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혜 작가 언급 부분에 대해 성실하게 해명의 말씀 올립니다.

쪽지로 어떤 분이 일러주셔서 ‘몽연’님이 쓰신 글（http://huv.kr/pds728578）이 있다는 것을 2017. 12. 14. 오전 1시 경 인지하였고 급하게 이 글을 씁니다. ‘웃긴 대학’에 와서 많은 분들께 분에 넘치는 응원을 받았고 또한 저의 괴로운 심경이나 곤혹스러운 상황을 많은 분들과 공유할 수 있어서 무척 행복했습니다. 또한 여전히 그러합니다. 먼저 이런 논란을 자처한 것에 대해 사과의 말씀 올립니다.

이러한 논란에서 제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입장은 “그런 사람인 줄 몰랐다”일 것입니다. 어느 부분 맞고 어느 부분 틀립니다. 소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이자혜 작가 사건을 제 사건 기사 （한국일보 2016. 10. 21.）를 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이자혜 작가에 대한 폭로（2016. 10. 18.）가 제 사안에 대한 폭로（2016. 10. 19） 직전에 있었고 같은 #오타쿠_내_성폭력 으로 시작된 일이었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습니다. 다시 상기하는 일 자체가 고통이지만 해당 기사 이후 저의 삶은 불가능 그 자체였고 모든 사태 파악은 2017. 5. 정도가 지나서야 가능했습니다.

제가 인지하고 있던 바로는 이자혜 작가는 ‘촉망 받는 작가’가 맞습니다. 저는 2016년 가을호 계간지 <문학과사회>, 그리고 민음사에서 발행하는 <릿터>를 통해 이자혜 라는 이름을 알게 되었는데 제가 20년 가까이 문학판에 있으면서 만화가 혹은 웹툰 작가가 문예지 전면으로 등장한 일은 처음 본 일입니다. 타 장르에서 호출하는 작가는 ‘촉망 받는 작가’가 맞습니다. 이 수사, 즉 ‘촉망 받는 작가’에는 어떤 가치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없습니다.

또 하나. 이자혜 작가 사건을 다룬 책, <당신은 피해자입니까, 가해자입니까>（현실문화, 2017）라는 책에서 이자혜 작가의 사건을 접했습니다. 책 전체를 읽지는 못했지만 그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는 대략 ‘속도의 페미니즘’의 문제점, 일방적 ‘가해자 패기’의 폭력성, 대략 이러한 것들입니다. 그 이후에, 그러니까 대략 2017년 9월 이후에 이자혜 작가의 트위터를 찾아봤는데 특별히 ‘메갈’이라 할 만한 트윗들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메갈 작가 아닙니다. 이 댓글은 또다른 오해의 우려가 있으니, 삭제해주시길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라는 댓글은 그러한 저의 판단으로 올린 것입니다.

또 하나. 몽연 님께서 “또한 몽연 님께서 "유명 웹툰작가 이자혜 '청소년 성폭행 방조 시인'

http://m.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66382.html?_fr=gg&_adtbrdg=e#_adtLayerClose"

라고 링크를 걸어주셨는데 제가 아는 팩트는 이러합니다.

“3.1. 초기 반응/ 3.2. 1차 입장문/ 3.3. 2차 입장문/ 3.4. 3차 입장문/ 3.5. 4차 입장문” 출처_나무위키

（https://namu.wiki/w/%EC%9D%B4%EC%9D%B5%20%EC%84%B1%ED%8F%AD%ED%96%89%20%EB%B0%8F%20%EC%9D%B4%EC%9E%90%ED%98%9C%20%EC%82%AC%EC%A3%BC%20%EB%85%BC%EB%9E%80）

제가 눈여겨 본 문장은 이러합니다.

“제가 그 공론화 글에 묘사된 모든 일을 사실로 인정했다는 것처럼 빠르게 기사화한 언론사들에 대해서도 부당하다고 생각하며 사태에 대한 정확한 판단 없이 당사자들의 피해를 크게 키운 책임을 묻고 싶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봅니다. 저 역시 그러합니다. 모두 다 본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일뿐더러 어쩌면 인간의 영역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제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이자혜 작가가 해당 사건 이후에 전혀 ‘메갈’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고 이자혜 작가 역시 트위터의 폭로로 인해 삶 자체가 망가졌다는 것입니다. 이자혜 작가가 현재 어떠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일이고 작가가, 자신의 지난날에 대해 성찰하고 다시 생각하고 있다면 그 성찰과 생각에 대해 시간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입장입니다.

메갈은 범죄입니다. 사회악입니다. 반드시 뿌리뽑아야 할 ‘폭도들’입니다. 저 역시 메갈이라면 치가 떨립니다. 어떤 수사로도 설명할 수 없는 분노가 치밉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며 자신의 잘못을 수락하고 인정할 때, 그 사람을 쓰다듬어주고 보듬어줘야 한다는 게 또한 저의 생각입니다. 메갈, 여혐, 페미, 이런 단어들에 정말 지칩니다. 여러 오해의 소지를 남겨드려서 죄송한 마음이 먼저입니다.

글을 마무리하려는데 드는 생각은 문득 이런 것입니다. 그런데 이익 씨는 어떻게 하지요? 다수에 의해서 ‘미성년자 성폭행범’으로 낙인찍혔고 기사에 실명이 나간 상태인데 그 사람이 ‘무혐의’ 처분을 받은 마당에도 우리는 혹시 그를 여전히 ‘성범죄자’로 이미 기정사실화 하고 있는 것 아닐까요? 어디선가 이런 논란의 글들을 이익 씨가 보고 계시다면 깊은 사죄의 말씀 올립니다. 당사자는 이러한 일이 재점화 되는 것 자체가 고통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황수현 기자의 기사의 악의성을 짚었던 것입니다. 몽연 님께서 인용하신 한겨레 기사에서도 ‘L 씨’라고 쓰고 있습니다. 이분의 직업은 웹디자이너인데 그걸 굳이 실명을 거론하며 ‘음악가’로 왜곡하고 있는 한국일보 황수현 기자의 악의성에 대한 고발이 제가 쓴 글의 핵심입니다.）

급한 마음에 “삭제바랍니다” 운운하며 ‘몽연’님께 가볍게 말씀드린 점 또한 사과드립니다.

이곳 웃대가 저 하나로 인해 상처받거나 오염되는 일이 없기를 간곡히 소망합니다. 저는 웃대에서 위로받고 웃대를 알고 나서 행복해진 사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 박진성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