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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욕설, 폭력, 노골적 묘사 주의)글로리 메이든에 탑승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발견되지 않은 기록(2) [12]
작성자 왁두
번호 78666 출처 창작자료 추천 34 반대 0 답글 12 조회 3,456
작성시간 2019-08-07 18:5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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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본문에 들어가기 전, 이 장편 소설은 제가 일전에 올린 
글로리 메이든에 탑승하신 것을 환영합니다(welcome aboard our glory maiden!)의 비하인드 스토리쯤 되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씀으로서 여러분이 재밌게 즐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이 소설은 노골적이고 잔인한 묘사가 있기 때문에 싫어하시는 분들은 감상을 자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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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1년, 7월 6일.

이번의 꿈은 좀 달랐다.

꿈은 내가 너무나도 잘 알던 곳을 보여주고 있었다. 로스앤젤레스. 천사들의 도시라는 이명을 가진, 생명감과 예술적 영감이 도시 곳곳을 혈관처럼 따라 흐르는 곳이다.

내 고향이자, 내가 가장 저주하는 곳이었다.

따스한 봄, 도심의 건물들은 마치 불이 난 것처럼 보일 정도로 환한 빛을 내고 있었다. 거리 곳곳에는 웃음소리와 바쁘게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분주히 거리를 매웠고, 나는 그 중심에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었다. 우연히 상점 유리에 비친 나 자신은 현재의 몰골로는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과거의 내 모습이었다. 윤기나는 검은 머리칼, 웃음과 희망이 담긴 두 눈, 지금은 어색해 보일 정도로 들어간 배. 무엇보다 내 모습에서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행복함과 자신감. 상점 유리 속의 나는 그 두 가지로 가득 차 있었다.

"지미."

저 목소리. 애정과 장난스러운 따스함이 섞인 목소리였다. '나'는 눈을 감고 싶었지만 '꿈속의 나'는 미소지으며 조용히 이름을 불렀다.

"에이미."

그녀는 결코 애칭으로 불리는 여자가 아니었다. 그녀는 노력하지 않아도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에이미같이 평범한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는 마법 같은 사람이었지만 나에게 있어선 늘 에이미였다. '꿈속의 나'는 고개를 돌렸고, 그녀는 거기에 있었다.

"오래 기다렸어?"

'나'는 울고 싶었다. 그녀는 내가 기억하는 그대로였다. 젊고, 아름다우며, 수많은 사람 사이에서도 하나의 태양처럼 빛이 나는 그녀의 존재는 눈물이 날 정도의 그리움을 불러일으켰다. 현재 이 불빛으로 가득한 도시에서도 그녀보다 밝게 빛나는 건 존재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꿈속의 그녀는 아직 나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녀의 두 눈동자 안에는 온전히 나만이 담겨있었다.

이 점이 나를 미치도록 괴롭게 했다.

'꿈속의 나'는 그녀가 다가오자 팔을 벌려 그녀를 마주했다. 그녀는 자연스레 내 품 안에 안겼다. 그녀의 옅은 라일락 향기가 코끝에 스치고 품 안에서 느껴지는 온기는 따스했다. 품 안에서 날 올려다보며 지어준 미소에는 덧니가 수줍게 보이는 그녀 특유의 웃음이었다. '나'는 이것이 꿈인 걸 알면서도 눈시울이 붉어지는 걸 느꼈다.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그녀의 머리칼에 머리를 묻었다. 갈라진 목소리로 웅얼거리며.

"보고 싶었어."

'꿈속의 나'가 아닌 진심이 담긴 '나'의 말이었다. 배신감, 원망스러움 모든 감정이 눈 녹듯 사라지고 남은 감정은 단 하나였다. 그리움, 미치도록 보고 싶었던 그녀를 붙잡고 다시는 깨어나고 싶지 않았다. 부디 이 순간이 그대로 멈춰있기를.

하지만 내 바람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모든 것이 순간에 일어났다. 품 안의 그녀가 차갑게 식으며 늘어졌다. 내 손과 얼굴에 뜨거운 액체가 흐르는 느낌이 들고 비릿한 피 냄새가 코끝에 스쳤다. 황급히 고개를 들자 주위의 풍경이 모두 바뀌어 있었다. 따스한 봄날의 도시는 사라지고 시리도록 차가운 눈이 내려앉은 어느 겨울밤이었다. 품안의 그녀는 이미 검붉은 색의 피가 머리에서부터 흘러내려 새하얀 눈을 적셨다.

"무슨ㅡ"

나는 놀라서 그녀를 놓쳤고, 마치 실이 끊긴 인형처럼 그녀는 눈 위에 쓰러졌다. 나는 급히 그녀를 부축하려 손을 뻗었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손에는 어떠한 물건이 들려있었다.

옅은 달빛에 수정처럼 반짝이는, 밑동이 붉게 물든 술병이었다.

