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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창문에만 있는 것
작성자 노란색그림자
번호 78257 출처 창작자료 추천 32 반대 0 조회수 3,148
작성시간 2019-02-09 05:4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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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곳은 대학가 옥탑방이다. 이 동네에는 키 작은 원룸들이 오밀조밀 모여있다. 내가 사는 건물은 여기에선 높은 편이다. 담배피러 옥상에 나가면 동네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학교에서 멀지 않아 학교 건물도 보인다. 창문을 통해 사람 실루엣이 보이는 정도다.

그날은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유튜브나 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새벽 4:30. 이젠 진짜 자야겠다 싶어, 양치하러 화장실에 들어갔다. 아, 담배 안 피웠네. 롱패딩을 주워입고 옥상으로 나가 담배 불을 붙였다.

옥상은 워낙에 어둡다. 골목에 가로등이 있지만 꽤 높은 여기 옥상까지 빛이 다다르진 않는다. 주변 방에 불이 켜져있지 않으면 두 걸음 떨어져있는 빨랫줄도 잘 보이지 않는다.

그날은 월광조차 없었다. 늦은 새벽이라 달이 거의 다 지고 없는 시간이기도 했다. 달도 해도 없는 가장 어두운 시간이었다. 담배를 피며 보던 유튜브를 보고 있었다. 그러다 끼익- 하는 소리가 들려 이어폰을 뺐다. 주변을 살폈다. 옥상 환풍기 돌아가는 소리인가. 자주 옥상에 왔지만 처음 듣는 소리였다. 바람이 심해서 그런가, 개의치 않았다.

이어폰도 뺐겠다, 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옥상 난간에 팔을 괴고 주변을 보며 담배를 피웠다. 주변 방들은 모두 불이 꺼져있었다. 한 곳에서만 은은하게 빛이 새어나왔다.

불빛이 있는 곳은 멀리 보이는 학교 건물. 계단 통로 맨 윗층이었다. 그 건물은 항시 개방된 곳이 아니다. 교우회관 건물로 결혼식 등 특별한 날에만 사용한다. 그곳에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비상구 표시등 불빛인 듯 은은하게 어두운 불빛이었다. 잘 보이진 않지만 계단 난간의 형태가 어렴풋이 보였다.

담배 한모금 빨고, 멍하게 있었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건 다음 모금을 빨기 전이었다. 왜 맨 위층에만 비상구 표시등인지 뭔지 모를 불이 켜져있지. 다시 한 번 건물 쪽을 바라보았다. 아래 층엔 불빛이 없다. 비상구가 맨 위에만 있나. 뭐지.

다시 맨 위층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아까와는 다른 창문의 모습에 나는 담배 피우는 것을 잠시 잊었다. 뭔가가 있었다. 아주 어두운 실루엣. 폭으로 보면 사람인데, 높이가 너무 높다. 통유리 맨 끝까지 닿는 큰 키. 난간을 잘못 본 건가 싶어 안경을 치켜올렸다.

그것이 움직인다. 옆으로 살짝. 뭐지. 사람인가 싶어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자 조금씩 옆으로 계속 움직인다. 한쪽 끝에 닿자 그것이 멈춘다. 통화 중인 사람인가. 이 시간에?

의문과 두려움이 섞인다. 자세히 보기위해 폰을 꺼냈다. 카메라를 켜고 창문을 줌인했다. 아무것도 없다. 은은한 불빛에 까만 난간 뿐이다. 카메라를 끄고 다시 그 창문를 봤다. 창문은 온통 검은색이었다. 불이 꺼진 건가.

집중해서 창문을 봤다. 난간도 계단도 안 보인다. 그런데 너무 검다. 너무 어두운 검은색. 주위의 모든 검은색보다 월등히 어두운 검은색. 압도적인 검은색이었다. 마치 가장 검은 페인트를 칠해놓은 듯했다.

소름이 돋았다. 아까 그것이 온통 창문에 붙어있는 건가,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나에게 달려오려던 걸까. 무서워서 얼른 방에 들어왔다.

잘못 본 거라고 되뇌이며 화장실에 들어가려고 했다. 빨리 양치하고 유튜브로 웃긴 영상을 보며 잠들 셈이었다. 화장실 불을 켜고 문을 열려고 하는 순간. 화장실 안에서 쾅- 하는 소리가 들렸다. 몸이 얼었다. 용기를 내어 문을 열었다. 변기뚜껑 위로 환풍기 부품 하나가 떨어져있었다.

깊은 숨을 내쉬며 빠르게 양치를 했다. 이상한 기운을 느낀 건 몇 초 후였다. 바람이 불지 않았다. 나는 화장실 곰팡이가 싫어 항상 화장실 작은 창문을 열어둔다. 그래서 화장실은 언제나 바람이 통한다.

천천히 옆의 창문으로 눈을 돌렸다. 다행히 창문은 그대로 열려있었다. 별로 이상한 게 없었다. 밖은 어두웠다. 창문 밖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너무 어둡다. 마치 검은 널빤지로 창문을 막아놓은 듯한 어둠. 세수를 하기 위해 벗어놨던 안경을 쓴 순간, 나는 짧게 소리를 지르고 도망치듯 화장실을 빠져나왔다. 작은 화장실 창문이 아까 그것과 똑같은 검은색으로 뒤덮여있었다. 화장실에서 나온 나는 집안 온통 불을 켜놓고 잠에 들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화장실 창문에 그것은 없었다. 옥상에 나가 확인한 건물 창문에도 그것은 없었다. 방에 돌아와 노트북을 켰다. 노트북은 왜 또 켜지지 않는 건지. 충전기를 끼우고 다시 켰다. 그러자 노트북이 위잉- 꺼지는 소리를 냈다. 충전기를 끼우기 전에 노트북이 켜져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다시 켰다. 노트북은 위잉- 소리를 내며 켜졌다.

그런데 화면이 켜지지 않았다. 뭐야, 하면서 스페이스바만 연신 두들겼다. 노트북 화면은 계속 들어오지 않았다. 다시 껐다 켜기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문제가 뭔지 몰랐다. 그러다가 갑자기 노트북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끼긱끼기긱- 휘이익 끼긱- 오래된 철문이 힘겹게 열리는 듯한, 찢어지는 고음. 놀라 바라본 노트북 화면은 여전히 검었다. 너무 검어서 내 얼굴의 윤곽조차 반사되지 않았다. 비정상적인 검은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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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마당(4) 게시물이 재미 있으면 기부할 수 있습니다. (기부된 개념은 환불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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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1
아빠와탕수육
마지막 진짜무섭네여 ㄷㄷ 그러니까 노트북 화면에 비친 작성자님 얼굴을 보고 실명이돼서 아무것도 안보이게된거조??ㄷㄷㄷㄷ
7 0 추천 반대 댓글
[이동]
2019-02-16
[01:40]
SOFTFIRE
굿
00 추천 반대 댓글 삭제 신고 2019-02-09 11:00:23
그래궁금하지않다
오 신선하다
00 추천 반대 댓글 삭제 신고 2019-02-14 00:40:27
핫추네미쿠death
반전:작성자 논글레어 모니터 노트북 씀
10 추천 반대 댓글 삭제 신고 2019-02-14 11:33:07
아빠와탕수육
마지막 진짜무섭네여 ㄷㄷ 그러니까 노트북 화면에 비친 작성자님 얼굴을 보고 실명이돼서 아무것도 안보이게된거조??ㄷㄷㄷㄷ
70 추천 반대 댓글 삭제 신고 2019-02-16 01:4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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