇게 살아왔습니다.”

……그럼 아기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나?”

아뇨…… 가끔 생고기를 구해서 줬어요.”

 

그렇게 말한 창민 아저씨의 눈에는 애정이 깃들어 있었다. 아무리 괴물이라고는 하지만 일단은 자식으로 인정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저 아기는 이제 우리와 다른 삶을 살아야만 했다. 나중에 크면 우리들에게 해를 가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

 

그러나 영락없는 아기의 모습에 우리들은 머뭇거렸다. 그런 우리들의 심정을 눈치 채고 있었는지 창민 아저씨는 무릎을 꿇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저에게 남은 유일한 가족이에요. 제발…… 해치지 않겠다고 약속해주세요.”

…….

 

어떻게 해야 하지? 괴물이긴 하지만 창민 아저씨에게 남은 유일한 혈육이었다. 허나 아저씨는 굳게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는 안 되네. 아직 어리다고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모르는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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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관찰일기
오늘은 저녁이 아니라 일찍 올라왔네요!! 감사합니다!!
10 추천 반대 댓글 삭제 신고 2019-11-09 11:28:30
고래가난다고래
항상 감사합니다
10 추천 반대 댓글 삭제 신고 2019-11-09 12:33:06
월곡동
항상 잘보고있어요 근데 마지막부분에 혹시 오타인가요? 아저씨가 어떻고 살아왔는지라고 되있네요!!
00 추천 반대 댓글 삭제 신고 2019-11-10 02:2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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