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5년 전?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쉬는 날이 많아
돈이라도 벌겸 여기저기 지원서를 내고 다녔다.

그러던 중 여의도에 태ㅇ기획이라는 보조 출연 알바 회사에
아르바이트 지원서를 내러간적이 있다.

이곳은 특이하게 당시 온라인 접수도 안되고
현장 접수만 가능 한 곳이었다.
지원 준비물은 이력서와 등본 정도였던거 같다.

약속 시간이 되어 사무실에 도착했지만
가운데 테이블에 앉아 기다리라는 말만 할 뿐,
10분이 지나도록 내버려 두기만 했다.

뭐 당시 한겨울 인지라 오는 길이 춥기도 했으니
몸을 녹인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했다.

그러다 어떤 아줌마가 자리에서 일어나 날 보더니
한숨을 팍 쉬며 내 이력서를 집어 들었다.
‘하 진짜… 지금, 그러고 온거에요?’

“네, 왜요? 뭐가요?”
내가 진짜 몰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으니
그 아줌마는 기분 나쁜 표정을 지으며 나의 옷을 가르켰다.

‘아니 패딩을 입고 오는 사람이 어디있어요!!
그것도 빨간 색이네!!!’

그날은 겨울이었다. 진짜 추웠다.

패딩을 입은게 잘못인가? 아, 그럼 벗지 뭐.
“아 죄송해요, 안에는 단정한 옷이에요.
추워서 입고 있었어요.”

패딩 안에는 맨투맨에 흰 와이셔츠를 겹쳐 입었었다.
난 나름 깔끔하다 자부했다.

하지만 아줌마는 성에 안찼나 보다.
‘아니!!!!! 정장을 입고 와야지!!!! 정장을!!!!’

그 말을 듣고 퍽 일하기 싫어진 나는 당돌하게 받아쳤다.
“알바 면접도 정장을 입고 보나요?”

광기어린 내 모습에 아줌마는 당황했다.
나는 진짜 궁금한 생각도 있었고
지금 껏 내가 일한 그 어느곳도
알바면접에 정장을 입었던 곳은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홈페이지 안 읽었네!!! 우리는 정장이 기본이에요!’
아줌마는 바퀴벌레를 본 사람마냥
내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나는 이 상황이 너무 재미있었다.
기가 막히다 못해 화를 넘어서면 재미가 느껴지는 건가?

“지금껏 여러 아르바이트를 해봤지만,
알바 면접에 정장을 입고 오라는 말을 처음 들어보네요.
그리고 홈페이지 어디에도 그런 안내는 없었습니다”

‘그건 학생이 잘 안보고 와서 그런거지!
아무튼 우리는 기본이 안된 지원자는 못 받아요!’

“기본이 안된건 이 회사인거 같은데요?
면접자에게 제대로 된 안내도 안해놓고
화내는 건 무슨 경우 입니까?
저 일 안해도 좋습니다. 사과 하세요.”

그러자 옆에 앉아 있던 할저씨가 아줌마를 거들었다.
‘아냐, 우리 진짜 양복입고 오라고 써 있어요.
청년이 못 본거네, 그리고, 어디가서 그러면 못써요!’

“그러니까 홈페이지 어디에 그런 내용이 있는지 보여주세요.
정장은 출연시 복장 중 하나로 챙겨와야 할뿐 면접은 서류준비물 밖에 없습니다.”

이말에 할저씨가 한참 컴퓨터를 만지작 거리더니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네… 진짜 없네… 예전엔 있었는데 없어졌나 보다!
그래요, 뭐 언제부터 일 할 수 있는데?‘

그렇게 흐지부지 끝나버렸다.
사과도 못받고 여기서 일감도 못따냈다.

그뒤, 신도림쪽에 있는 다른 회사에서
보조출연 알바를 하긴 했지만…
오히려 하는 일에 방해가 돼 때려쳤다.

근데, 진짜 궁금하다.
일용직 알바도 정장을 입고 면접보나?