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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좀비 월드 (Zombie world) - 10화
작성자 포스트아포칼립스
번호 78431 출처 창작자료 추천 4 반대 0 조회수 301
작성시간 2019-05-15 19:2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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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15일 오전 11시 30분.

윤상교의 집인 401호에서 비상대책회의가 열렸다.
401호에 모인 빌라 주민들은 모두 꾀죄죄한 몰골이었다.
집 안은 전기가 끊겨 불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동안 우리는 문명의 편리함을 당연시 여겨왔다.
하지만 단 삼 일.
상수도가 끊긴 지 고작 사흘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우리의 삶은 굉장히 망가져 있었다.
나와 지혜 또한 윤상교가 나눠준 1L짜리 생수 2병이 없었다면 정말로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상수도에 이어서 전기와 가스까지 끊긴 상황.
앞으로 우리가 느끼게 될 고통과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으리라.




"결국 제 예상대로 정부의 지원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와버렸습니다.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보호하겠다던 기간 시설이 현재 제 역할을 못하게 된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이제는 저희 스스로의 힘으로 헤쳐나가야 할 때입니다."


이틀 전, 빌라 밖으로 나가자고 제안했던 임준석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말은 결과적으로 옳은 셈이 되었다.
바깥의 좀비들은 여전히 빌라 입구를 멤돌고 있었고, 내부의 상황은 더더욱 악화되었을 뿐이니까.


"그럼 자네는 이제 어쩌자는건가?"


윤상교가 임준석에게 의견을 구했다.


"여전히 두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이 빌라에 머물면서 보급조를 구성해 식량과 필요한 것들을 바깥에서 조달해오는 방식입니다. 우선 근처의 마트나 편의점에 있는 것들부터 싸그리 챙겨와야겠죠.

하지만 그런 방식으로 30명 가까이 되는 이 빌라의 사람들을 모두 먹여살리기란 쉽지 않을 겁니다.
게다가 이 빌라 주변이 죄다 주택가라 30명이나 되는 인원의 식량을 충족시키기 위해선 머지 않아 먼 곳까지 왔다갔다 해야 할 겁니다. 그에 따른 위험 부담도 상당히 크겠죠."


"그럼 두 번째는 뭔가?"


"이 빌라를 버리는 겁니다."


임준석의 말에 주변이 시끄러워졌다.


"이 곳을 버리자고? 허... 그럼 어디로 가자는 얘긴가 자네는."


"우선 가장 중요한 건 당장 먹을 식량과 식수겠죠.
식수는 당장 급한 물만 어느 정도 확보해놓으면 그래도 빗물, 혹은 근처의 한강이나 88호수 쪽의 물을 정수시키는 방식으로 어찌어찌 공급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식량은 다릅니다.
현재 살아남은 사람들이 얼마나 될 지는 몰라도 도시 내의 식량은 굉장히 한정적입니다.
어쩌면 우리의 적은 좀비들 뿐만이 아니게 될 지도 모르죠."


임준석의 마지막 말.
그것은 굉장히 위험하면서도 인간의 본능과도 귀결되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 때, 나를 포함한 사람들은 그 말에 담긴 진의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래서 어디로 가자는 건데?"


항상 틱틱거리기만 하던 험악한 얼굴의 중년 남자, 고영택이었다.
그래도 이제는 임준석의 말이 제법 일리가 있다고 느낀 건지 딱히 시비 거는 말투는 아니었다.


"식량을 구하기 쉬운 곳, 아무래도 대형마트나 백화점 쪽이 좋겠죠.
제가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곳은....
천호역 근처의 현대백화점입니다만."


천호 현대백화점.
확실히 그 정도 규모면 이 빌라의 인원들이 한동안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곳까지 가면서 생기는 위험들이겠죠. 일단 이곳에서 걸어서 가려면 적어도 20분 ~ 30분 가량은 걸리니까요. 게다가 그곳은 이미 한 무리의 사람들이 점거했습니다."


"점거했다고?"


"일주일 전, '강동 생존 연합'이라는 곳에서 라디오를 송출한 걸 챙겨온 휴대용 라디오를 통해 우연히 들었습니다.
그 사람들은 주기적으로 매일 밤마다 라디오를 송출하는 것 같더군요.
「생존을 위해 힘을 합치실 분은 천호 현대백화점으로 와라.」 라는 게 대략적인 송출 내용이었습니다.
사실 저도 그곳으로 가다가 좀비 무리를 맞닥뜨려서 여기 오게 된 거고요.

