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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실화 관련 픽션] 네번째 전봇대
작성자 mundding
번호 78570 출처 창작자료 추천 8 반대 0 답글 0 조회 701
작성시간 2019-07-09 12: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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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에 의거한 픽션임을 밝혀두는 바입니다.

(1)


2004년 5월 20일

간판이 하나 둘씩 꺼져간다.

그자리엔 아스라한 정육점의 붉은 빛이 맴돈다.


"오빠 놀다가~ 잘 해줄께 오빠~"


노고산동의 골목길을 끼고 홍등가가 즐비하다.

늘상 이시간에 객들을 반기는 창녀들의 목소리이다.

문뜩 아랫도리에 피가 도는것이 느껴졌으나 그것은 곧 이성에 의해서 가라앉았다.

아니 이성이라기 보다는 가벼운 지갑에 생각이 미쳤기 때문이리라.

사장 얼굴이 떠올랐다.

'개같은 사장새끼...' 월급도 제때 안주면서 구박하는건 세계 최고다. 하루가 멀다하고 사소한 것으로 트집을 잡아낸다.

머리속에서 사장의 이를 20개정도 뽑아 냈을 무렵 골목길 어귀에 들어선다.

집으로 향하는 아무도 없는 골목길의 풍경은 괜한 공포심으로 다가온다.

50미터가 채 되지 않는 골목길은 외지고 외진곳에 위치해있었기 때문에 구청에서도 별 신경 쓰지않는 골목길이었고, 전봇대에는 각종 전단지들과 쓰레기들로 난잡하다.

이 길말고 다른 길도 있지만 옆의 공항철도를 끼고 한참을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언제나 이 골목길을 이용한다.

네개의 전봇대 불빛과 그림자들이 나를 감싼다.

'하나'

골목길을 지날때 마다 나는 습관적으로 마음속에 숫자를 붙인다. 이 길을 걸을때는 소리를 낼 수가 없다. 소리를 내면 그것은 어떤 무시무시한 것을 깨우게 되는 금기의 주문처럼 내안에 자리 잡았다.

'둘'

두번째 전봇대에 빛이 점멸한다. 빛은 간헐적으로 들어왔다 나갔다 한다.

'셋'

익숙한 냄새가 난다. 쓰레기와 취객들의 소변 냄새들. 내 발걸음은 점점 빨라진다.

'넷'

네번째 전봇대 옆의 2년 째 아무도 안사는 폐가의 담벼락은 벽돌 4개정도의 구멍이 뚫려있다. 구멍속의 암흑은 마치 블랙홀같이 어마어마한 인력으로 나를 끌어 당길듯하다.

'휴..'

골목길을 지나 한숨을 돌린다.




(2)


2004년 6월 21일

"집에 찾아갈 수 있겠냐?~"

"됐어 이 새끼야~ 꺼억~ 이 형님이 집도 못찾아 갈줄 아냐"

오랜만에 불알 친구를 만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안주삼으며 술잔을 나누다 보니 귀가길은 밤을 훨씬 넘기고 있었다.

사창가의 여자들은 고주망태가 된 나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퉷 더러운 년들.'

문뜩 취기와 함께 닳아오른 아드레날린이 발걸음을 재게 한다.

붉은빛과 가로수빛이 화살이 되어 날아온다.

골목길 어귀에 다다라서야 멈춰서 숨을 돌렸다.

"헉...헉.."

평소라면 고양이 걸음으로 길을 지났겠으나 오늘은 왠지 그러고 싶지 않다.

의기 양양 하게 첫번째 전봇대를 지난다.

점멸하는 두번째 가로등 불빛이 마치 겁먹은 듯이 벌벌 떠는 모습을 연상하게 했다.

골목길의 풍경은 언제나 같은 모습의 괴기스러움으로 내 머리속에 자리 잡아있지만

오늘은 평범한 골목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네번째 전봇대를 지나자 벽쪽으로 예의 구멍이 보인다.

평소때같았으면 처다도 보지 않고 지나갔을 구멍이지만 오늘은 그냥 지나가고 싶지

않았다. 평소에 쌓인 분풀이랄까?

구멍 앞에 선 나는 천천히 바지 자크를 내렸다.

빠져나가는 오줌발이 구멍안 어둠에 세차게 뿌려진다.

턱!

문뜩 들리는 둔탁한 소리.