나는 오열하며 에밀리아 옆에 주저앉았다. 그녀는 의식 없는 두 눈에는 오직 빈 공허 뿐이었다. 머리 한구석에서는 이 모든 게 꿈이라는 것을 계속 상기시키려 했지만 마음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차게 식은 손을 이마에 가져다 대고 떨리는 목소리로 연신 사과를 중얼거렸다.

"미안해, 에밀리아. 미안해. 미안해. 미안ㅡ"

그녀에게 고해성사를 되뇌던 도중, 나는 얼굴에 닿는 차가운 입김에 흠칫 놀랐다.

ㅡ지미.

고개를 들어 마주한 것은 더 이상 사람이라 부르기 어려운 몰골의 에밀리아였다. 그녀의 손은 더 이상 살점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 없는 앙상한 해골의 손이었다. 두개골의 한쪽이 움푹 들어간, 기괴하고 징그러운 얼굴의 그녀는 더욱 내 얼굴에 밀착시키며 입을 열었다.

ㅡ지미.

마치 오래된 양피지를 찢는 듯한, 소름끼치는 쉰 목소리였다. 눈이 있어야할 자리는 검은 허공이 대체하고 있었다. 그녀가 내 애칭을 부를 때마다 심장이 조금, 조금씩 찢겨나가는 느낌이었다.

"에, 에이미 그건 내 의도가 아니었ㅡ"

내 말을 무시한 에밀리아는 두 앙상한 손으로 내 볼을 붙잡고 내 입술에 그녀의 부식된 이빨을 가져다 댔다. 입술로부터 전해져오는 믿을 수 없는 냉기가 몸에 소름을 돋게 했다. 내 입을 강제로 비집고 들어오는, 이제는 익숙한 물비린내와 역한 털 짐승의 악취를 풍기는 검은 액체에 나는 천천히 의식을 잃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급히 찾아온 고통에 눈을 떴다.

"........."

머리가 깨질 듯한 숙취는 자명종보다 훨씬 믿을만한 알람을 제공한다. 다만 한가지 흠이라면 기상 시간을 설정하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 내가 일어났을 때는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그날로부터 이미 사흘이 지났다.

눈을 떴을 때 내가 마주한 건 내가 머물던 객실의 천장이 아닌, 크루즈의 의무실의 것이었다. 살짝은 역한 소독용 알코올과 이를 완화하려 뿌린 약한 라벤더 향기가 났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내 몸은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았다. 깨질듯한 두통에 엄습해와 나는 반사적으로 머리를 붙잡았다.

"아, 일어나셨군요."

젊은 남자의 목소리였다. 고개를 돌리자 그 자리에는 검은색, 흰색 크루즈 규정 복장을 착용한 남자가 서 있었다. 덥수룩한 붉은 머리와 코 위를 덮은 붉은 주근깨. 그리고 반짝이는 두 눈과 기분 좋게 입꼬리가 올라간 입은 그의 성격을 짐작게 했다. '벤자민 암스트롱 - 안전 교육 전담'이라 적힌 명찰이 그의 왼쪽 가슴에 달려있었다.

"괜찮으십니까?"

그의 질문에 대답을 하려 했으나 입술을 움직이는 것마저 천근만근이었다.

"...제가 얼...마나..."

그는 바로 대답했다. 오히려 내가 이 질문을 하길 기다린 것 같았다.

"식사를 안하신 날부터 계산해보면 사흘째입니다. 아, 오해하지 마세요. 제가 당신을 스토킹하거나 그런 게 아니라 손님들의 식사 관리는 저희 메뉴얼에 포함이에요."

사흘? 곧 떠오른 그 날의 기억은 내 두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나 자신에 대한 환멸과 추태를 남에게 보였다는 생각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나의 비참한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뭐, 객실 안의...'문제'들의 책임은 저희 크루즈 측에서 담당하기로 했습니다. 저희 총책임자분께서 당신에게 손해를 청구하기는커녕, 최고 객실로 손님을 모시라 하셨습니다. 이미 짐들은 모두...."

나는 그의 말에 의문을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왜 그런 일을..."

내 반문에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가 뭘 알겠습니까, 전 그저 안전교육 전담승무원일 뿐인데요. 아무튼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남은 기간 동안 좋은 여행 되십시오."

그는 뱃사람 특유의 모자를 들어 올리는 인사 후 병실을 나섰다. 나는 그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총책임자라는 사람의 결정에 해결되지 못한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 외로, 나의 의문은 갑작스러웠던 소식만큼이나 빠르게 해결되었다.

305호의 객실은 누가봐도 상류층을 겨냥한 값비싼 객실이었다. 마호가니 원목을 이용해 고급스럽게 꾸며진 객실과 책장, 하얀 대리석 조각, 넓은 이탈리안 실크 침대와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전등, 내가 캔버스 대용으로 쓴 커튼보다 몇 배는 비싸 보이는 양질의 원단을 이용한 커튼. 상아 장식, 타조알을 이용해 만든 파베르제 달걀 모조품이 객실의 이곳 저곳에 놓여있었다. 심지어 수도꼭지나 꽃병 하나하나마저 허투루 이루어지지 않고 엄선되어 배치된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내 눈을 잡아끈 것은 그 무엇도 아닌, 벽걸이 액자 안에 걸려있는 단 하나의 그림이었다.