그런데 매일 송출되던 라디오 방송이 이틀 전부터 끊겼더군요.
그래서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들이 아직 살아있을지,
그리고 그 사람들이 우리를 받아줄 여유가 있을지....
모든 게 미지수입니다."


"흠..."


"차선책은 그냥 가까운 대형마트나 혹은 그 주변의 건물을 점거하는 것이겠죠. 물론 안전할 지에 대해선 마찬가지로 확신할 수 없겠지만.."


말 그대로 선택의 기로였다.
현재, 많은 것들이 부족하지만 생활의 안전 만큼은 확실히 보장된 이 빌라에 머물지,
아니면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식량이나 물건들을 구하기 쉬운 다른 곳으로 이동할지,
​다른 곳으로 이동할 거라면 과연 어디로 이동할 것인지.

어차피 나는 이곳을 떠나면 우리집부터 찾아갈 생각이었다.
빌라 주변을 멤도는 좀비들 때문에 여기를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었지만, 지금 이 정도 인원이라면 좀비들을 충분히 뚫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선택은 빌라 주민들의 몫이었다.


"어쨌든 확실한 건 빌라 주변에 있는 좀비들은 물리쳐야 된다는 거죠."


"좀비 무서워 으앙...!!"


어떤 아주머니에게 업혀 있던 한 꼬마 아이가 울음을 떠뜨렸다.
아이만 울었다 뿐이지, 사람들의 표정도 별로 다를 게 없었다.
모두가 좀비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좀비들.. 우리 힘으로 처리할 수 있을까요?"


한 아주머니의 중얼거림에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그러다 죽는 거 아니야?"
"이건 너무 위험하지 않나?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는게..."
"저기 앞집에 현성이도 좀비한테 물렸다던데.."
"좀비한테 물리면 좀비로 변한다매."


사람들이 겁에 질려 한 마디씩 던지고 있을 때,
무리의 리더, 윤상교가 나섰다.


"조용! 그럼​ 중대한 사안이니 다수결로 정하도록 하지. 자네들 의견은 어떤가?"


윤상교의 말에 딱히 반대하는 인물은 없었다.
임준석은 나지막이 한 마디를 덧붙였다.


"좀비랑 싸우는 게 무서워서 이곳에 박혀 있으면, 결국은 말라죽을 뿐입니다."


임준석은 그 말을 끝으로 입을 닫았다.
언제나처럼 더벅 머리 아래에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어,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쉽사리 짐작하기 힘들었다.

윤상교는 그 자리에서 거수로 빌라를 떠날지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임준석의 마지막 말에 생각들이 바뀐 것일까?
예상 외로 대여섯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빌라를 떠나는 쪽에 손을 들었다.
의외인 건, 긍정적으로 임준석의 말을 듣던 윤상교는 떠나지 않는 쪽에, 반대로 임준석에게 틱틱대던 고영택은 떠나는 쪽에 손을 들었다는 것이다.


"후... 결국 떠나는 걸로 결정됐군.....
그럼 지금 12시 정도 됐으니까 오후 1시까지 각자 필요한 짐을 챙기고 그 다음에 출발하도록 하지.
​그리고 오후 1시가 되면 남자들은 각자 무기를 하나씩 챙겨서 1층으로 내려오게.
짐을 챙겨 출발하기 전에 좀비들을 먼저 정리해놓기로 하지.
각오 단단히 해야 될거야.
살아남으려면.."


윤상교의 말을 끝으로 회의는 끝이 났다.
나는 신지혜와 함께 402호로 돌아와 떠날 준비를 했다.
저번에 신지혜를 구하느라 원래 있던 배낭을 잃어버린 탓에 새로 쓸 가방이 필요했다.
마침 내가 쓰던 방에 원주인이 쓰던 제법 큼지막한 백팩이 있었다.
나는 그 백팩에다가 필요한 것들을 담아넣었다.
물론, 가족인 윤상교의 허락은 미리 맡아놓은 상태였다.


집 안의 물건을 뒤지디가 알루미늄으로 된 야구방망이를 하나 찾았다.


'이게 낫겠는데?'


"호신봉은 니가 써."


나는 그동안 써왔던 호신봉을 신지혜에게 주었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나는 새로 얻은 야구방망이를 꽉 쥐고서 빌라 1층으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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