낮지만 선명한 소리.

'잘못 들었나?'

주위를 둘러 본다.

골목길은 강아지 새끼 한마리 없다.

순간 비릿한 냄새가 올라오며 사타구니 쪽으로 뜨끈하고 찐득한 느낌이 든다.

'X발 오줌이 튀었나?'

손을 내려 사타구니를 만져 본다.

아스라한 조명에 비쳐 본 액체는 투명했다.

오줌이라고 하기엔 너무 끈적한 투명한 그것.

시선은 자연히 아래로 향했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구멍에 무언가 솟아나 있었다.





몸을 내달린다. 아니 내달리려 했다.




순간적으로 바지를 잡아 끄는 무언가에 의해 넘어져 버렸다.


그리고 솟아 있는 물체가 눈에 들어온다.


찌그러진 공 같은 빨간색 물체가 눈에 들어온다.

물체 위쪽으로 검정실이 잔뜩 박혀있다.

하얗고 빨간실 하나를 타고 데롱 거리는 골프공 같은게 하나 보인다.

그리고 옆으로 바르르 떨리는 손으로 추정되는 것이 어둠을 휘젖고 있었다.

'흐하악... 흐악...!'

눈물이 앞을 가린다.

후들 거리는 다리를 일으켜 세워 내달린다.

침이 나와 귀를 적시는 느낌이다.

미친듯이 앞을 내달렸다.

뒤에는 뒷통수를 잡으려는 '그것이' 꿈틀대며 쫒아 오고 있을 것 같다.

골목을 지나 큰길을 향해 내달렸다. 사람이 많은 곳에 가야만 살수 있을것 같았다.

십분여를 내달려 큰 길에 있는 24시간 마트에 들어갔다.




몇몇의 점원들을 보자 곧 마음을 놓았다.

술기운은 이미 달아난지 오래였다.

화장실에 들어서 세수를 한다.

손에 묻은 찐득한 액체를 비누로 씻고 또 씻는다.

거울을 보니 성기가 그대로 바지 밖에 나온 상태다.

이상태로 마트에 들어온것이다.

순식간에 두려움이 부끄러움으로 바뀌었다.

곧 이성이 곧 내 마음을 잠식했고 집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술기운으로 잘 못 보았을거야.'

그렇게 생각, 아니 그렇게 믿고 싶다.



(3)


2004년 6월 29일

그 뒤로 그 골목길을 절대 가지 았았다.

아무리 늦었더라도 공항철도를 끼고 돌아 출근을 했다.

저녁은 회사가 끝나면 아무대도 들리지 않고 집으로 바로 향했을 정도다.

이제 밤거리의 전봇대만 보아도 오금이 저린다.

과연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귀신의 형상과 또한 비린냄세와 함께 손에 잔뜩 묻었던 찐득하고 투명한 액체...

며칠이 지나며 계속 씻어내도 아직까지도 지워지지 않는 듯한 찐득한 느낌..

집을 향하는 길의 사창가에는 경찰들로 보이는 무리들이 분주히 돌아다니고있었다.

'내 저렇게 될 줄 알았지'

집에 도착한 나는 씻기를 마치고 TV를 틀었다.

TV에서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오후 4시 경 서울 노고산동의 한 폐가에서 여성의 시체가 주민의 신고에 의해 발견되었습니다. 사체는 죽은지 1주일 정도 되었고, 정수리가 모두 함몰되어있었습니다. 부검결과 사인은 망치로 인한 두뇌 피질 함몰로 인한 쇼크사로 밝혀졌고, 이 여성은 근처 사창가에서 일을 하는 여성으로 신원이 확인 되었습니다. 검찰은 최근 사창가 직업 여성을 상대로 유영철 연쇄살인에 연관하여 사창가 주변인을 토대로 수색을 벌이고 있고...'


그생태로 얼어붙어버린 난..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 듯 하였다.

내가 본것은 귀신이 아니었다.


피해자가 유영철에게 살해당하고 있는 모습.

망치로 피격을 당하고 도망가려다 벽 사이에 머리와 팔이 빠져 나와 있던 피해자의 모습을 목격한 것이다.

망치로 찌그러져 버린 머리와 함께 얼굴 밑까지 떨어나온 눈알과 팔을 허우적 거리는 모습.

난 살해당하는 모습을 본 것이다.

인터넷을 켰다.

뇌수의 색깔..

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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