바다 아래서 헤엄치는 어떠한 생물을 흑백으로 묘사한 그림이었다. 전체적인 모습은 범고래의 것이었지만 늑대의 팔과 다리가 달린 기묘한 생물이었다. 괴이한 생김새도 생김새였지만, 그것의 눈은 소름 끼치도록 복수심과 살의에 불타는 눈이었다. 편안한 휴식을 제공하는 장소에 이런 그림을 걸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그림의 존재감은 강렬했다. 나는 어딘가 불편함을 느끼고 뒤로 세 발짝 즈음 거리를 두는 순간,

그림 안의 괴물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뒷걸음을 치다 탁자에 부딪혀 넘어졌다.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다시 그림을 바라보았지만 당연하게도 그림과 그림 속의 괴물은 그대로였다. 나는 혼란스러운 마음을 진정시키며 아직 술기운이 덜 깬 것이라며 나 자신을 설득했다. 식은땀이 목 뒤를 따라 흘렀다.
곧 나는 정신을 추스르며 주변을 정리했다. 쓰러진 탁자를 바로세우던 도중, 나는 아까는 미처 보지 못한 짧은 편지 한 장을 주웠다. 하얀 봉투에 검은색 밀랍으로 밀봉이 된 편지였다. 내용은 간단했다.

'이런 훌륭한 그림에 대한 감사 인사를 아직 다 표현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즐거운 여행되십시오.'

발신인은 적혀있지 않았지만 나는 어렵지 않게 그가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원인 모를 답답한 느낌이 객실 내에 자리잡았다. 의자에 앉아 멍하니 그림 속의 괴울을 쳐다보았지만, 그것이 움직이는 일은 다시 없었다.

ㅡ다음에 계속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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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편입니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놀랐습니다. 개인정비시간을 바쳐가며 쓰는 보람이 있어서 좋습니다ㅋㅋㅋ 그럼 즐겁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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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1
천비월
오늘도 잘봤습니다. 주변 주변의 세밀한 묘사와 눈에 그려질듯한 인물의 묘사가 너무 좋네요. 버뮤다 삼각지를 첨볼때처럼 어떤 결말이 올지 무척 궁금합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에 하나 실어도 위화감이 안드는 필력이시네요, [1]
6 0 추천 반대 댓글
[이동]
2019-08-07
[21:34]
천비월
오늘도 잘봤습니다. 주변 주변의 세밀한 묘사와 눈에 그려질듯한 인물의 묘사가 너무 좋네요. 버뮤다 삼각지를 첨볼때처럼 어떤 결말이 올지 무척 궁금합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에 하나 실어도 위화감이 안드는 필력이시네요,
60 추천 반대 댓글 삭제 신고 2019-08-07 21:34:11
왁두
즐겁게 읽어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20 추천 반대 삭제 신고 2019-08-08 17:49:01
수육은맛있어
호고곡 뭐지 알래스카행 화가가 범고래 그림 그린곤가
20 추천 반대 댓글 삭제 신고 2019-08-08 23:47:02
왁두
ㅎㅎㅎㅎ댓글 감사합니다.
20 추천 반대 삭제 신고 2019-08-09 18:33:50
언니네이발소
작품 몇부작으로 나누실 계획인가요?
20 추천 반대 댓글 삭제 신고 2019-08-09 18:21:48
왁두
음...이대로라면 아마 다섯 부작 즈음 되지 않을까 싶네요.
10 추천 반대 삭제 신고 2019-08-09 18:33:11
언니네이발소
다음 작품 언제쯤 나올까요?
10 추천 반대 삭제 신고 2019-08-10 01:52:23
왁두
음...열심히 써보겠습니다ㅋㅋㅋ 제가 복무중 개인정비때 쓰는 거라 시간이 자유롭지 않네요ㅋㅋ
20 추천 반대 삭제 신고 2019-08-10 08:11:01
마술고양이
미쳐따... 나이런거 너무 좋아여....
20 추천 반대 댓글 삭제 신고 2019-08-11 08:45:42
왁두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20 추천 반대 삭제 신고 2019-08-11 09:18:28
므쨩이또마또
필력이 정말 좋으시네요. 군대에 계시는게 안타까울 따름 ㅠㅠ 올리셨던 글로리 메이든 메뉴얼 수칙에 적혀있는 가면 무도회를 보고 꽂혀서 이 글도 보게됐는데, 제대로 된 책으로 한 번 보고싶어요!!
10 추천 반대 댓글 삭제 신고 2019-08-20 23:23:56
왁두
과분한 칭찬 감사합니다. 어제 다음 편을 올렸으니 즐겁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00 추천 반대 삭제 신고 2019-08-23 07:2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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