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트때는 바리깡에 따로 3mm, 6mm, 9mm... 등 길이고정날이 따로 있는지 모르고（....）
쌩 바리깡으로 깎아주는 바람에 뒤통수에 한 3군데 땜빵 해먹고...
한 번도 나한테 화낸 적 없던 보살 반려맨은...
거울 보고 경악을 금치못하며 이미 없어져버린 머리칼을 매만지려 노력하면서 "아, 이러고 어떻게 출근해...?!?"라고 신경질을 내고...
이미 그전부터 조짐（die）을 느꼈던 나는 계속 옆에 찰싹 붙어 "미안해.. 미안해..."하다가 "화났어..?"라고 쫄아서 보살께 여쭈었고.
보살은 마침내 "화나지, 그럼! ㅡㅡ"이라며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다시 중생의 삶으로 회귀하셨었다....ㅋㅋ
보살께서 처음으로 미천한 나에게 화내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적지않게 받았다.
일단 당장 3대천왕도 아닌 3대땜빵을 수습하는 것이 시급했어서 중생이 되신 반려맨을 이끌고 미용실에 갔고...
미용실 슨새임들은 "어머나 어쩌다 이렇게..."라며 반려맨의 처참한 뒤통수를 보며 탄식하였고, 반려맨은 묘하게 나를 째려보며 "와이프가 깎아본다 했다가요.. ㅡㅡ"라고 답을 하셨다.
다행히 미용 전문가의 손길을 받아 반려맨의 머리는 봐줄만한 상태로 변했고, 미용실을 나서며 반려맨은 기분이 풀려 보살모드로 돌아와 "아까는 내가 세게 말해서 미안해."라고 나에게 화해의 손길을 건넸지만...
임신 초기 미쳐 날뛰는 호르몬의 노예였던 밴댕이소갈딱지 슝은
"나.. 나도 나름대로 영상이나 블로그로 독학하고... 임신한 와중에 3시간 동안 나름 오빠 머리 이뿌게 해주려고 노력한건데...!! 바리깡 패키지 밑에 길이고정날 깔려있는 걸 못 봐서 빠뜨린 건 미안하지만 진짜 그게 그나마 내 나름대로의 최선이었단 말이야! 오빠 진짜 시러..!! 아무것도 모르면서..!! 미워!! 뿌앵!!"을 적반하장격으로 외치며 화해의 손길을 뿌리치고 전력질주하여 임시가출（?）을 감행한다..
반려맨은 연신 본인이 잘못했다며 어디냐 데리러 가겠다 걱정된다 연락을 시도했고, 코노에서 울면서 2시간 내리 샤우팅하고나서야 마음의 응어리가 좀 풀린 나는 "댠골 뇨래뱡..."이라고 새초롬하게 알려주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코인노래방에 날 데리러 온 반려맨에게 마이크를 쥐어주며 "듀엣 2곡 부르고 집에 가쟈.. 내가 머리 조져놓고 되려 성질내서 미아내.."라고 화해의 제스쳐를 건넸고 반려맨은 말없이 끄덕이며 다음과 같은 선곡을 했다.
1. 친구여 - 조PD（feat.인순이）
2. 잔소리 - IU（feat.임슬옹）
...
그리고 세월이 반 년 정도 흘러...
반려맨의 머리는 다시금 길어졌고, 난 조심스레 혹시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는지 물었다.
반려맨은 조건부로 응했다.
"그래. 해봐야 자꾸 늘지.. 근데 영상 복습 나 있는데서 한 번 더 같이 하고, 만약에 또 머리모양이 정 이상하면 내일 미용실 가서 수습할거야.. 그건 서운해 하지마.."
라고.
그리고...
만반의 준비를 거쳐 이번엔 나름 성공적으로 반려맨의 머리를 깎아주었다.
이번엔 바리깡이 아니라 가위로 미세한 원땜빵을 내긴 했지만 반려맨께서는 이정도만 해도 장족의 발전이라며 보살 따봉을 날려주셨다.
...
반려맨도 나도 금전적으로 풍족하지 못해 한 푼이라도 아껴 보잡시고 벌이게 된 일이었다.
물론 1트때는 약간의 외적갈등이 있었으나（.......） 그또한 보다나은 2트를 위한 발판이었으며 이따 오늘 점심에 양가 부모님들 모신 갈비집에서 지난번보다는 덜 죄인스럽게 "제가 깎아줬어요! 이번엔 봐줄만 하죵?!"하고 외쳐봐야지 ㅎ
아, 다음엔 반려맨에게 합법적 반격의 기회를 줄까한다.
숱치는 가위랑 일반 미용가위, 빗 쥐어주고 자르고 싶은 만큼 내 머리 싹둑하라고ㅎㅎㅎㅋㅋㅋㅋ
6
0
3
593
추천
반대
신고
답글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네티켓의 기본입니다.게시물에 상관없는 답글이나 추천유도성 답글을 달지 마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