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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단편] '조금 더 있고 싶었는데...' [5]
작성자 rkgnl99
번호 78578 출처 창작자료 추천 25 반대 0 조회수 2,646
작성시간 2019-07-10 11: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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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조금 더 있고 싶었는데...'




대학원생이 된다는 거



연구원으로서 산다는 거



그리고 졸업논문을 준비한다는 거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그건 정말이지 지옥같은 일이다.







철야는 기본이고 집에 돌아오는 날보다 그렇지 않은 날이 더 많았다.



대체 이 악몽같은 강행군이 언제쯤 끝이 나려나 목놓아 기다려보지만



시간이란 놈은 원체 수줍음이 많은 녀석이라



쳐다보고 주시하고 또 신경을 쓰면 쓸 수록 더 바튼 걸음으로 사람의 애간장을 녹인다.



그 날도 마찬가지였다.



동이 틀 무렵의 새벽, 모처럼 랩실을 나와 무려 일주일 만에 집에 돌아오던 길이었다.



바리바리 빨래감을 한 무더기 싸짊어지고 어두운 현관문을 들어서니



낯익은 인영 하나가 방문을 열고나와 반겼다.



엄마였다.



평소보다 초췌해 보이는 얼굴이 왠지 거울 속의 나를 보는 것 같았지만



매일 같이 반복된 피곤한 일상은 오지랖 넓던 나를 어느덧 세상 가장 무심한 사람으로 바꾸어 놓았다.



게다가 채 무얼 느끼기도 전에 엄마의 잔소리가 시작됐다.





"말 만한 처녀가 며칠이나 외박하고! 대체 뭘 하다 이제 와!"



"졸업 논문 준비하면서 집에 꼬박고박 들어오는 대학원생이 어딨어! 엄마는 순 알지도 못하면서!"



"그러다 몸 상해! 밥은 제때 챙겨 먹니?"



"아! 몰라 시끄러! 귀찮고 피곤하고 힘드니까 말 걸지마! 아 엄마는 잠이나 자지 왜 괜히 나와서 잔소리야 잔소리가! 심심하면 빨래나 해줘."



"어휴... 우리 딸... 허구헌 날 이렇게 힘들어서 어떻게 하니?"



"됐거든요. 도와줄 거 아니면 신경 끄세요."



"근데 딸! 그건 뭐야?"





엄마가 손에 든 측정 장비를 보고 턱짓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평소라면 '엄마가 그런건 알아서 뭐하게' 무시하고 말았을테지만


그날은 기분이 묘했다.

한바탕 차갑게 쏘아붙인 것도 미안하고 해서 들고 있던 장비를 켠 뒤 우쭐대며 말했다.




"교수님이 테스트해보라고 맡긴 적외선 열 감지 카메란데, 생긴 건 일반 캠코더랑 비슷해 보여도 이렇게 켜면 온도를 색으로 표현해줘. 봐! 엄마 같은 사람은 이렇게 파랗게... 어?"





그 순간 나는 세상 가장 슬픈 표정을 보았다.



쓸쓸히 웃으며 점차 희미해져가는 엄마가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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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kgnl99
`16년 9월에 쓴 글인데, 이유는 모르겠는데 안 올렸길래 올려봅니다. 다들 어머니께 살가운 전화 한 통씩 들 합시다. 오래 전 혼자서 심근경색으로 쓸쓸히 사망하신 친구의 어머니 이야기를 각색하였습니다.
40 추천 반대 댓글 삭제 신고 2019-07-10 11:13:08
완소한지민
오 감동적임 ㅜ
10 추천 반대 댓글 삭제 신고 2019-07-10 15:57:18
rkgnl99
모든 엄마보다 위대한 성인은 없으니까. 엄마한테 잘해라. <-요거 어렸을 때 성당 신부님이 해주신 말씀. 어린 내가 그럼 엄마가 주님보다 나아요? 했더니 신부님 말씀 "주님의 10억번째 아들이 될 래? 아니면 너희 어머니의 단 하나뿐인 아들이 될래?" 뭔가 아리쏭했던 나. "그럼 신부님은 왜 신부님이 되셨어요?" 신부님 왈, "우리 엄마 돌아가셨어" <-요거 딱 하나만 뻥이고 실제론 "나는 뱀꼬리보단 용대가리를 선택한거지" 하고 웃으면서 사라짐. 그때는 뭔소린지 이해 못 했는데. 암튼 그런 일이 있었음.
20 추천 반대 삭제 신고 2019-07-10 16:53:53
rkgnl99
뭐 종교 폄하는 아니지만, 나중에 교회 다닐 때 목사님 앞에서 같은 얘기했는데, 목사님 왈, 그거는 ㅇㅇ이가 아직 성경을 잘 몰라서 그래요. 주님은 나불나불... ㅎㅎㅎ 울 엄마보다 주님이 더 위대하다고 강변하시면서 교회 열심히 나오라고 하심. 슬픈 건, 이 얘길 집에가서 나불나불 엄마한테 해드렸더니 엄마 왈 "에이 많이 배우신 목사님이 하신 말씀이니까 맞겠지." 별거 아닌데... 뭔가 찡... 엄마는 항상 당신의 아들 딸을 가장 높은 곳에 올리기 위해가장 낮은 곳에서 진흙 속에 발을 담그시는 분인 듯.
10 추천 반대 삭제 신고 2019-07-10 16:56:25
rkgnl99
말이 길었네. 읽어줘서 고마워.
20 추천 반대 삭제 신고 2019-07-10 16:5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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